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6.25 17:27

하늘 정원에 피는 꽃

조회 수 29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하늘 정원에 피는 꽃 (신안 지도공소 고사마을의 다섯 자매의 삶을 보며 )

1
어느 날
하늘 정원에 꽃들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꽃들을 보려고 거기에 갔습니다.

여름날 강인한 열정으로 피어나는 노랑 나리꽃
순백의 송이로 환하게 웃는 함박꽃
가을 하늘 아래 깨끗하고 수수하게 피는 들국화
보랏빛 눈망울에 맑은 이슬담은 물망초
고사리 손에 핀 빨간 채송화

꽃들은 다투지 않고
저마다의 색깔과 진한 향기로 창조주를 찬미하면서
생명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2
나는 그들의 염원과 진홍의 사랑과 전율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었습니다.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생명의 충일로
마침내 가슴을 쪼개고 마는 석류의 파열 속에
유리를 입힌 듯 반짝이는 붉은 홍옥들의 눈망울을 보았습니다.

3
한 개비 성냥으로 능히
지옥의 불바다를 부를 수 있는 위험한 불씨
죄의 끈질긴 유혹과
목덜미에 휘휘 감기는 고독과 외로움
좌절에 기울었던 그만큼이나
헐벗은 영혼의 추운 눈시울을
따스한 불가에 녹이고 싶은 마음을 보았습니다.

4
사랑하는 건 부끄러운 감정이 아닙니다.
속으로만 삭이던 말을 밖으로 내 보내도 괜찮습니다.
슬픈 여인들의 얘기가 어디 한두 가지에 그치겠습니까?
슬픔속의 종자 같은 그녀들의 내심에 핀 지순한 소망의 꽃잎들
속마음을 비추는 벌거벗은 촛불 앞에
미사가 끝난 후
텅 빈 성당의 쓸쓸한 제대 같은 모습이 고요히 비쳐 오는 시간을 압니다.

5
생명을 낳은 모성이여!
가시덩굴에서 피는 장미를 보십시오.
눈부신 그 기쁨을 보십시오.
빛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기쁨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자유도, 예술심도, 상냥함도, 기도의 말들도
그리고 달과 별들도 친구들도 남아있고
소중한 시간과 여기에 더하여 사랑하는 사람이 남아있습니다.

결코 실망하지 않는 가슴들이여!
밤사이에 떨어지는 나뭇잎의 건조한 작은 음향에도 무심할 수 없는
섬세한 감정의 살결이여!

그대들이 치른 산욕의 수고,
절대의 진통으로부터 하나의 생명을 품어내던 그때
어두운 육체에서 온통 빛투성이의 축복이 커다랗게 소리치던
모성의 영광을 기억하십시오.

6
얼마쯤은 늘 상처 입은 가슴
한 번씩 손이시린 노여움과 덤불이 탈 때 같이
뜨거운 혼란에 휘말리는 그대들의 비애
그대들의 눈물
불면의 밤을 보내던 날
창문을 때리던 빗줄기의 그 사나운 주먹질에도
삶의 애환과 무게를 돌아보게 하지는 않았을까요?
인색한 저울로 사람을 달아 따지는
이반과 몰이해의 사나운 돌팔매들이 부산히 바람을 가르고 다가올 때
아무도 이를 막아줄 방도를 찾을 길 없어
하늘로 두 손을 모으고 기도의 향을 올리던 일을 잊지 마십시오

