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8.05 19:39

가을 스케치 1

조회 수 2249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가을 스케치


말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얼마만큼의 침묵이며
빼어난 그림은 알맞게 자리 잡은 여백이 있다

침묵과 여백은 창조주의 언어요
아버지의 넉넉한 품
어머니의 푸근한 가슴
생명의 시원에서 태를 열게 한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어느 날
나는 내가 그려온 그림을 보았다
여름의 열을 이기고 가을의 평온에 다다르고 있는지.

침묵이 많지 않던 젊은 시절엔
가을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때는 죽음이 멀리 있어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지금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삶의 생각을 많이 한다

가을에 죽으려면 여러 가을을 아름답게 살고
더 속속들이 가을에 정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 살을 가을에게 내 주고
내 영혼도 가을 산하를 굽이굽이 넘어가려면
神이 머물 여백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어디쯤 왔나
여름을 지나 초가을의 문턱에 와 있다
여름의 열기를 찬물로 씻어내
백가지 애환을 눈 감기고
느긋하고 편안한 도취
전율이 따르지 않는 한 가닥의 향심에 머물
안정된 좌석을 마련하려 한다

해질녘 갯벌에 비치는 찬란한 광휘
하늘에 얹혀가는 구름
더 먼데로 눈길을 던지면
그 아득하고 무량한 곳에 무엇이 있을까.

불러도 또 불러도 대답이 없는 분을
다시 부르는 호명의 목소리를 하늘로 보낸다면
저기 손시렵게 새파란 하늘은 어떠한 메아리를 울려 보낼지.
내 인생의 하오에 접어들어
이젠 많지 않은 시간
낡은 기계를 정비하듯이
내 자신의 남루를 골똘하게 손보아야 겠다

수 없이 찾았건만 아직도 무량한 허망들을 살펴보아야지
느끼면 느낄수록 하늘의 음성을 내 한사코 피해 온 일이 없었나를 돌이켜 보아야지
그리고 그 까닭을 되뇌어도 보아야지

가을의 문이 열리는 곳에
제일 영롱한 내 오성의 창을 열어놓아야지
일관된 삶과 충실로 엮은 선을 표나지 않게 감추고
아버지가 주시는 기쁨의 명약으로 상처를 다독여야지

마음이 길을 열면 어디서나 함께 있고
무게도 두께도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언제나 곁에 있을 수 있다.

내가 말하는 건
반은 희구요
반은 어림집작의 몹시 조심스런 나의 믿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느 날엔가 낙엽이 떨어지는 작은 음향 속에
고요하고 유순하게 영면에 안기는 가을이면 좋겠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profile image
    홈페이지 보물 2015.08.18 22:12:59
    '마음이 길을 열면 어디서나 함께 있고'
    너무 멋진 표현입니다.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51 수요신학강좌에 초대합니다 수요 신학 강좌 ☞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는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성서와 영성을 중심으로 하는 신학강좌를 마련하였습니다. 1. 수업기간: 200... 기경호 2006.02.09 5882
850 수영장에서 잉어의 신비를 관상하며! 수도원 안에서의 틀에 박힌 생활로는 뚫고 들어가기 힘든 세계를 수영이라는 운동이 열어주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수영이 몸에 익으면서 부드러운 물 속에... 2 고 바오로 2011.12.26 8727
849 수사야 놀자 ~` 내가 만난 수사와의 대화 수사 : 성령님의 믿음을 가지지 않으면 결코 구원을 받을수 없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배워야 한다 나 : 언제부터 가톨릭이 개신교 철야운... 1 비둘기 2006.07.29 8328
848 수련소 노트북 구합니다   수련자들이 강의 중 프레젠테이션,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 강의와 그 외 행사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노트북을 필요로 합니다. 수련소에서 지금까지 사용해... 김상욱요셉 2014.01.29 4264
847 수련 착복 축하드립니다 ^^ + 평화와 선 너무나 반가운 형제님이 보여 글을 올립니다. 지난 13일 일이 있어 수도원에 갔었는데, 새로 오신 형제님께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고, 도와 주셨는... 정마리아 2006.09.18 5627
846 수도자를 위한 행복웃음 감성치유 수련 전문 자격과정 http://cafe.daum.net/yeglina1004수도자를 위한 행복웃음&#8228;감성치유 수련 전문 자격과정 행복과 꿈의 성취를 이루는 무한 성장에너지 웃음 창조 - 일 정 20... 조현옥 세실리아 2011.07.29 5971
845 수도원 카페이야기 5 수도원카페 이야기 5. 소외되어보기 출근길 쌉쌀한 공기가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 추운 기온은 움츠리게  만들지만 정류장까지 가는 발걸음을  바삐 해주... 김상욱요셉 2023.12.07 89
844 수도원 카페 이야기_1,"엄마의 오늘의 단상" 글을 쓰면서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의 깊이를 더하려는 이가 있습니다. 제가 그분 대신 그분의 글을 공유하려 합니다. 우리는 글을 쓰면서 자기를 이해하고 자기를... 김상욱요셉 2023.11.24 188
843 수도원 카페 이야기 7 수도원 카페 이야기  7. 그 마지막. 아쉬움 비오는 날 수도원 카페에 봉사 올 때면 나는 꼭 기다란 장우산을 준비하고 사용한다. 그리고는 수도원 카페를 들어서... 김상욱요셉 2023.12.12 85
842 수도원 카페 이야기 6 수도원 카페 이야기 6. 바깥 풍경을 안으로 품다. 수도원 카페는 커다란 유리창을 가지고 있다. 그 유리창을 통해 밖에서는 카페안을 느끼고 카페 안에서는 라일... 김상욱요셉 2023.12.12 91
841 수도원 카페 이야기 4 3 해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것을 나는 매일의 생활 속에서 확인한다. 일찍 출근 해야하는 아들아이를 4시에 깨우고 아침준비를 하고 블라인드를 열면 창밖... 김상욱요셉 2023.11.30 147
840 수도원 카페 이야기 3 4 수도원 카페는 여느 카페와 달리 테이블과 테이블의 간격이 넓다. 이 곳을 찾은 손님들의 주변을 신경써야하는 불편함을 덜기 위한 세심한 배려인것 같다. 손님... 김상욱요셉 2023.11.30 135
839 수도원 카페 이야기 2 수도원 카페 이야기 2 마트에 가면 우리의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다.  1+1 혹은 2+1. 그중에서도 더 끌리는 쪽은 1+1 인 듯 하다. 하나를 사면 같은 값어치의 하... 김상욱요셉 2023.11.25 108
838 수도원 뒷뜰의 봄 http://cafe.daum.net/angellee5030 벚꽃이 눈이 부시다.. 4/10 후원회 미사 후~ 모처럼 미사에 나온 보나와 함께 수도원 뒷뜰로 가 보았다. 보나는 이번에 실베... 안젤라 2006.04.12 7607
837 수도승과소나기 어떤 수도승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깨닫고자 수행처에서 묵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알지 못했다. 그 수도승은 끝내 깨닫지 못하자 포기... 일어나는불꽃 2016.08.20 938
Board Pagination ‹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