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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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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오늘 아침 식탁에서 성인들의 유해, 유품 이야기가 회자되었다.

  웬고하니 전례를 맡은 형제들이,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라면서 성광에 모셔놓은 채 갑짜기 제대 앞에 모셔놓았기에...그 귀하신 유해가 어떤 경로로 이곳 수도원에까지 모셔지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는

거였다.  아마도 순교자 성월을 기해,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꼈나 보다.


  성인들 유해, 유품에 관해서라면 생각의 여지가 참으로 많다.  그리고 어디까지가 옳고 그른건지 애매모호한 점들이 수두룩하다는 것.  하지만 그런저런 것들을 차제하고 유해, 유품에 대한 신심은, 하느님께로 정향된 신심에 결코 해가 되지않는 가톨릭 교회 내의 올곧은 전통적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내 개인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성 프란치스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나치다할 만큼 유해,유품에 대한 신심이 남달랐음을 알 수가 있다.  오죽하면 성인의 유해를 기존 장소에서 프란치스코 대성당으로 다시 모시려 했을 때,

무덤 주변을 아무도 파해치지 못하게끔 철옹성처럼 싸발라 며칠 동안 무진 애를 먹었단다.  그 시대 사람들의 지나친 유해에 대한 신심으로 자칫 도둑을 맞을 염려가 다분했기에.  아마도 성인의 유해 유품을 조금이라도 지니고 있으면, 그 자체로 직천당간다는 잘못된 신심이었기 때문이리라.    


  애매모호한 그런 신심에 대한 실례가 떠오른다.

  예전 영국에서 공부에 전념할 때, 어쩌다 시내로 내려가면 우뚝솟은 중세의 고딕식 캔터베리 대성당이 그 중심에 있어 시 전체를 아름답게 조화시켜 그 놀라운 종교적, 문화적 유산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는 거였다.  그래서 자그마한(3만 인구) 그 중세 도시에 얼마나 많은 순례자,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방문을 하는지!


  캔터베리 하면 순례자들에 대한 풍자적 소설, 초서의 '캔테베리 이야기'를 들지 않을 수 없어 더욱 유명해진 도시이다.  그리고 성당에 관련하여 특히 그 유명한 '성 토마스 베케트'의 순교 사건을 배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당시 왕의 충복이던 몇 기사들이 성인의 신심행위가 왕의 권위에 비해 지나치게 열정적이다라고 여겼기에 성인의 친구였던 왕의 허락도 없이 자객으로 돌변하여 성당 제대 앞에서 성인을 무참히 시해하여 피로 물들였고, 그 비보를 접한 왕은 애도와 추모, 보속하는 마음으로 런던에서부터 캔터베리까지 무릅으로 기다시피 순례, 이후 교회의 특별한 순례지로 선포, 오랜 세월 성지 예루살렘과 버금가는 순례지로 수많은 순례자들이 그곳을 찾았다.

  그러나 어이된 변고...?  헨리 8세에 이르러 영국의 모든 가톨릭 교회가 성공회로 넘어간 후, 교회의 공적 순례지를 파기해 버렸으며, 성 토마스 베케트의 유해는 성당에서 파헤쳐져 어디론가 버려져 영영 찾을 수 없는 유해가 되고 말았다.

 그런 역사적 사실을 알고보면, 하느님이 하시는 일과 사람들이 일궈놓는 종교나 문화의 유산 사이에 얼마나 큰 괘리가 있는 가를 느끼게 된다.


  또 다른 실례가 떠오르니, 세례자 요한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스라엘 성지 중에 세례자 요한의 무덤이 있는 곳은 현재 팔레스타인들이 거주하는 곳이라 마음대로 평화롭게 순례하기엔 매우 접하기 어려운 데로, 유대 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다.  하느님의 뜻과 사람들의 의지와는 너무나 다른 현실의 모습이잖는가?


  일전에 어디선가 조금 언급한 사건이지만, 얼마 전에 있었던 나의 이야기를 해 보자.

  안양이나 수원, 천안 방향으로 가고자 늘 신림역에서 갈아타곤 한다.  아마 그날도 틀림없이 신림역에서 갈아타는 긴 구간에서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카드를 잃어버린 것이리라.  성거산엘 가느라 천안역에서 내려 찍으려고 하니 카드가 없어진 게라.  그 잃어버린 상실감, 허전함에랴!  더군다나 그 카드집엔 위급할 때 쓰려 넣어둔 비상금(?)과, 얼마 전에 방문하셨던 예루살렘 성지에서 모처럼 오셨다는 글라라회 수녀님이 성 프란치스코 유품이라며 건네주신 작은 봉투를 끼어 넣고 다닌 것이다.  카드나 용돈은 다시 만들 수 있지만 그 유품을 잃어버린 아쉬움이 얼마나 컸던지!

  어쨌던 다시 찾을 수 있을까...하는 작은 바램으로 천안역 근처 동회를 찾아가 잃어버린 카드를 신고하였다.

  

  그런데 웬 기적같은 일이...?  늘 10시 반쯤이면 잠자리에 드는데, 그날따라 11시 반까지 안자고 있었으니, 늦은 밤에 웬 전화가 온 거였다.  받아보니 목동역 역무원이라나, 잃어버린 카드를 내일 찾아가란다.  얼마나 고마운지...!  다음 날 감사의 표시로 역무원에게 빵을 사 전했고, 돌려받은 카드엔 비상금도 성인 유품도 고스란히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성인 유품은 어떤 경로로 예루살렘 글라라 수녀님을 통해 내 품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연치고는 참으로 값진- 성인의 유품이 거기에 끼어 있었기에- 내 마음과 신심의 귀한 유산임에는 틀림이 없어, 어렵사리 되찾아 기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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