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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30 10:52

할머니와 샘

조회 수 2003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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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가 샘물처럼...

 

어린 시절, 세상에 대해 처음으로 제 의식에 자리잡은 것은

다름아니 '동재기 능말'(4-5살 무렵)이라는 곳의 할머니와 샘터이지요.

마을의 맨 위에서 두번째 집이었던 저희 집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샘물이 솟아나는 맑고 작은 샘터가 있어

아래 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공동 우물이 있어도 할머니는 늘 윗 샘물을 이용하셨답니다.

 

머리에 물동이를 이신 할머니를 따라

저는 빛의 그림자처럼 할머니를 따라 그 샘터에 자주 가 곤 하였답니다.

물론 매일 아침 세수도 그곳에 가서 하였구요.

 

의식의 눈을 뜨기 시작했을 그 아잇 적을 생각해 보면

할머니와 자연(공작봉의 지류인 산봉우리와 풀과 나무, 샘물)이야말로 그 자체가 천연의 공부였다고나 할까요.

그래선지 졸졸 흐르는 작은 물소리에도 매우 민감한 걸 보면, 벌써부터 시냇물이 막 태어나는 시원(始源)에 대한 경외심을

느낌으로부터 깨달은 것이겠죠.

먼 훗날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높은 선은 물과 같음)를 좌우명처럼 간직할 수 있었던 것도

일찍부터 샘에 관한 자연친화적인 남다른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선지 어려서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라이나 마리아 릴케>가 아니더라도

자연- 고독- 하느님은 애시당초 제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랍니다.

 

      세상 사람들과 어우른 복잡함 속에서도

      왠지 혼자 있느니만 못해

 

      마음은 늘상

      산봉우리 바위와 나무 풀 사이로 흐르는

      맑은 샘물이 졸졸 흐르고 있어

      거기에 할머니와 내가 있네

 

      살포시 내려앉는 산그리메와 산새 소리

      퐁퐁 솟아 흐르는 샘물처럼

      나 또한 그리 살라하네.

 

 특히 봄이 오는 요즘이라 구태어 멀리서 봄을 느낄 필요도 없어

어제도 주머니 속 작은 카메라를 의식하며

지하철 동작역에서 하차, 궂이 할머니의 샘터를 찾으려 했지만

"저기 쯤이었을 게야!'하는 어림잡음일 뿐,

거기엔 몇 십년 자란 나무들이 세월의 무상함을 키우고 있었답니다.

 

그렇지만 산너머 우면산과 관악산 자락이 훤히 보이는

나의 소중한 보물과 추억이 서린 그곳.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사계절의 변화에 감사하고 철따라 피는 꽃이며 길 섶 작은 풀 하나에도 하느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늘상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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