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596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영혼을 연주하는 악기

 

사람의 감관은 하나의 악기다.

낱낱의 진동을 정밀히 받아 울리는 악기,

예민하고 예민하여 실바람 한 오리에도 소리 내는 악기,

늙지도 잠들지도 못하며 곤두서는 내 감성이여,

 

어설픈 글과 어설픈 음악

그리고 어설픈 재능으로 만지작거리며 영혼의 음률을 연주하는 악기,

 

술이 익듯이 어둠 속에서 지루한 발효를 거쳐야 맛을 낼 수 있다.

고뇌의 피가 아른아른 투명한 증류수가 되기까지

시간의 저류에 살을 대고 엎드려서

어설픈 노출의 감출 수 없는 살결을 드러내며

오늘도 한가락의 선율을 뽑아낸다.

 

내 정신은 명암의 회전을 거듭하여 아프고 시릴 때

몸을 가늠하는 일조차 실없이 어려워 하늘로 두 손을 모은다.

한 모금의 자비가 내 영혼을 일렁이며 지나간 뒤에야

조용한 평화가 졸음처럼 나른하게 찾아온다.

 

건반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은 가슴속의 언어를 음악으로 바꾼다.

아픔과 슬픔, 시린 가슴 열어

심연으로 내려갔다가 맑게 갠 날씨처럼 밝고

기운차게 차올랐다가 또 다시 평온한 들녘으로 가라앉는다.

음의 높낮이와 여럿의 화음들이 성당의 어둑한 조명 아래

기도가 되어 하늘로 울려 퍼진다..

내 심신과 오성의 감관을 모두 열어 혼신을 다하는 이 연주를 언제 마칠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하루하루의 시간이 축복으로 다가오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렇다 나는 혼신을 다 할 뿐이다.

게으른 육신은 땀 흘리기를 싫어하지만

영혼과 육신을 길들이시는 부활하신 분의 영이 함께 계시니

엄마 곁에 노는 어린 아이처럼 초조할 것도, 두려울 것도, 불안해 할 것도 없다.

오늘도 그분 곁에서 내 놀이에 빠지고 싶다.

전신으로 연주하는 놀이를 좋아하실 거라는 믿음으로...

 

새해 새날이 밝아오는 아침,

투명한 악기처럼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고 싶은 소망을 그분 앞에 내어놓는다.

연주자는 내가 아니다.

나는 악기일 뿐이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7 신비 신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신비가 아니다.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신비가 아니다. 무엇으로도 묘사할 수도 없으며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넓고, 잴 수 없을 ... 이마르첼리노M 2019.05.21 758
616 선교 협동조합(가칭) 네 번째 알림 + 평화와 선   사랑하는 자매형제님들께, 선교협동조합(가칭) 사랑해주시는 형제자매님들께 이 시점에서 다시 보고와 함께 감사드리고 계획도 알려드려야겠... 김레오나르도 2019.06.05 1003
615 2019 포르치운쿨라 행진 알림  2019년 포르치운쿨라 행진 알림 (1차)     주님의 평화와 선이 여러분에게 가득하시길 빕니다.     포르치운쿨라 행진을 계획하였습니다. 올해도 포르치... 김레오나르도 2019.06.18 1647
614 기징 행복한 미소 가장 행복한 미소 주님을 만나러 성당으로 갔다 그분은 나를 만나러 사람들 사이로 오셨다 길에서 만나 마주보았다 그리고 둘 다 웃었다. 이마르첼리노M 2019.07.07 564
613 가짜의 신앙고백 가짜의 신앙고백   믿기 전에 하느님은 나에게 무서운 분이셨다 믿은 후에 하느님은 나에게 힘있는 분이셨다. 그분을 만난 후에 하느님은 겸손하시고 다정한... 이마르첼리노M 2019.07.08 614
612 2019 포르치운쿨라 행진 2차 공지 &lt;포르치운쿨라 행진 2차 공지 (안) &gt;   □    2019년 행진자 명단 ( 7월 4일 현재 )   1. 전구간 행진 참여 신청자 명단.     1. 권요한 사도요한 (행진 길... 김레오나르도 2019.07.09 882
611 지혜의 샘 지혜의 샘   지옥을 겁내는 자들이 만든 교회에서 지옥을 통과한 자들의 영성이 시작되었다. 어둠과 밝음을 밝히는 건 언제나 희생자들의 몫이었다. 상처받... 이마르첼리노M 2019.07.10 635
610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하느님을 아는 사람은 언제나 겸손하다.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자신으로 가득 차 있다. 질그릇 속의 보물은 ... 이마르첼리노M 2019.07.11 591
609 산청성심원 6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 - 명동성당갤러리 1898 (제3전시실 7.17~7.30) 경남 산청에 소재한 한센인들의 고향으로 불리는 성심원이 올해로 개원 60주년을 맞아 사진전을 엽니다. 명동성당 ‘갤러리 1898’ 제3전시실에서 2019년 ... file 신라이문도 2019.07.11 831
608 믿음의 눈 믿음의 눈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주님 보게 해 주십시오.”   “너를 보고 있는 나를 보아 다오.”  이마르첼리노M 2019.07.12 625
607 내 인생의 면도기 내 인생의 면도기   얼굴에 난 수염을 면도해온 지 수십 년, 무엇보다 면도날에 관심이 간다.   영혼을 맑게 하려면 양심에 날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이마르첼리노M 2019.07.12 733
606 왜곡된 땅에 뜬 달 왜곡된 땅에 뜬 달   듣는 말씀이 없다면 이해하지 못한다면 간직하지 못한다면 하느님을 만나고 있음을 관계적 선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기도가 헌신으... 이마르첼리노M 2019.07.13 596
605 그림으로 그려보는 기도 그림으로 그려보는 기도   정직하고 겸손한 과정 그리움의 원천 추상 아닌 구체적 현실 형태가 없는 현존 말 너머의 말 마주 보는 눈빛   허용과 역설... 이마르첼리노M 2019.07.15 669
604 醜의 이력서 醜의 이력서   수치를 모르는 수치 우월과 자아도취 자만과 교만 요란한 빈 수레 폭력의 정당화 궤변의 논리 질서의 파괴 반응의 조작 즉각적인 통제 ... 이마르첼리노M 2019.07.18 813
603 정신만 차리면 호랑이한테 잡혀 가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는 우리말이 있지요.  지금 우리나라가 바로 그 정신을 차려야 할 때입니다.  일본의 무역제재로 우리가 매우 당황하... 김레오나르도 2019.07.23 775
Board Pagination ‹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101 Next ›
/ 10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