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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9 21:25

동심이 발동하여...

조회 수 1983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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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얼마 전이었다.
점심을 한 후 바로 옆 능선 넘어로 산책을 나갔다.
멀리 정상에 자리잡은 레이다 기지가 한 눈에 보이고
계곡을 따라 조금만 걷다 온다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동심이 발동하여 자꾸만 멀어져만 갔다.

난 어릴 때 무척 호기심이 많아
동작동 뒷산에서 들려오는 여치의 소리를 따라
한걸음씩 멀리 가다보면 숭실대 쪽 능선을 이어
관악산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제법 먼 곳까지 갈적이 많았다.
그 당시엔 사당동과 신림동...주변엔
사람이나 집이라곤 한 채도 볼 수 없는 산(山)... 뿐인 오지였었다.
어쩌다가 멀리 사람이 눈에 띄면,
문둥이라 여겨 무서움이 엄습해 와 그만 헐레벌떡 집을 향해
냅다 달음질치기가 일수였으니까.
(어른들의 말씀에, 그곳엔 문둥이가 나타나 아이들 잠지를 떼어간다
했으니까...그래서 삶아 먹으면 병이 났는다는...!)

산책을 나간 그날은 바로 비숫한 동심의 발로에서였다.
조금만 더 가면 무엇이 나올까...호기심에 그만 자제력을 상실했고,
급기야는 늘 궁금하게만 여기던 레이다 기지 앞까지 다다랐다.
거기서 영지 버섯을 따러 나온 어느 아저씨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만 정도를 벗어나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산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경험이 있는 나로선 그때부터 몹시 당황하기 시작...보여야 할
기지까지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주머니에 있어야 할 휴대폰도 없었다.
지름 길이라 여겨 길 아닌 길로 달리고 달리다가
급경사진 계곡 아래로 굴러떨어지기도 했는데
뽀족 칼 바위를 바로 코 앞에 두고 스톱이 된 것은
정말 기이한 기적만 같아 절로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아마도 사고로 이어졌다면 아무도 모를 까마귀 밥이 되었으리.
그렇게 헤메다 천신만고 끝에 수도원에 돌아 온 시각은
4시간 반이나 걸린 6시 저녁기도 시간이었다.

산책을 나가 장장 4시간 반의 등산을 하고 돌아 왔으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호기어린 동심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걸 보면
어쩜 내 인생 여정의 평생에 적용되나 보다.

어쨌거나 우연찮게 성거산을 섭렵할 수 있었던
기억에 남을 만한 특이한 경험이어서
하느님께 무척 감사드렸다.
  • 앗숨 2007.03.26 23:01
    ~.~!! 사람이나 집 한채 없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 마을들....잠시 옛 모습을 엿 볼 수 있어 흐믓합니다^^
  • 2007.03.26 23:01
    T 금석지감(今昔之感), 먼 세월의 뒤안길...그렇지요...서울대며 봉천동,신림동...빽빽히 들어선 집들의 자리에 오직 들과 산 만이 보였다면 상상이나 가질까요...ㅎㅎ!
  • 박필 2007.03.26 23:01
    정말 길 잃어버리면 큰 낭패입니다...산에서 곧잘 그런 일이 발생...
    다행이군요...몸조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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