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06.04.08 09:30

관악산 이야기

조회 수 2380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난, 고향 이야기만 나오면 '동지기(동작동; 현 현충원 자리)'와 '관악산'을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동지기'는 관악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형상 관악산의 줄기로서 그 끝자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어릴적 '동지기'에 살았을 때, 나는 여름이면 곧잘 여치- ("또르르-" 우는 여치 울음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아 잡고 싶었으니까)- 를 잡으러 현 숭실대쪽 가까운 언덕에 까지 올라가 곤 하였는데, 거기에서 훤히 보이는 관악산의 정경과 함께 정상 가까이에 처해 있는 '염주암'을 대하면서 아련한 소년의 꿈을 키웠으니까... 그 언덕과 관악산 사이엔 지금은 봉천동이며 신림동, 서울대학 켐퍼스...등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들어섰지만, 그 때만해도 전원의 풍경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벽안 시골이었다. 그리고 '염주암' 훨씬 아랫쪽엔 커다란 바위 굴이 보였는데, 집에 와선 어른들에게 그 야그를 하면 그게 바로 호랑이 굴이란다. 무서운 호랑이지만 한번쯤 그 굴에 가서 호랑이를 만나면 스릴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늘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때로는 관악산 호랑이가 한방중 동네로 내려와 비호같은 날램으로 동네 개들을 물어갔다는 사실같은 루머가 번지곤 했다.

또 하나 숭실대쪽 언덕엘 오르면, 거기엔 '자라는 돌'이란 햇볕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신기한 돌 무더기가 있어, 가끔 몇 개 정도 떼어다가 집에 가져가 신비한 보물처럼 애지중지 들여다 보며 얼마큼 자랐는가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정작 잡으려한 여치는 한 번도 잡지 못하고 번번히 잡힐까 말까 초긴장 상태에서 결국 놓지고 말은 기억 뿐이었으니, 여치가 어린 내 손에 날 잡아라 쉽게 잡힐리가 만무했다. 다만 동네 형아들이 잡아다 준 여치를 멋지게 만든 밀집에 넣고 호박꽃을 넣어주면 그렇게 잘 울 수가 없었다. 한여름 툇마루에서 여치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는 운치를 요즘 시골 아이들도 맛보기나 하는걸까...?

그리고 아마도 숭실대쪽 산자락 어딘가엔 나환자촌이 있었나보다. 내가 그곳에 갔다 왔다고 하면, 어른들은 "얘 좀 보게! 거기가 어디라고 함부로...문둥이가 잠지를 떼어다가 삶아 먹는 걸 모르나 보지...?" 그런 기분 나쁜 이야기가 생각나 어느땐가 멀리서 사람이 나타날 때면, 틀림없이 문둥일거란 생각과 함께 정말 내 잠지를 떼어가면 어쩌나 싶은 불안한 마음에 혼비백산 냅다 달음칠치던 생각이 난다.

* * *

'관악산'에 얽힌 이야기 중에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은 엄마에 관한 사연.
그 무렵은 6.25 사변 이후라 너나 할것 없이 온 국민이 허리르 졸라 매어야 했던 어려운 시절. 엄마 역시 여자의 몸이면서도 그런 난세를 극복하시려 할아버지, 큰 삼촌 그리고 윗 집 '광식'이 엄마와 함께 지게를 지시고 관악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시장에 파셨으니, '동지기'에서 관악산이 꽤나 먼 거리요 게다가 나무 하시기에 만만챦은 악(岳)산이니 그 고초가 가히 어떠하셨을꼬! 관악산은 그렇게 엄마의 허리가 휠 고된 장소여서, '관악산'을 바라보노라면, 심히 고생하셨을 엄마의 추억이 서려 눈시울이 젖는다.
세월이 훨씬 지난 중1학년 방학 때는 숙제로 식물 채집을 하러 할아버지와 함께 남태령 고개 쪽 관악산엘 간 적도 있었다. 희귀 식물이랄 것은 없지만 잘 채집된 덕분에 상을 받고 전시도 되어 가슴 뿌듯했던 기억도 되살아 온다.

그 '관악산'에, 내일 우리 형제들이 탈북 형제 자매들과 등반을 한다기에 나도 따라가기로 맘먹었다. 6.25 무렵에 월북한 내 아버지가 아직 북쪽에 살아 계실지...설혹 돌아가셨다해도 배다른 나의 형제들이 그곳에 살고 있을테니, 탈북 형제들이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는다.

'관악산', '동지기', 엄마 그리고 탈북 형제 자매들-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얽히고 섥힌 애환들이요, 또한 내 동심이 애메랄드처럼 파아랗게 묻어날 듯한 잊을 수 없는 이름들!!!

