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1.20 15:04

하느님의 촌지(寸志)

조회 수 19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원래 ‘촌지(寸志)’라 함은,「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주는 작은 선물(돈)」의 뜻이 담겨있는 좋은 말이지만,

오늘에 와서는 뇌물의 성격에 가까운 부정적인 의미로 희석되어 쓰여지는 감이 없지 않지요.

 

그런데도 느닷없이 저의 뇌리에 '촌지'라는 단어가 떠올라,

‘기부(寄附:Donation)’의 뜻에 더 가까운...

이에 관련된 제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촌지 이야기를 해 봅니다.

 

* * *

 

예전(1984∼85년도) 산청 성심원 나환우 마을에서 잠깐 지낼 때였습니다.

어느 방문 교우의 표현에 의하면, "바람이 좀 심하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수사님!"-

한마디로 자그마하니 호리호리 여리여리하게 보인 젊음 수도자에게라 그런 말을 건넸던 거지요.

그 마을의 환우들 중에 머리가 하얗고 눈이 항상 토깽이처럼 빨간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어쩌다 저를 만나시면 안스러우신 표정으로 "잘 잡수셔야 하는 데...!!! 맛난 거라도 사드셔요." 하시며,

꼬깃꼬깃 주머니에서 뭘 꺼내어 주셨으니 다름아닌 1만원 짜리 지폐 한 장이었습니다.

 

또 아일랜드에서(1986년) ‘아스칼(Oscal)’ 신부님과 함께 시골 여행을 했을 때였습니다.

신부님이 계셨던 본당 마을을 들러 어느 구멍가계엘 들렀답니다.

마침 그 고장의 성지가 담긴 카드가 보여 몇 장을 골라 사려고 했더니,

카드 값을 받으시기는커녕 구멍가계 주인 할머니는 오히려 주머니에 용돈이라시며 궂이 찔러주시는 겁니다.

 

하루는 한 카푸친 형제가 아는 집에 장례가 생겨 장시간 둘이 수도원을 나섰지요.

도중에 그 형제가 잘 아는 은인 집엘 인사차 들렀습니다.

엄마와 함께 올망졸망 어린애들이 줄줄이 있어 그 모습이 꽤나 가난한 집이었건만

제게 여비에 보태라고 하시면서 적지않은 여행비를 주시는 거겠죠.

엄마와 애들의 이름은 전혀 모르지만- 하느님 치부책에 적혀있을 테니- 늘 그들의 초라한 모습과 함께

감사지정을 기도중에 잊을 수가 없는 거지요.

얼마 후 점심 때가 되어 음식점엘 들어갔습니다.

저에 대한 손님 예우로 그래도 괜찮은 메뉴로 식사를 한 후 값을 치루려고 하니까

어느 낱선 손님이 이미 계산하고 나가셨다 하니, 참으로 황당하고 고마울 데가...!

 

방학시기에 스코트랜드의 한 본당이 딸린 수도원에 한동안 거주한 적도 있었습니다.

주일 미사가 끝나 신자들이 나오면서, 게중에 어느분이 저를 찾는 겁니다.

그러면서 봉투 하나를 쥐어주겠지요. 순간 저는 언짢은 마음이 들어- "내가 뭐 거지인가?" 하는- 머뭇거리자니,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요. 기도해 달라는 예물이니까요."하며 미소를 지으시는 겁니다.

나중에 의문이 풀렸지만, 그곳 사람들은 그렇듯 봉헌하는 의미로 선교지역 나라 수도자에게

도네이션(봉헌) 예물을 그런 식으로 바친다네요.

 

어디 위의 예들 뿐이겠습니까?

제 인생 여정 중에 만나 이렇게 저렇게 유사한 도움을 준 분들을

고마움과 더불어 기도중에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되겠지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지만, 저는 유독 유사한 은혜들을 많이 입어

감사와 기도를 게을리할 수가 없답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7 <공지> 생활단상 게시판 사용 이곳은 생활 단상 게시판입니다. 이름은 거창하나, 특별한 목적을 지닌 게시판은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이곳에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 ... 관리형제 2006.01.19 4544
486 <서로 사랑하여라> &lt;서로 사랑하여라&gt;&quot;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quot;(요한 15,12). 탓 없이 억울하게 십자가에서 처형 당하신 그리스도! 죄가 없으면서도 한... 고파울로 2024.05.05 37
485 <재의 수요일> &lt;재의 수요일&gt;&quot;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quot;(2,13).          1이마에 재를 받으며마음에도 받는다.부드럽고 고운 재를 얹으며말씀의 재로내 마음의 바리사이... 고파울로 2024.02.14 75
484 T 평화와 선 「평화와 선'에 관하여...」  엄격한 규율에 맞추어 십자가를 따르는 기존의 오래 된 엄격한 수도회의 수도자들에 비해, 형제애를 바탕으로 십자가의 삶을 살았던... 김맛세오 2020.10.04 976
483 [re] 깊어가는 가을 산 http://blog.daum.net/god-nim맛세오 수사님, 저는 수사님께서 제가 정동회관에서 결혼할 때 사회를 봐 주셨던 사람입니다. 벌써 28 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그 ... 아녜스 2009.10.24 1673
482 가슴 저미게 하는 이 가을!!! T 평화/선 샛노란 국화가 성거산의 가을을 알리는 신호탄인 양, 선배님들 묘지엔 구절초와 용담이 내일이면 꽃망울을 터뜨릴 새라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시간... 3 2009.09.16 2267
481 가슴으로 키우는 '보나' T 평화가 함께...   보통 평범하다고 하는 만남이나 이야기들이 저에겐 늘 범상치 않은 내용으로 다가 오니, 아마도 그만큼 매사 민감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1 김맛세오 2013.08.27 2430
480 가을 야생화- 용담(龍膽) T 평화가 하늘처럼. 며칠 전까지 선배님들 무덤가에 구절초가 물결처럼 피어나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구절초도 여러 종류려니- 예 피어난 구절초를 내 나름대로 '... 2007.10.12 2393
479 가을 하늘과 구름 T 온 누리에 평화 조석으로 선선하니 완연한 가을입니다. 간밤에 쏟아진 비로 덕수궁 돌담길에 떨어진 무수한 은행들을 보니 어김없는 결실의 계절임을.... 김맛세오 2012.10.24 3001
478 가을...! T 온 누리에 평화 휘영청 달이 무척 밝은 걸 보니 '한가위' 명절이 지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나 보다. 저렇듯 온 누리에 형광등처럼 달 빛이 밝은 날 밤에는, 한... 3 2010.10.23 2569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