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5.03.03 16:03

고향마을 소묘

조회 수 144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

 

  만일 내 고향(지금의 동작동 현충원)에 현충원이 자리해 있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 모습이 어땠을까?

아마도 그 넘어 반포나 흑석동처럼 고층 아파트로 빽빽하게 자리해 있을 터.

  거기에 존재하던 옛 동리 이름들- '위말, 아랫말, 능말, 농배'- 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지금은 구국 영령들을 모셔놓은 나라 묘지로 자리해 있지만, 나로서는 한강을 끼고 유독 그 동네만 수십년 나무

숲으로 덮혀있는 현충원의 울창한 모습이 오히려 대견하게만 여겨지는 것이다.

 

  산보삼아 인왕산과 더불어 가장 자주 가는 편인 '현충원'-

그곳엘 가면, 지금은 나무들과 동리가 있던 자리에 대신 몇 개의 현충원 관사들이 세워져 있지만, 어린시절에 놓여졌던 모든 것들이 그림처럼 떠오르는 것이고, 부담없는 산보 코스요 청정지역으로서 서울에서 그마만큼 좋은 곳이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마침 얼마 전, 그곳 사진 전시실에서 얻은 '초창기 국립묘지에 묘목을 심는 사진'이 있어, 내 기억의 희미했던 편린들을 생생히 되살려 놓기에 매우 훌륭한 자료가 되었다.  거기엔 옛 서울과 지방의 관문 구실을 톡톡히 한 한강변 '동재기 나루터'(현 동작역 자리)가 보이고, 내 어렸을 적엔 한강 건너 큰 모래벌엘 건너는 나룻배 서너척이 늘 정박 대기해 있었다.  가끔 할아버지를 따라 강 건너 넓디 넓은 백사장으로 건너 가 어촌 사람들이 끓여놓은 황복어탕을 먹거나, 겨울철이면 꽝꽝 두터이 얼어붙은 한강 얼음과 얼음 낚시로 낚아올린 빙어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낚시꾼들의 진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농배'라는 나루터 어민들 동네에 불과 2∼3집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7가구나 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는 것도 사진을 보고서야 알게 된 새로운 사실!   

  나루터 바로 안쪽으로 '반포'와 '배나무골'(요즘엔 반포행 평지 차도)로 넘어가는 언덕에 큰 신작로가 나 있어, 차가 전혀 안다니던 시절이라, 겨울 눈내린 뒤면 또래 아이들과 재잘거리며 신명나게 눈썰매를 지친 곳이기도 하고, 지금은 그 언덕길이 깍여 평지 넓은 차도로 변해 있어 반포 쪽으로 끊임없이 차들이 내달리고 있다.

  그렇게 어촌을 지나 '아랫말'로 이어지는 중간, 조금 높은 지역에 제법 큰 나무 한 그루가 서있고 곁에 집이 두어 채가 보인다.  그 한채가 바로 무당 아들인 '창렬'네 집.  봄이나 가을이면 큰 나무 밑에서 궂판이 벌어지기도 하여 동네 사람들의 연례 큰 구경거리가 되었다.  '창렬'이는 나와 같은 학년이면서도 내가 제법 떨어진 '윗말'에 살아선지 함께 어울리는 법이 별로 없었지만, 한 번은 하학길에 함께 걷다가 장난삼아 슬쩍 밀친 것이 화근이 되어 그 녀석 코피가 왕창 터지는 바람에 큰 범죄자인 양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안고 집에 돌아 와 은신한 일도 있었다.

 

  아쉽게도 집 가구가 제법 많았던 '아랫말'의 정경은 사진에 보이지 않는다.  '윗말'인 우리 동네로 올라가려면

늘 아랫말을 거쳐 지나 다녔고, 그 마을 사이엔 논과 밭들이 있어 겨울 썰매나 팽이치기의 놀이터가 바로 그곳이었고 깜부기를 따먹으며 아이들과 술레잡기를 할 때도 있었다. 

  지금의 현충원 정문 건너에는 내가 초교 1∼3학년 무렵에야 뻐스 종점이 생겨, 아이들이 학교를 오갈 때면 그 뻐스들을 공짜로 이용했으면 하는 간절함의 대상이었지만 어디 그게 쉽게 이뤄질 일이었겠는가.  왜냐면 윗말에서부터 '비개'라는 고갯길을 거쳐 흑석 2동에 있는 학교 까지는 어린 걸음으로서 상당히 먼 거리였기에...뻐스를 얻어 타는 것은 큰 행운이라 여겼던 것.

  오죽하면 우리 동네 윗말의 대부분 구교우 신자들 역시, 모처럼 주일 미사에 참례하려 성당에 오가는 길을 만만찮게 먼 길로 여겨, 부활이나 성탄 자정 미사에나 참석했던 특별한 기억 만이 남아있다.  그 당시 우리집 만이 외교인이었지만, 형이나 내가 천주교 교리를 배우는 것은 어른들이 매우 함함해 하셨고, 할머니는 성당이 가까운 흑석동으로 이사한 후, 구교우들의 영향으로 내가 초교 4학년 때 우리 집에서 첫번째로 세례를 받으셨다.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할머니를 따르던 나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을 계기로 고교 1년때 엄마와 함께 영세를 하였다. 

 

  어쩌면 동재기 윗말(10가구?) 천주교 동네로 이사간 것은 그 자체가 은총이었으니, '맹모삼천(孟母三遷)'의 지교가 나에게는 단 일천(一遷)으로 하느님 품으로 달아들 수 있는 계기였으니, 얼마나 큰 은총인가!  국립묘지가 들어서는 바람에 그 동네 구교우 신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른 동네로 이사하여 그 이후로는 거의 만날 수 없어, 지금쯤 어디에서 어떻게들 지내고 있을꼬...늘 궁금?  특히 늘 함께 놀았던 '기철, 기성' 형제와 '경례'...들이 보고싶다.

