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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8 09:30

관악산 이야기

조회 수 2392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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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난, 고향 이야기만 나오면 '동지기(동작동; 현 현충원 자리)'와 '관악산'을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동지기'는 관악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형상 관악산의 줄기로서 그 끝자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어릴적 '동지기'에 살았을 때, 나는 여름이면 곧잘 여치- ("또르르-" 우는 여치 울음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아 잡고 싶었으니까)- 를 잡으러 현 숭실대쪽 가까운 언덕에 까지 올라가 곤 하였는데, 거기에서 훤히 보이는 관악산의 정경과 함께 정상 가까이에 처해 있는 '염주암'을 대하면서 아련한 소년의 꿈을 키웠으니까... 그 언덕과 관악산 사이엔 지금은 봉천동이며 신림동, 서울대학 켐퍼스...등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들어섰지만, 그 때만해도 전원의 풍경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벽안 시골이었다. 그리고 '염주암' 훨씬 아랫쪽엔 커다란 바위 굴이 보였는데, 집에 와선 어른들에게 그 야그를 하면 그게 바로 호랑이 굴이란다. 무서운 호랑이지만 한번쯤 그 굴에 가서 호랑이를 만나면 스릴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늘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때로는 관악산 호랑이가 한방중 동네로 내려와 비호같은 날램으로 동네 개들을 물어갔다는 사실같은 루머가 번지곤 했다.

또 하나 숭실대쪽 언덕엘 오르면, 거기엔 '자라는 돌'이란 햇볕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신기한 돌 무더기가 있어, 가끔 몇 개 정도 떼어다가 집에 가져가 신비한 보물처럼 애지중지 들여다 보며 얼마큼 자랐는가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정작 잡으려한 여치는 한 번도 잡지 못하고 번번히 잡힐까 말까 초긴장 상태에서 결국 놓지고 말은 기억 뿐이었으니, 여치가 어린 내 손에 날 잡아라 쉽게 잡힐리가 만무했다. 다만 동네 형아들이 잡아다 준 여치를 멋지게 만든 밀집에 넣고 호박꽃을 넣어주면 그렇게 잘 울 수가 없었다. 한여름 툇마루에서 여치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는 운치를 요즘 시골 아이들도 맛보기나 하는걸까...?

그리고 아마도 숭실대쪽 산자락 어딘가엔 나환자촌이 있었나보다. 내가 그곳에 갔다 왔다고 하면, 어른들은 "얘 좀 보게! 거기가 어디라고 함부로...문둥이가 잠지를 떼어다가 삶아 먹는 걸 모르나 보지...?" 그런 기분 나쁜 이야기가 생각나 어느땐가 멀리서 사람이 나타날 때면, 틀림없이 문둥일거란 생각과 함께 정말 내 잠지를 떼어가면 어쩌나 싶은 불안한 마음에 혼비백산 냅다 달음칠치던 생각이 난다.

* * *

'관악산'에 얽힌 이야기 중에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은 엄마에 관한 사연.
그 무렵은 6.25 사변 이후라 너나 할것 없이 온 국민이 허리르 졸라 매어야 했던 어려운 시절. 엄마 역시 여자의 몸이면서도 그런 난세를 극복하시려 할아버지, 큰 삼촌 그리고 윗 집 '광식'이 엄마와 함께 지게를 지시고 관악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시장에 파셨으니, '동지기'에서 관악산이 꽤나 먼 거리요 게다가 나무 하시기에 만만챦은 악(岳)산이니 그 고초가 가히 어떠하셨을꼬! 관악산은 그렇게 엄마의 허리가 휠 고된 장소여서, '관악산'을 바라보노라면, 심히 고생하셨을 엄마의 추억이 서려 눈시울이 젖는다.
세월이 훨씬 지난 중1학년 방학 때는 숙제로 식물 채집을 하러 할아버지와 함께 남태령 고개 쪽 관악산엘 간 적도 있었다. 희귀 식물이랄 것은 없지만 잘 채집된 덕분에 상을 받고 전시도 되어 가슴 뿌듯했던 기억도 되살아 온다.

그 '관악산'에, 내일 우리 형제들이 탈북 형제 자매들과 등반을 한다기에 나도 따라가기로 맘먹었다. 6.25 무렵에 월북한 내 아버지가 아직 북쪽에 살아 계실지...설혹 돌아가셨다해도 배다른 나의 형제들이 그곳에 살고 있을테니, 탈북 형제들이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는다.

'관악산', '동지기', 엄마 그리고 탈북 형제 자매들-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얽히고 섥힌 애환들이요, 또한 내 동심이 애메랄드처럼 파아랗게 묻어날 듯한 잊을 수 없는 이름들!!!

'관악산'은 그렇게 내 어릴적 정기를 이어받아 사뭇 정이 푹든 고향산이라 지금도 늘 그리움과 가보고픈 맘이 드는 산임에랴!
  • 사랑해 2006.04.12 16:09
    '맛'님! ^^ 안녕하셔요?
    관악산 다녀오신 얘기도 좀 올려주세요..
    귀여운 빡빡머리 아이랑 할아버지가 산을 누비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흐믓하고 또 넘 부럽습니다...전 오빠 바로 다음 연년생으로 태어나서 오빠 먹을 젖을 뺏어 먹는다며, 할아버지한테 엄청 구바?받았거든요ㅜㅜ;;
    다른 사람들을 볼때요, 그 사람의 아이적 모습을 한번 떠 올리게 되면 이상하게 정이 가고, 미운 사람도 덜 밉고 그런 것 같아요.. 무엇보다 측은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남편이 미울때, 저는 바닷가에 아버님 손잡고 코 흘리며 헤~~하고 웃고 있는 남편의 사진을 보곤 합니다..그럼 한번 더 '먼저' 다가가게 되더라구요..^^무엇보다 아들녀석과 넘 똑 같은 아이적 웃는 모습이라서 그런지도..남편이 미울때라도 그 남편을 쏙 빼닮은 아들녀석은 넘 이쁘거든요..*^^*
    좋은 느낌들 늘 기다리겠습니다... 성 프란치스꼬 사부님과의 불타는 사랑얘기도 좀 살짝 나눠 주시면 안될까요? ^^ ;;
  • 2006.04.12 16:09
    T 아이 엄마이신 "사랑해님"의 예쁜 마음과 관심...무척 고맙구요, 아드님과 부군께서는 좋은 엄마, 아내를 두셨군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돌아가셨어도 아름다운 분들!

  2. 관악산 이야기

  3. 모전여전(母傳女傳)이라...?

  4. 삶,죽음 그리고 부활

  5. 자연- 하느님의 계시

  6. 여행은 영원한 본향을 향한 예행 연습...?

  7. 할머니와의 데이트

  8. 반갑다, 하이얀 인동초야!

  9. 멀고 먼 곳에서...

  10. 얼마나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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