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1.08 14:40

해거름녘

조회 수 235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

 

'해거름'하면 으례히 제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2가지 장관이 선명히 떠오릅니다.

 

그 하나는 오래 전 인도에서의 짧은 여정(아마도 1983년?)중에 만났던 석양이니,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모든 사람이나 동물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귀거(歸居)의 장엄한 모습입니다.

하루 종일 벌겋게 달아 있던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면서 인도를 온통 붉은 대지로 물들게 하는-

실로 그 모습은 열대 속에서 만이 느낄 수 있는 엄숙함이요 절로 "오-ㅁ"이란 탄성을 발하게 하는

장대한 영겁(永劫)의 행렬만 같았으니까요.

하늘 아래 똑같은 태양이건만,

인도에서의 '해거름'은 성거산에서 6년 동안 지내면서 매일 대했던 그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래선지 인도하면 종교의 심성을 아니 지닐 수 없는 그런 나라라고 하나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예루살렘에서 한참 남쪽으로 내려가 만난 '네겝' 사막에서의 '해거름'입니다.

사막이라고 하지만 광야(廣野)라고 해야 더 적절한 표현일 듯 싶습니다만,

모래 땅이 아닌 생물이 전혀 살 수 없는 산과 협곡으로 이루어진 곳이니까요.

그곳에서도 역시 '해거름'을 만난 시간에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던 신비로움이 저를 압도하는 거였습니다.

왜 옛 은수자들이 하느님 체험을 하기 위해 그런 광야를 찾아 들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세례자 요한이 메뚜기와 꿀만 먹으면서 지냈던 곳이 바로 그런 광야였을 겁니다.

 

위의 두 가지 '해거름'에 대한 특이했던 경험은

벌건 황토빛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통해

태양이 그렇듯 하느님과 대면케 하는 신비함을 일깨워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떠오르는 아침해를 좋아하는 사람은 밝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로 비록 힘든 경우일지라도 자신의

매일을 밝고 행복하게 이끌어 갈 겁니다.

그런가 하면 저녁해를 좋아하는 사람은, 은연중에 고독함이 깃들어 조용히, 그리고 매사에 천천히

자신 만의 길을 걸어가는 구도의 심성이 강한 사람일 테지요.

 

끝으로 어릴적 엄마를 만날 수 있던 '해거름'의 장면을 빼어놓을 수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드는 마을길은 언제 보아도 푸근하고 정겨웠으니,

거기에 늘 퇴근길 '해거름녘'이면 나타나시는 엄마의 모습!

어쩌면 제 생애의 한복판으로 찾아오는 은총이련듯

저녁이면 깃드는 강야(江野)의 해거름과 함께

엄마는 바로 예시된 성모님의 따뜻한 품이었으니까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7 '하늘'이라는 맘에 쏙 드는 작품 T 평화가 온 누리에... 오랫동안 뵙지 못한 큰이모가 궁금해 전화를 드렸습니다. 붓글씨 전시장인 "예술의 전당"에 가 계시다기에 불연듯 저도 가 보기로 결심했... 김맛세오 2012.05.15 2187
496 '하늘'이라는 맘에 쏙 드는 작품 T 평화가 온 누리에... 오랫동안 뵙지 못한 큰이모가 궁금해 전화를 드렸습니다. 붓글씨 전시장인 "예술의 전당"에 가 계시다기에 불연듯 저도 가 보기로 결심했... 김맛세오 2012.05.15 2754
495 10월은요...!? T 평화를 빌며. 오늘 가리봉동, 우슬라 할머니 수녀님의 장례미사에 다녀왔다. 우술라 할머니는 2년 전 돌아가신 분다 할머니와 산청, 나환우 마을에서 친 자매지... 2007.10.09 2096
494 11월의 시작 T 평화가 시냇물처럼... 모든 성인대축일인 오늘, 한국의 순교 성인들을 기억하면서 뒷 산, 줄무덤 성지로 11시 미사를 드리려 갔다. 옆 능선으로 하여 40여분 걸... 1 2007.11.01 2005
493 12월의 만월(滿月) T 평화가 강물처럼... 새벽에 눈을 떠보니 서편 밤 하늘에 유난히 청명한 달 빛! 만월인걸 보니 12월의 보름이런가. 달이 흐르고 구름도 흘러가니, 달빛과 어둠이... 2008.12.12 1807
492 12월의 추위! T 평화와 선 이렇듯 컴퓨터 앞에 앉아 있노라면 언제나 넓은 창 밖의 시야가 펼쳐져 좋다. 물론 기온이 뚝떨어져 지금 영하 14도나 되는 강추위여서, 떨고 있을 ... 2010.12.15 2464
491 1만원짜리 가방의 행복 T 온 누리에 평화   엊그제 저녁식사 후 산보길에 지하도에서 쌓아놓고 파는 가방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얼핏 첫 눈에 들어오는 핸디 멜빵 가방이 있어 값... 김맛세오 2013.11.19 2702
490 2013.07.31 에 페북에 신부님 묵상글을 읽고 재 창조하여 제 페북에 남긴 글입니다.. 또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작은형제회의 당쇠신부님 복음나누... D.Andrea 2013.08.09 2424
489 4월의 첫 순례 T 평화와 선. 아침 미사 끝나자 마자 성령의 바람이 불어- 전혀 계획없이 추진된 일이었으니까- 우선 새남터 성당으로 향했다. 거긴 내 학창 시절의 잊을 수 없는... 1 2006.04.01 2252
488 9월의 끝자락에 T 온누리에 평화를... 다시금 선배님들 묘소에 구절초가 새하얗게 피어나고 있다. 새로 고쳐진 인터넷과 함께 그동안 아픔과 기쁨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 일들을 ... 2 2007.09.29 196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