  그러나 언제든 현충원엘 가면 수십년 지기(知己)로서 반가이 만날 수 있는 공작봉과 지장사(옛 화장사), 공작천, 그리고 나무들이 있어 언제나 정겨운 곳!  옛 기억들과 함께 애오라지 기도할 수 있어 좋은 곳!  비록 인적은  지워졌어도, 사진에서처럼 모든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 나는 곳!  옛 동재기와 현 현충원이 결코 무관할 수 없는 하나려니, 내 개인의 신앙 역시 과거와 현재를 분리할 수 없는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곤즐박이 새 부부

    T 샘물같은 평화 한 차례 새하얀 산벚꽃이 지나간 봄의 자리에 연초록 봄의 이야기도, 어느덧 짙푸러져만 가는 성거산의 모습! 쥐방구리 드나들 듯 유리 문을 여닫을 때마다, 곧바로 건너다 보이는 후원의 기와 담장에 알에서 깨어나온 곤즐박이 아기 5마리가 ...
    Date2010.05.19 By Reply1 Views2501
    Read More
  2. No Image

    고향이 서울이면서도 시골스럽게 자란 덕분에...

    T 평화와 선   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 '서울'이라 하면 말씨가 느려선지, '충청도' 사람같은데요 하는 분들이 많다.  하기사 흑석동 넘어 '동작동(동재기)'이었으니, 내 어린시절엔 모든 게 시골 정황과 진배없었다.  초교 1학년 땐가, 비로소 뻐스 종점...
    Date2017.02.1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165
    Read More
  3. No Image

    고향의 미루나무

    T 평화/ 선   전에 얼핏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내 고향 '동지기'(현 동작동 현충원 자리)엘 가면 공작의 날개 형상으로 펼쳐진 지형 전체의 한가운데로 흐르는 작은 냇물이 있습니다. 현충원이 자리잡은 이후로 '현충천'이라 부르게 되었지만, 원래의 ...
    Date2014.05.1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891
    Read More
  4. No Image

    고향마을 소묘

    T 온 누리에 평화     만일 내 고향(지금의 동작동 현충원)에 현충원이 자리해 있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 모습이 어땠을까? 아마도 그 넘어 반포나 흑석동처럼 고층 아파트로 빽빽하게 자리해 있을 터.   거기에 존재하던 옛 동리 이름들- '위말, 아랫말, ...
    Date2015.03.0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45
    Read More
  5. No Image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 비

    T 평화/ 선 그렇게 화사했던 단풍이 삶과 죽음의 예표인 양 이제는 겨울 준비로 훌훌 옷을 벗고 있다. 자연의 변화하는 모습과 더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죽음'의 깊이를 묵상하게 되니 이미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특별히 기억하며 기도하는 '위령성월'이기도 ...
    Date2009.11.08 By Reply2 Views2066
    Read More
  6. No Image

    겨울 새들아, 춥지않니!?

    T 평화 & 선   이렇게 날씨가 추운 날에 외출이라도 하면, 체질적으로 추위를 많이 타 우선 손발이 시려워 4계절중 겨울은 제발 '빨리가라...'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어쩌랴?  "추위야 더위야, 주님을 찬양하라.  얼음과 눈들아, 주님을 찬...
    Date2014.12.08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45
    Read More
  7. No Image

    게으름의 변명

    T 평화를 빌며... 혼인이 많은 주말이면 늘상 수도원 정원으로 와 2-3일씩 묵어가는 행려자가 있습니다. 30대 중반쯤으로 겉보기엔 체격이 아주 건장해 보이는 사람입니다. 틈만 나면 풀을 뽑고있는 저의 모습이 그에겐 이상하게 비쳤던지 하루는 이렇게 질문...
    Date2012.06.27 By김맛세오 Reply0 Views3786
    Read More
  8. No Image

    강화도 글라라회 수녀님들

    T 평화/ 선 배요셉 신부님과 약속이 되어 4년 만에 간 강화도 창후리 길은, 이미 벚꽃 따위가 다 저버린 서울과는 달리 지나는 곳마다 개나리며 진달래, 벚꽃이 만개하여 온통 한마당 꽃잔치중이었습니다. 마치 봄소풍 나들이를 가 꽃 속에 파묻힌 어린아이처...
    Date2012.04.25 By김맛세오 Reply0 Views2875
    Read More
  9. No Image

    강화도 글라라회 수녀님들

    T 평화/ 선 배요셉 신부님과 약속이 되어 4년 만에 간 강화도 창후리 길은, 이미 벚꽃 따위가 다 저버린 서울과는 달리 지나는 곳마다 개나리며 진달래, 벚꽃이 만개하여 온통 한마당 꽃잔치중이었습니다. 마치 봄소풍 나들이를 가 꽃 속에 파묻힌 어린아이처...
    Date2012.04.25 By김맛세오 Reply0 Views2707
    Read More
  10. No Image

    강 따라 걸으면서...(2)

    T 평화와 자비 비가 오는 창 밖을 물끄럼히 내다보노라니 떨어지는 낙숫물처럼 상큼하게 떠오르는 가까운 추억들...  며칠 전 저희 5명의 형제들이 걸었던 섬진강변 벗꽃길들이 화사하게 피어오릅니다. 화무십일홍(花舞十日紅)이라지만, 제 가슴에 핀 그...
    Date2016.05.0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1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