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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3 16:03

고향마을 소묘

조회 수 1442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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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만일 내 고향(지금의 동작동 현충원)에 현충원이 자리해 있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 모습이 어땠을까?

아마도 그 넘어 반포나 흑석동처럼 고층 아파트로 빽빽하게 자리해 있을 터.

  거기에 존재하던 옛 동리 이름들- '위말, 아랫말, 능말, 농배'- 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지금은 구국 영령들을 모셔놓은 나라 묘지로 자리해 있지만, 나로서는 한강을 끼고 유독 그 동네만 수십년 나무

숲으로 덮혀있는 현충원의 울창한 모습이 오히려 대견하게만 여겨지는 것이다.

 

  산보삼아 인왕산과 더불어 가장 자주 가는 편인 '현충원'-

그곳엘 가면, 지금은 나무들과 동리가 있던 자리에 대신 몇 개의 현충원 관사들이 세워져 있지만, 어린시절에 놓여졌던 모든 것들이 그림처럼 떠오르는 것이고, 부담없는 산보 코스요 청정지역으로서 서울에서 그마만큼 좋은 곳이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마침 얼마 전, 그곳 사진 전시실에서 얻은 '초창기 국립묘지에 묘목을 심는 사진'이 있어, 내 기억의 희미했던 편린들을 생생히 되살려 놓기에 매우 훌륭한 자료가 되었다.  거기엔 옛 서울과 지방의 관문 구실을 톡톡히 한 한강변 '동재기 나루터'(현 동작역 자리)가 보이고, 내 어렸을 적엔 한강 건너 큰 모래벌엘 건너는 나룻배 서너척이 늘 정박 대기해 있었다.  가끔 할아버지를 따라 강 건너 넓디 넓은 백사장으로 건너 가 어촌 사람들이 끓여놓은 황복어탕을 먹거나, 겨울철이면 꽝꽝 두터이 얼어붙은 한강 얼음과 얼음 낚시로 낚아올린 빙어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낚시꾼들의 진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농배'라는 나루터 어민들 동네에 불과 2∼3집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7가구나 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는 것도 사진을 보고서야 알게 된 새로운 사실!   

  나루터 바로 안쪽으로 '반포'와 '배나무골'(요즘엔 반포행 평지 차도)로 넘어가는 언덕에 큰 신작로가 나 있어, 차가 전혀 안다니던 시절이라, 겨울 눈내린 뒤면 또래 아이들과 재잘거리며 신명나게 눈썰매를 지친 곳이기도 하고, 지금은 그 언덕길이 깍여 평지 넓은 차도로 변해 있어 반포 쪽으로 끊임없이 차들이 내달리고 있다.

  그렇게 어촌을 지나 '아랫말'로 이어지는 중간, 조금 높은 지역에 제법 큰 나무 한 그루가 서있고 곁에 집이 두어 채가 보인다.  그 한채가 바로 무당 아들인 '창렬'네 집.  봄이나 가을이면 큰 나무 밑에서 궂판이 벌어지기도 하여 동네 사람들의 연례 큰 구경거리가 되었다.  '창렬'이는 나와 같은 학년이면서도 내가 제법 떨어진 '윗말'에 살아선지 함께 어울리는 법이 별로 없었지만, 한 번은 하학길에 함께 걷다가 장난삼아 슬쩍 밀친 것이 화근이 되어 그 녀석 코피가 왕창 터지는 바람에 큰 범죄자인 양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안고 집에 돌아 와 은신한 일도 있었다.

 

  아쉽게도 집 가구가 제법 많았던 '아랫말'의 정경은 사진에 보이지 않는다.  '윗말'인 우리 동네로 올라가려면

늘 아랫말을 거쳐 지나 다녔고, 그 마을 사이엔 논과 밭들이 있어 겨울 썰매나 팽이치기의 놀이터가 바로 그곳이었고 깜부기를 따먹으며 아이들과 술레잡기를 할 때도 있었다. 

  지금의 현충원 정문 건너에는 내가 초교 1∼3학년 무렵에야 뻐스 종점이 생겨, 아이들이 학교를 오갈 때면 그 뻐스들을 공짜로 이용했으면 하는 간절함의 대상이었지만 어디 그게 쉽게 이뤄질 일이었겠는가.  왜냐면 윗말에서부터 '비개'라는 고갯길을 거쳐 흑석 2동에 있는 학교 까지는 어린 걸음으로서 상당히 먼 거리였기에...뻐스를 얻어 타는 것은 큰 행운이라 여겼던 것.

  오죽하면 우리 동네 윗말의 대부분 구교우 신자들 역시, 모처럼 주일 미사에 참례하려 성당에 오가는 길을 만만찮게 먼 길로 여겨, 부활이나 성탄 자정 미사에나 참석했던 특별한 기억 만이 남아있다.  그 당시 우리집 만이 외교인이었지만, 형이나 내가 천주교 교리를 배우는 것은 어른들이 매우 함함해 하셨고, 할머니는 성당이 가까운 흑석동으로 이사한 후, 구교우들의 영향으로 내가 초교 4학년 때 우리 집에서 첫번째로 세례를 받으셨다.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할머니를 따르던 나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을 계기로 고교 1년때 엄마와 함께 영세를 하였다. 

 

  어쩌면 동재기 윗말(10가구?) 천주교 동네로 이사간 것은 그 자체가 은총이었으니, '맹모삼천(孟母三遷)'의 지교가 나에게는 단 일천(一遷)으로 하느님 품으로 달아들 수 있는 계기였으니, 얼마나 큰 은총인가!  국립묘지가 들어서는 바람에 그 동네 구교우 신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른 동네로 이사하여 그 이후로는 거의 만날 수 없어, 지금쯤 어디에서 어떻게들 지내고 있을꼬...늘 궁금?  특히 늘 함께 놀았던 '기철, 기성' 형제와 '경례'...들이 보고싶다.

  그러나 언제든 현충원엘 가면 수십년 지기(知己)로서 반가이 만날 수 있는 공작봉과 지장사(옛 화장사), 공작천, 그리고 나무들이 있어 언제나 정겨운 곳!  옛 기억들과 함께 애오라지 기도할 수 있어 좋은 곳!  비록 인적은  지워졌어도, 사진에서처럼 모든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 나는 곳!  옛 동재기와 현 현충원이 결코 무관할 수 없는 하나려니, 내 개인의 신앙 역시 과거와 현재를 분리할 수 없는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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