'관악산'은 그렇게 내 어릴적 정기를 이어받아 사뭇 정이 푹든 고향산이라 지금도 늘 그리움과 가보고픈 맘이 드는 산임에랴!
  • 사랑해 2006.04.12 16:09
    '맛'님! ^^ 안녕하셔요?
    관악산 다녀오신 얘기도 좀 올려주세요..
    귀여운 빡빡머리 아이랑 할아버지가 산을 누비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흐믓하고 또 넘 부럽습니다...전 오빠 바로 다음 연년생으로 태어나서 오빠 먹을 젖을 뺏어 먹는다며, 할아버지한테 엄청 구바?받았거든요ㅜㅜ;;
    다른 사람들을 볼때요, 그 사람의 아이적 모습을 한번 떠 올리게 되면 이상하게 정이 가고, 미운 사람도 덜 밉고 그런 것 같아요.. 무엇보다 측은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남편이 미울때, 저는 바닷가에 아버님 손잡고 코 흘리며 헤~~하고 웃고 있는 남편의 사진을 보곤 합니다..그럼 한번 더 '먼저' 다가가게 되더라구요..^^무엇보다 아들녀석과 넘 똑 같은 아이적 웃는 모습이라서 그런지도..남편이 미울때라도 그 남편을 쏙 빼닮은 아들녀석은 넘 이쁘거든요..*^^*
    좋은 느낌들 늘 기다리겠습니다... 성 프란치스꼬 사부님과의 불타는 사랑얘기도 좀 살짝 나눠 주시면 안될까요? ^^ ;;
  • 2006.04.12 16:09
    T 아이 엄마이신 "사랑해님"의 예쁜 마음과 관심...무척 고맙구요, 아드님과 부군께서는 좋은 엄마, 아내를 두셨군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관악산 이야기 T 평화와 선. 난, 고향 이야기만 나오면 '동지기(동작동; 현 현충원 자리)'와 '관악산'을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동지기'는 관악산으로부터 멀... 2 2006.04.08 2380
456 광화문 문화 예술 축제 마당을 지나치면서... T 온 누리에 평화   오전 재속회 월례회를 마치고, 여유로워진 오후에는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이번엔 늘상 택했던 인왕산 길이 아닌 시청 앞- 광화문- 경... 김맛세오 2017.10.09 1042
455 교황님과의(꽃동네) 만남 T 평화 / 선   '교황님과 수도자들과의 만남'이란 목적으로, 대중 교통 뻐스를 이용해 저로서는 약 10여년 만에 꽃동네를 방문했습니다. 그동안 꽃동네는 모든... 김맛세오 2014.08.18 1906
454 구절초의 계절이 돌아 왔군요! T 평화가 강물처럼... 어제, 서울 제기동에서의 지역회의가 있어 모처럼의 외출을 하고 새까만 밤에 돌아왔다. 날씨가 흐려서 걸어 올라오는 길이 매우 깜깜했지... 2008.09.25 1645
453 그때 나는 죽었습니다. 마음은 원한다. 돈, 유명세, 힘..등을 심지어 '천국(天國)'도 원한다. 그러나 마음이 원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죽음'이다. - 물론 자살하는 사람도 있지만... idiot 2008.10.24 1731
452 그래도 감사지정에 폭 빠져...! T 온누리에 평화 파아란 가을 하늘에 햇곡식이며 주렁주렁 먹음직스런 햇과일들! 예년의 추석 명절엔 늘 그랬었는 데... 계속되는 이상 기온으로 계절조차 정신을... 2010.09.22 2359
451 기다림의 행복 T 온누리에 평화를. 눈이 살짝 덮힌 여기 성거산 겨울과 함께 이 시작되는 시기. 대림초 주변에 꾸밀 소박한 소재를 찾아 헤메다 드디어 졸졸 흐르는 계곡 근처 ... 9 2006.12.04 2829
450 기도와 백인대장의 신심 T 평화와 선   "예수님께서는 감탄하시며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내가 진실히 이르노니, 이스라엘의 그 뉘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마태 8,10> ... 김맛세오 2017.12.04 1252
449 기도와 함께 했던 소중한 만남들 T 축, 성탄/ 근하신년 2007년, 지난 해의 내 여정을 반추해 보며 가까이 만났던 분들을 떠올린다. 먼저 우리 수도회 가족인 여러 형제들이 떠오르고, 지난 해 세... 2007.12.29 2261
448 기쁜 까마귀 소리 T 평화와 선 격세지감이랄까요! 세상이 참으로 많이도 변했습니다. 앞 마당 화단에 물을 줄 때면 으례히 들리는 웬 까마귀 소리...!? 까마귀 하면, 어릴적 의정부... 김맛세오 2012.04.17 2696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