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2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4층의 내 방은, 바로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 있어 건너 빌딩 사이로나마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가 있고 정원의 동태를 일거일동 자연스럽게 대할 수가 있다.  그런데 겨우내 잘 보이지 않던 까치가 작년에 둥지를 틀었던 높다란 은행나무 가지 주변을 수시로 맴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니, 아마도 또 집을 지으려나 보다.

  절기로는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도 물러가지 않는 동장군!  까치의 동태를 보며 이미 봄은 오고있구나 실감을 하게 된다.

문명의 온갖 이기에 자연의 원초적인 소리에 둔감해진 인간에 비하면, 까치는 분명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봄을 진작부터 느끼고 있는 게라.


  성거산에서 지냈을 적 봄이 오는 자연의 소리가 내 기억을 일깨운다.

  산새 소리가 가장 활기찰 때는 역시 짝짖기 계절인 봄이라는 것을!  새벽녘과 아침이면 그 넓은 산 전체에 새 소리로 축제 분위기인 양 시끌벅절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다가 연초록 나뭇잎이 짚푸르게 변할 초여름이 되면, 그 요란하던 새소리는 이내 잠잠해지고 침잠의 조용한 숲 속 분위기에 뻐구기나 휘파람새 소리만 더욱 크게 들리곤 하였었다.


  작년 둥지를 트는 까치를 보며 많은 걸 생각했다.  사람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까치의 일거일동 생태를 통해 배울 점이 썩 많다는 것을...주변 생물이나 환경까지 고려한 완벽한 생태건축을 하였으니까.  어디 까치 뿐이랴.  어릴적 동작동 시절에 봄이면 어김없이 날아와 처마밑에 집을 짓던 제비들이 떠오른다.  그 흔했던 제비들을 심환 환경 오염으로 더 이상 볼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제비나 까치나 놀랍게도 그들은 집을 지을 때 그 연약한 부리 하나로 모든 걸 다 해결했다.  진흙과 마른 풀잎, 그리고 마른 가지가 전체 자제였을 뿐 자연으로 부터 변용해서 쓰는 못이나 망치 하나 없이 해결하였고 목수조차 필요없이, 집에 필요한 모든 걸 암수 역할 분담할 필요나 구별없이 잘 해내었다.  둥지에 필요한 자제 역시, 생나무를 잘라다 쓰는 게 아니라 가까운 주변에 흩어져 있는 마른가지를 사용하니, 생나무에 흠집을 낼 필요가 없어 낭비해야 할 에너지조차 없는 것.  둥지는 오로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어서 새끼들이 자라 둥지를 떠나면 더 이상 집이라는 존재 가치가 없을 뿐더러 둥지를 떠나도 나뭇가지인 자연 소재이기에 어떤 쓰레기로도 남지 않는다. 


  복잡다단한 세상사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의 소리인 까치 소리가 더 존귀하게 들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옛적에 '아침에 까치가 짖으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는 소리가 괜한 것이 아니니라.

  깊은 산 속 물흐르는 소리가 맑게 들리는 것은 전혀 욕심이 없는 자연의 소리이기 때문이요, 그런 소리에 귀기울이고 침작할수록 마음 또한 깨끗해지지 않겠는가.  까치의 동태에서 봄이 가까이 옮을 느끼니, 곧 냇가의 강아지풀에도 봄기운이 부풀겠다. 세상사 지내느라 시간이 없노라 아우성치고 있기보다는 얼릉 가까이 자연의 소리를 들으러 나서야 할 것 같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7 만물은 함께 나누어야 할 형제 자매 T 온 누리에 평화를 빌며...   며칠 전 정원에 있는 키 큰 은행나무 전지 작업이 있었다.  그런데 높은 가지 사이에 까치 한 쌍이 집을 짓느라 몇 날 며칠 분... 김맛세오 2017.03.14 1159
456 고향이 서울이면서도 시골스럽게 자란 덕분에... T 평화와 선   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 '서울'이라 하면 말씨가 느려선지, '충청도' 사람같은데요 하는 분들이 많다.  하기사 흑석동 넘어 '동작동(동재기)'... 김맛세오 2017.02.13 1165
455 내 인생의 페이스 T 온 누리에 평화를...  과연 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에 대한 확실한 정답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결코 무심할 수 ... 김맛세오 2017.06.20 1169
454 좋음과 아름다움은 하나 T 온 누리에 평화를.   매일 1시간 이상은 운동삼아 오르는 인왕산 길.  같은 길을 오르내리면서도 실증을 내는 법이 없는 나의 천성!  집에 도착할 즈음엔 으... 김맛세오 2017.12.02 1178
453 나날이 좋은 날! T 평화를 빌며...   혼자 잘 놀 줄 아는 사람은 외로울 새가 없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     평생 결혼 생활을 하며 배우자가 곁에 있어도 결국 혼자일 수... 김맛세오 2017.02.21 1192
452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내 '인생의 의미' T 평화와 선   2017년 설 연휴 기간, 이렇듯 하이얀 눈발이 날리는 것은 귀성객들에게는 좀 힘들겠지만 심한 가뭄 끝 해갈의 대지에 어쩌면 축복의 의미일런... 김맛세오 2017.01.30 1198
451 청게산에서 만난 '준호'란 아이   며칠 전 오랜 가뭄의 와중에 달디 단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었다.  안가 본 코스를 택해 어림잡아 산을 오르려 하니, 길이 잘 나지않은 골짜기로 들어... 김맛세오 2017.06.12 1198
450 소중한 네겝 사막의 추억 T 온 누리에 평화를...   지난 주간의 독서엔 계속 에짚트 땅에서 탈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향해 가는 광야에서의 고난 여정을 <탈출기>와 <민수기... 김맛세오 2017.08.12 1201
449 제 2의 성장지인 흑석동 T 평화. 선   초교 4학년 무렵에 담뿍 어린시절의 정이 든 동지기(동작동)를 떠나 흑석동으로 우리 집은 이사를 하였다.  자연과 농촌의 순수한 시골스러움이 ... 김맛세오 2019.02.17 1225
448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 T 온 누리에 평화   "거리에 비가 내리 듯 내 마음 속에 눈물이 흐른다."   특히 가을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이런 날에는, 위의 유명 싯귀가 떠오른다.   ... 김맛세오 2017.10.11 1239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