7
이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옷섶 가득히 가장 맑은 눈물을 담아 보내고
부디 다함없는 축원의 기도를 드리십시오.
자신의 체온으로 얼어붙은 영혼을 녹여주려는 꽃들이여!
주고 또 주어도 매번 줄 것이 모자라는 헌신에의 조바심
동반의 여정에 부축의 손길로
생명을 품어 기르는 그대들이 있어
아직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66 기쁨의 샘 기쁨의 샘   공복의 기쁨 가난이 주는 기쁨 어느 것도 내 것으로 하지 않는 기쁨 돌려드리는 기쁨   보상을 바라지 않는 기쁨 선의 흔적을 지우는... 이마르첼리노M 2017.10.13 1234
865 사목과 정치 사목과 정치   사랑이 빠진 사목은 정치다. 사목은 삼위일체의 하느님의 사랑을 전달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소통방식인 자기 비움이라는 마음으로 사람들... 이마르첼리노M 2017.10.05 1151
864 우월감과 신뢰 우월감과 신뢰   우월해지려는 갈망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로 다른 사람들을 조정하려고하기 때문에 더 강렬해 집니다. 자기네 뱃속을 하느님으로 착각... 이마르첼리노M 2017.10.04 996
863 하느님 자비에 대한 믿음 하느님 자비에 대한 믿음   믿는다는 것은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믿음을 조작하는 아들에 맞서 행동하셨다 해방을... 이마르첼리노M 2017.09.26 1177
862 가난한 소망 가난한 소망   삼라만상에게 혈액을 공급하는 창조의 생명력 확충하고 확산하는 선의 신비 수혜자의 기호를 초월하여 주시는 아버지를 떠나서는 어떤 소... 이마르첼리노M 2017.09.25 1007
861 교회 교회   하느님은 돌이나 시멘트로 지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안에, 따뜻한 인간 공동체 안에 머물고 싶어 하신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계획을 실천... 이마르첼리노M 2017.09.20 971
860 빈손 빈손   촉촉하게 젖어있는 눈가에 전에 없던 수증기가 서려오는 밤이다   내 인생의 종반을 알리는 신호를 여기저기서 포착한다. 몸의 변화와 기억... 1 이마르첼리노M 2017.09.02 976
859 아버지의 미소 아버지의 미소   바람들이 성급히 모여와 밤을 새워 목청껏 울던 밤 내일을 위한 디딤돌로 허리를 굽히는 밤   문 앞에 셔 계신 아버지 문을 열게 ... 이마르첼리노M 2017.09.01 922
858 가을 스케치2 가을 스케치 2   사람과 과일을 빨갛게 익혀내던 불덩이의 열기는 식고 청동화로 속의 마지막 불씨마저 가물거린다.   격정의 계절을 보내고 땀 밴 ... 이마르첼리노M 2017.08.28 937
857 존재의 위치 존재의 위치   네위에 있으면  = 1 네곁에 있으면  = 2 네밑에 있으면  = 3 이마르첼리노M 2017.08.23 901
856 아름다운꽃 오색꽃 펼쳐진 화려한 꽃보다 시들어 죽어가는 꽃이 더 아름답다. 꽃에게 가장 큰 자랑거리 꽃잎도 아무런 욕심도 없이 내려놓는 꽃 말없이 다가온 죽음 앞에도 ... 일어나는불꽃 2017.08.21 897
855 전염되는 복음 전염되는 복음   고요한 침묵 충만한 사랑 선의 육화 표양과 행실 공감이 주는 매력 기쁨에 찬 얼굴       이마르첼리노M 2017.08.21 859
854 연애편지 연애편지     당신이 다가와 터트려준 도라지꽃 그때까진 몰랐던 사랑   기뻐서 흘리는 눈물 사랑해서 아픈 가슴   기쁨의 눈물 닦아준 ... 1 이마르첼리노M 2017.08.21 994
853 현재의 온도는? 현재의 온도는?   소풍 전날의 마음 소풍 다음날의 심경   변화에 예민하고 슬픔을 잘 타는 기류에 예민한 온도계 같은 취약한 사람의 감정   ... 이마르첼리노M 2017.08.19 1022
852 참여하는 행복 참여하는 행복   비 개인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교향곡 창조주의 지휘에 따라 쏟아내는 별들의 하모니 저마다 자기 몫의 빛을 내면서 주님을 찬미하고 ... 이마르첼리노M 2017.08.16 912
Board Pagination ‹ Prev 1 ...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