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0.07.01 09:31

설악산 다람쥐

조회 수 2142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누리에 평화

한 10년은 되었을 게다.
나를 포함한 5명의 형제들이
3박 4일, 설악산 '서북능선' 코스를 탄 적이 있다.
그렇듯 험한 코스라는 걸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결코 따라가지 않았으리라.
끝나는 날, 상봉동 터미널에 내렸을 때의 그 기분은
얼마나 고신각고의 험난한 등정이었던지
마치 한국을 떠나 오랜 세월 지내다 귀국한 느낌이었으니까...

그런데 중간 중간 쉴 때마다 있었던 일이다.
아마도 등산객들이 던져준 간식에 익숙해져 버렸는지
배낭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숲 속에서 다람쥐들이 출몰하여
먹거리에 눈독을 드리는 게 아닌가.
처음엔 신기하고 귀여운 나머지 과자며 땅콩이며...
거의 다 걔들에게 주 곤 했지만,
나중엔 하도 많이 달려들어 골칫거리가 되었다.

지금도 '백레오' 형제님의 손사래와 함께
다람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

야외 미사를 하는 중이었다.
바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보니,
베낭 속에까지 다람쥐가 들어가 먹거리를 뒤지고 있는 게 아닌가.
형제님은 베낭 속의 다람쥐를 쫒으려고 미사를 드리다 말고
자꾸만 손사래를 치며 안간 힘을 쓰셨으니,
그런 헤프닝을 보고 어찌 웃음이 나지 않겠는가.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사람들이 귀엽다고 먹거리를 다람쥐들에게 주다 보면
야생성을 잊어버려 겨울 식량을 저장해 놓지 못한단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주지 말라는 결론이다.

얼마 전 어느 산사의 스님이
새들에게 갖가지 모이를 준비해 매일 주다 보니,
엄청 많은 새들의 식량거리 준비로
새들과의 친교를 위하여
가계부 지출도 만만치 않겠다 싶다.
스님과 친해진 새들이 머리에도 앉고 손에도 앉고...하겠지만...
그 프로를 보면서 위의 예와 같은 이야기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인 측면에선 사람과 새가 먹이로 인해 친밀해 질 순 있지만
새들의 자연 생태계 질서는 그마만큼 깨어진다는 것.

새벽 4시 반쯤이면 온갖 새들의 지저김이 요란한 성거산!
동물들의 생태계를 염려하여 좋아하는 개 기르기도 접어 두고,
곤충들의 생명을 염두에 두어
잔디에 약을 뿌리는 일 따위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다.
풀을 뽑다 보면, 어린 메뚜기 방아깨비, 꼼지락거리는 지렁이들하며
갖가지 잠자리들에 날벌래들...등, 무수한 곤충들의 천국!
때로는 독사나 살모사를 바로 코 앞에서 만나더라도
눈만 껌뻑이며 요지부동일 뿐
살기를 전혀 띄지 않는 것은,
해하고 해침의 경험이 없는 순수한 상태이기 때문이리.
어디에 숨어 있다가 때가 되면 이렇듯 숱한 생명들이 출몰하게 되는지...경이로움 자체로고!!!

뉘 이런 질문을 했다.
비숫한 시골인데, 제가 사는 산골엔
새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으니 웬일이죠?

이곳 성거산에
새들의 지저귐이 그치지 않는 것은,
먹거리가 풍부하고 인간의 개입이 거의 없는
자연 생태계 그대로이기 때문이라고...
  • tripina 2010.07.10 09:06
    작성자 맛이 어느분이신지 궁금했었습니다. 글을 읽으면 눈에 선하고 하느님의 작품인 자연을 더 생각하게 하는 잔잔함이 있었는데 어제 뵈오니 글의 느낌처럼 잔잔하시고 단아하신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 2010.07.10 09:06
    T ㅋㅋ...그러셨군요^*^
  • 아스라이 2010.07.10 09:06
    점점 좁아지는 자연의 그대로 고이고이 보존하시길...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7 새 가족들이 생겨...이 아니 즐거우랴!? T 평화가 샘물처럼 우리 원내엔 큰 연못 2, 작은 연못 3개나 있으니 요즘처럼 시도때도 없이 폭우가 쏟아지는 때면, 연못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크고 작은 폭... 3 2010.08.31 2177
196 포도철과 보나의 어머니 T 온누리에 평화 '성거읍' 하면 거봉으로 유명- 이맘 때 포도철이 오면, 청포도와 거봉이 그야말로 주저리 주저리 열리는 신나는 고장이라. 무엇보다도 큰이모(부... 2010.08.31 2440
195 정들었던 카메라와의 별리(別離) T 평화/ 선 예전, 고문(古文)중 '조침문(弔針文)'이란 글이 떠오른다. 오래 함께 써왔던 바늘이 못쓰게 되어 그동안 정들었던 관계성을 의인화해서 조문처럼 써내... 3 2010.08.13 2002
194 이보다 더 좋을 수가! T 온누리에 평화 전망 좋은 방 앞 의자에 앉아 이렇듯 책을 읽고 있노라니, 세상의 행복이 다 내 것인 양 한껏 감사지정에 푹 젖는다. - 물론 존재의 주인이신 하... 2 2010.08.06 2043
193 산책 겸 운동 T 평화/ 선 올해 70세가 되시고 오래 전 이민의 삶을 선택하신 롱아일랜드의 작은엄마가 가끔 좋은 메일을 주신다. 지난 봄이었나싶다. 연락도 없이 갑짜기 학교 ... 1 2010.07.18 2137
192 임종이 가까운 고종 사촌의 소식! T 온누리에 평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 평소 느끼지 못하며 살다가도 주변 가까운 이들이 하나 둘 떠날 때마다, 영육간(靈肉間)의 별리를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 2010.07.11 2609
» 설악산 다람쥐 T 온누리에 평화 한 10년은 되었을 게다. 나를 포함한 5명의 형제들이 3박 4일, 설악산 '서북능선' 코스를 탄 적이 있다. 그렇듯 험한 코스라는 걸 조금이라도 알... 3 2010.07.01 2142
190 외로움과 고독...!? T 평화와 선 눈을 뜬 새벽 5시, 라디오서 흘러나오는 선율과 가사가 솔깃 귀를 간드린다: "그댄 외롭고 쓸쓸한 여인, 끊임없이 방랑을 하는... 밤에는 별 따라 낮... 1 2010.06.29 2181
189 "나, 가요!" T 온누리에 평화가... 얼마 전 산청에서 일주일 연피정이 있었다. 오랫만에 흐르는 경호강을 대하니 그렇듯 흐르는 시퍼런 물만큼이나 세월의 깊고 긴 이야기들이... 2010.06.08 2243
188 곤즐박이 새 부부 T 샘물같은 평화 한 차례 새하얀 산벚꽃이 지나간 봄의 자리에 연초록 봄의 이야기도, 어느덧 짙푸러져만 가는 성거산의 모습! 쥐방구리 드나들 듯 유리 문을 여... 1 2010.05.19 250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