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6.01.29 06:14

마치막 편지

조회 수 1136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마지막 편지

폭설이 내린 대지위에 겨울비가 내리는 밤
빗소리에 잠을 깬 나는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가슴속의 언어들을 꺼내어
내영혼의 처소에 불을 밝히신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일생에 꼭 한번 편지를 쓴다면
손 떨림 없이는 펴보지 못하는 당신의 사랑을 써보고 싶습니다.
황송하고 염치없는 간망에 불사르며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며
고통의 즙으로 펜을 적셔
마지막으로 쓰는 편지를 쓰고 죽고 싶습니다.

당신은 측은한 마음으로 철부지 같은 나에게
광야의 바위에서 귀한 광맥을 찾아내는 광부와도 같이
불가능의 바위에서 가능의 샘물을 길어 올리도록
나의 일상과 자연과 피조물 안에서 선하신 당신을 발견하도록
기도를 가르쳐주셨으며 말씀과 성체로 길러주셨습니다.

당신은 사랑 지극한 아버지의 자비가 드러나도록
아버지로부터 받은 힘으로 사람들을 살리셨습니다.
그러나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그 힘을 사용하시지 않고 무력하게 죽으셨습니다.
그로부터 저는 하느님의 가난을 배웠고
겨울 나목처럼 벌거벗고 추위를 타는 나를 위해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친 십자가의 신비는
신이 없는 땅엔 사랑이 자랄 수 없음을
몇 번이고 일깨워 주셨습니다.

고귀한 금강석에 한줄기 금이 가버린 듯 아깝고 애처로운 상흔은
견딤과 기다림과 힘을 내려놓는 사랑의 흔적이었습니다.

해의 체온이 아직 남아있는 낙조 후의 바다 드넓은 갯벌에 홀로 서서
얼마간 지쳐있는 나를 봅니다.
물안개 속 달덩이처럼 솟아있는 등대같이
길 잃은 이들을 위해 표석으로 서계신 당신을 봅니다.
온갖 피조물 안에 담겨진 당신의 선하심과 아름다우심을 봅니다.
그리고 오직하나 진리로 남아계신 당신을 봅니다.

진실을 변경할 수 없어서 사랑을 그만두지 못하고
그리움의 오솔길을 타고 간 추운 말씨와
비오는 길목의 손 시린 회상을 당신께 드리며
노도에 휩싸인 바다의 저면에도 심히 고요함이 있듯이
체념과 통곡의 몇 고비 격랑에도 아랑곳없이
자꾸 솟구쳐 오르는 질기고 서러운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을 바치며
사랑과 자비의 푯말을
남은 여정의 길목에 이정표로 꽂아두려 합니다.

주님!
눈보라 속에서
정녕 꺼지기 쉬운 모닥불을
영의 손길로 밑불을 일구어 주소서

낙망은 일몰과 같은 것
몇 번이라도 새롭게 갈망의 불을 피워
나의 겨울을 막아주소서

당신이 이 땅에서 들려주신 거룩한 말씀을
내 영혼에 담아 낱낱이 간직하게 하시어
추위를 타는 영혼들에게
또 다른 예수가 되어
당신이 가신 그 길을 걷게 하소서

그리하여  마침내는
푸른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처럼
기쁨과 자유의 날개로
당신께 날아가렵니다.


2016. 1.29 새벽에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96 "거룩하신 아버지" 성 다미아노 라는 작은 성당에서 프란치스코는 이런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quot;가서 허물어져가는 나의 집을 고치라.&quot; 이 말씀을 듣고 프란치스코는 아버지 가... 1 김상욱요셉 2013.03.24 7622
1495 "찬미 받으소서" 나눔 저희 성북동 공동체는 교황 회칙 &quot;찬미 받으소서.&quot;를 가지고 형제들이 돌아가며 나누기를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를 여러분과도 나누고자 합니다. 주님의 평... 김레오나르도 2016.03.17 1657
1494 "프란치스코, 가서 나의 집을 고쳐라!" 평화와 선!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다녀온 신자가 기념품으로 사다 준 상본이다. 내가 아씨시의 성... 2 신대건안드레아 2013.09.22 8022
1493 "피 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 “피 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촛불들의 함성이 봄을 오게 했다. 고로쇠 수액처럼 대지의 기운을 뽑아 올려 감격스런 환희가 눈물의 강을 이... 이마르첼리노M 2017.03.11 1351
1492 '2008 제4회 천주교 창조보전축제 ▽ 때 : 2008년 10월 10일(금) ~ 12일(일) ▽ 곳 : 안동교구 농은 수련원 ▽ 누가 : 강과 함께 하느님의 생명을 몸과 맘으로 느끼실 분 누구나 ▽ 함께 하는 사람들 ... file 은하수의 축복 2008.10.01 7427
1491 '나'만 찾다가는 ‘나’만 찾다가는     절대적으로 나만 찾는 사람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절망은 자기 사랑의 끝에서 만나는 자존심의 심각한 추락이다. 자신의 실패와 무능이... 1 이마르첼리노M 2022.02.19 384
1490 '사랑은 어떻게 생긴 것인 가?' '사랑은 어떻게 생긴 것인 가?' 관리자님 ! 허락없이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좋은 사 이트 구경 잘했구요. 진심으로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중... 신현주 2008.01.31 8191
1489 '영성생활지도사 4기' 모집 안내 + 찬미 예수 영성생활연구소에서는 상처받은 이웃들에게 상담 도움을 제공하는 영성생활지도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아래와 같이 영성생활지도사 ... 영성생활연구소 2009.08.14 7422
1488 '젊은이 성체조배의 밤'에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찬미예수님!! 가톨릭 서울대교구 인준단체 '사랑이 피는 기도모임'에서 알려드립니다. 가톨릭 교회의 핵심인 성체성사, 즉 예수님과 만남을 통하여 그리... file 테오파노 2014.12.29 1592
1487 '집단'이 아닌 '공동체'를 꿈꾸었던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가 동방 순례를 하고 있을 때, 프란치스코가 형제회에 책임을 맡겼던 형제들은 형제들에게 보다 엄격한 금욕적 전통들을 받아들여 규칙으로 만들고 ... 김상욱요셉 2013.12.01 4026
1486 '짝'으로 주신 선물 ‘짝’으로 주신 선물   수치심을 덮어주시는 하느님께서는 (창세 3,21) 가죽옷을 만들어 입히시는 어머니 같은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아담과 그의 아내를 서로를 ... 1 이마르첼리노M 2022.02.21 728
1485 (영상) 성지 보호구 : 회상을 보전하고 구원의 역사를 새롭게 하기 위하여 평화 작은형제회 성지 보호구 홍보 영상 입니다. 성지 보호구 (The Cutody of the Holy Land) 김정훈OFM 2020.03.31 658
1484 * 시간을 정복하는 사람 * http://www.corebang.com* 시간을 정복하는 사람 *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이에 반비례하여 시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이믿음 2008.05.15 8292
1483 * 예수님과 성요셉님의 대화 * * 예수님과 성요셉님의 대화 * 예수님 : 아빠, 오늘도 라면이예요? 성요셉 : 얘야~ 오늘도 어머니는 발현중이라 바쁘시단다...-_-;;; ^^;;등급이하라면 삭제 당하... 사랑해 2006.04.18 8567
1482 *****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돌보는 마음여행으로 초대합니다^0^* http://jjscen.or.kr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돌보는 마음여행 &quot;우리는 어린 시절의 크고 작은 상처를 마음에 품은 채 성인이 됩니다. 이 상처들이 치유되지 않으면 ... 전진상 영성심리상담소 2008.11.01 7221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