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8728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도원 안에서의 틀에 박힌 생활로는 뚫고 들어가기 힘든 세계를
수영이라는 운동이 열어주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수영이 몸에 익으면서
부드러운 물 속에서 물의 그 감촉을 즐기고 있다.

요즘 며칠 사이에는 수영을 하면서 잉어가 된 느낌이다.
간혹 호수나 강가에서 유유히 노니는 잉어들을 보게 되는데,
그 때마다 늘
무심의 세계에서 꼬리 흔듦도 없이
신선같이 고요히 유영하는 그들의 모습이
나의 수도 생활의 이상처럼 여겨졌었는데,
수영을 하며 내가 잉어가 된 것이다.

어제는 그런 기분에 미친 듯 수영을 하다
홀연히 잉어가 된 느낌으로 수영을 마치게 되었다.
그런 느낌 속에서 수영장을 나서니,
공기 중에서도 잉어처럼 걷게 되었고,
발자욱을 옮길 때마다 발 밑에서 뽀드득 밟히는 눈의 진동이
다리를 타고 온몸으로 흘러들어
한없이 자유롭고 고요한 신비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인왕산이 어제의 인왕산이 아니었다.
하늘이 새로웠고,
광화문 거리의 빌딩들조차 새로웠다.
세상이 다시 창조된 것 같았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이틀 전 금요일 밤,
늦게 수영을 마치고 탈의실 밖으로 나오니,
관리 아저씨가 정수기 옆에서
쓰레기통의 검은색 비닐봉지를 교체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귀찮고 하기 싫기만 한 일을
묵묵히 하시는 그분이
‘쓰레기를 치우시는 그리스도’로 비쳤다.
장-프랑소와 밀레가 관상한 ‘이삭줍는 그리스도’가
생생하게 현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 참 훌륭한 일을 하시네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인사에
아저씨는 순진한 소년처럼 행복해하셨다.
어제 아침에도 덕수초등학교 수영장에서 잉어처럼 수영을 하고
샤워실로 들어서자
뒤따라 들어온 어떤 아저씨가
바닥에 떨어진 비누 조각을 집어
수영복을 빨았다.
내 집 물건을 다루듯 비누를 아끼는 그 아저씨의 모습에서도
남들이 버린 조각 비누로 빨래하시는 그리스도를 관상할 수 있었다.
“버려진 비누 조각으로 빨래를 하시니,
참으로 훌륭하십니다”라는 나의 인사에
그 아저씨도 참으로 흐뭇해 하셨다.

작은 사건을 통해 내 안에 육화하시고 나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너무도 찬란한 보석이었다.

성탄 대축일 아침에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봄나무 2012.06.04 11:51:23
    생활속에서~~하느님의 현존을 느끼시는 신부님의 영성의 신비에 놀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
    홈페이지 썬샤인 2012.06.04 11:51:23
    신부님* 반갑습니다.
    지난 얼례회에서
    관상의신비, 관상의필요성, 관상의은총에 대해서
    편하게 설명 해주셔서 계속 생각 중이었는데
    어설프지만
    실천해 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9 생명을 주는 믿음 생명을 주는 믿음 사랑에는 무게로 인한 부담이 없다. 자유의 깃털은 무게를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십자가에서 일어난 예수님의 자기 헌신에 주목하면 할수록 ... 이마르첼리노M 2014.09.19 1499
748 생명은 추위를 탄다 생명은 추위를 탄다. 생명은 춥다 생명에 머물려 하는 모든 진실이 춥다. 사랑도 춥다 하나의 관심 하나의 연민 하나의 축복마다 얼마나 외롭고 목마른 일인가. ... 1 이마르첼리노 2011.03.17 4190
747 생명은 추운 땅에서 온다. 생명은 추운 땅에서 온다 생명의 추위 언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겨울 채소처럼 생명들은 추운 땅에서 나온다. 추 운 것끼리 껴안는 거기 사람끼... 이마르첼리노M 2013.02.17 8444
746 생명 ........ 초등학교 5학년쯤 되는 학생이 어느날 자기집 공터에서 야구 놀이를 하다가 실수로 남의집 유리창을 깨어버렸습니다 집 주인이 나와 아이에게 혼을 내고 있는 모... file 김 분도 2006.01.27 9328
745 생각속의 삶 길고양이를 불렀는데 오지않아도 서운하거나 화가나지 않는다. 길고양이가 오지않는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렸을적부터 키웠던 강아지가 주... 일어나는불꽃 2016.10.09 767
744 새해의 첫날 (밤의 끄트머리엔 새벽이 있다.) 밤의 끄트머리엔 새벽이 있다.   새해의 첫날 밤의 끄트머리에서 먼동이 튼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너와 나를 갈라놓던 밤이 새벽을 맞으려 한다. ... 이마르첼리노M 2021.01.01 463
743 새해의 첫날 새해의 첫날 그리 좋을 것도 없고 그리 나쁠 것도 없다 그냥 좋다 그냥 좋은 것이 행복이라면 그냥 좋은 날이 이어지는 복을 빌어주고 싶다. 이마르첼리노M 2019.02.04 773
742 새해의 다짐 새해의 다짐   인생이라는 예술품을 만들기 위하여.   신앙을 위해서는 많은 가르침이나 말보다 단순한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삶으로 말하고 삶... 이마르첼리노M 2016.01.01 1075
741 새해의 다짐 새해의 다짐   인생이라는 예술품을 만들기 위하여.   신앙을 위해서는 많은 가르침이나 말보다 단순한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삶으로 말하고 삶... 이마르첼리노M 2015.01.07 1093
740 새해의 기도 새해의 기도   새해 새날의 첫 시간 주님이 주신 생명으로 살아 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나를 사로잡았던 일들로부터 나를 빼내 주시고 성령 안에서 저를 다... 이마르첼리노M 2023.01.01 261
739 새해 인사 &quot;가장 확실한 행복은 한해가 끝나갈 무렵, 바로 그때가 시작하던 때보다 나았다고 느끼는 것이다 &quot; 여러분 모두에게 새해의 축복이... 송년의 마지막 시간이 얼... 이마르첼리노 2011.12.31 5096
738 새소리와 새소리 +그리스도의 평화  어느날 대전 목동 수련소에서 거름을 만들기 위해 분쇄기에다 나무를 넣고 거름을 만들고 있었다. 분쇄할 때의 소리가... 2 김기환베드로M. 2013.03.10 7131
737 새벽이 오면 좋아질 거야 새벽이 오면 좋아질 거야   하느님은 하늘에서 주무시고 신의 숙면을 지키며 밤에도 잠 못 이루는 가슴   산호와 진주를 감추고 있는 심해의 신비처... 이마르첼리노M 2017.07.28 777
736 새벽의 단상   새벽의 단상 바쳐서 얻으려는 행복 - 종교심 받아서 누리는 행복 - 신앙 이마르첼리노M 2014.03.20 3392
735 새벽 안개가 걷히고 새벽 안개가 걷히고 첫 겨울 찡한 냉기 속에 눈이 시렵게 짙푸른 소나무 숲에서 하늘을 보고 나를 봅니다 건강한 대자연의 맥박을 전 감관을 통해 들으며 찬미의 ... 이마르첼리노M 2013.11.23 4105
Board Pagination ‹ Prev 1 ...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