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4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를 빌며...


  말, 말, 말...말이 많은 이 세상에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말은 얼마나 될까? 


  평소 자연적으로 절제된 말의 분위기<침묵> 속에서 지내는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이렇듯 오로지 수도원 현관을 지키는 월요일이면- 직원 자매가 쉬는 날을 대신하여- 후원회나 어쩌다 드나드는 사람이 없어 여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사위가 너무 조용해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런 <침묵>의 여백이야말로 <성사적>이라는 걸 여실히 간파할 수 있으니...우선, 현관 유리창 문 밖을 내다보면,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하늘, 공기, 바람, 나무, 열매...등이 있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 

  당장 눈에 띄는 꽃사과에 매어달린 빠알간 열매들의 대롱을 타고 미풍에 흔들리는 가녀린 자태들이

겨울 첫 눈을 맞을 것 같은 을씨년스러움에 매우 안스러워보이지만, 봄에 피는 꽃 못지않게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고!  마치 손 발이 시려워 동동 구르면서 엄마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가의 볼 같은 느낌이 들어, 그 자연의 침묵 가운데 하느님께 눈길을 모으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때로는 말이 많고 난무하는 세상에 <침묵>은 말의 부재가 아닌 의사소통의 부재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내 안에 지극히 절제된 말이면서도 고요나 평화롭지 못한 마음이나 인간관계에 놓여 있다면, 그런 침묵은 하느님 성사성과는 너무가 거리가 자신의 욕심으로 가득채운 침묵일 수 밖에.


  침묵 가운데 주위를 설핏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거기엔 무수한 고마움, 감사, 평화...가 흐르는 하느님의 성사를 느낄 수가 있다.  아름다운 새들의 노래, 그때마다 달라지는 바람의 소리들, 가늘고 굵은 빗방울의 다른 소리들, 꽃과 단풍이 엇갈리는 계절의 풍요로움, 눈내리는 겨울의 풍광...등 이런 것들은 난무하는 말의 소음 앞에서는 너무나 생경스러워 자취를 감추기가 일쑤이지만, <침묵>에서일 때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는 자연의 아름다움들어서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지하철을 타노라면 너나없이 들여다보는 스마트 폰의 진풍경 또한 요즘의 소리없는 잡다한 말의 공해 속에 파묻힌 군중 속 말의 공해임을 엿 볼 수가 있다.  그러기에 2-3십년 후면 이런 모습이 또 어떤 기상천외의 상황으로 바뀌어 갈지 자못 슬퍼지기도 하는...!


  홀로 있음이 어떤 이에게는 세속적으로 말하는 고독이 아니라, 한 말씀에 귀기울 수 있는 좋은 침묵의 여건이라는 것을...예전 학창시절에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본 마리아 릴케의 한 귀 절이 떠오른다.  "고독하다고요?  하느님과 함께하는 고독이야말로 그것이 참 고독입니다." 

   침묵에서 만이 살아날 수 있는 참 고독의 성사적 의미를 곱씹어 본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3 첫 순례(예루살렘)에서 생긴 일 T 온 누리에 평화   공부하던 도중 1986년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상주 학생들은 거개가 다 경험을 쌓기 위하여 다른 지방이나 나라로 파견되는 게 관례였죠... 1 김맛세오 2014.02.17 2372
432 천인공명(天人共鳴), 천인공노(天人共怒)! T 온 누리에 평화     태종 때의 일입니다.  정확히 1405년 5월...   때아닌 집중 홍우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습니다.  그 와중에 쌀을 가득싣고 강을 건너던... 김맛세오 2015.04.14 1279
431 참을 수 없는 아픔이여, 고통이여! T평화/ 선 그러니까 정확히 1996년도, 을 기해 예루살렘의 성서 코스를 밟던 해, 성주간 바로 전 주였다.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예수님의 수난 체험을 톡톡히 ... 2 2010.03.14 2317
430 참으로 희한한 만남 T 온누리에 평화를 고대하며. 할머니, 그리고 젊은이 두 분 다 하느님 품으로 가신 분들. 전자의 할머니는 가까운 안성 분으로서 바로 오늘이 장례날이시라 어제 ... 7 2006.12.12 2280
429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들 T 평화/ 선 6년여 이곳 성거산에 살면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수시로 (먼저 가신 형제들)묘지를 지나칠 때마다 형제들을 생각하며 두런두런 추억을 화두삼아 이... 4 김맛세오 2012.01.21 2547
» 참으로 좋은 침묵의 시간들...! T 평화를 빌며...   말, 말, 말...말이 많은 이 세상에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말은 얼마나 될까?    평소 자연적으로 절제된 말의 분위기&lt;침묵&gt; 속에서 지... 김맛세오 2015.11.23 1434
427 참으로 소중했던 만남들 T 평화와 자비   그렇습니다.  작년 한 해동안 참으로 많은 국내 성지를 찾아다니며 순례를 하였고, 그런 와중에 진솔한 만나들도 적지않아 행복하기 이를 데 ... 김맛세오 2017.01.01 1148
426 참으로 감사드릴 은총의 봉사 T 평화와 선 작년 3월부터였으니, 주민셴터 주변에 담배 꽁초 줍기나 잡다한 쓰레기를 청소해 온지도 1년 3개월째 지나고 있다. 흔히들 65세 이상의 고령이 되면,... 김맛세오 2020.06.10 747
425 참, 감사해야 할 일들이 많아! T 온 누리에 평화 낮에 모처럼 손님(수녀님)이 오셨지요. 자투리 시간을 내어 바로 옆 개업 식당엘 들어갔답니다.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김맛세오 2012.10.24 3141
424 참 행복...? T 온 누리에 평화 행복을 생각하면 예수님의 이 떠올려지지만 실생활에 실천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리고 식자입네 하는 사람들이 아는 지식이 ... 김맛세오 2011.12.15 2357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