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56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DSC_3533_1.jpg

송년에 쓰는 회상의 편지

 

폭풍이 몰아치는 언덕에서

한 해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지난 시간들과 마주 앉아 있습니다.

 

춥고 어두운 존재의 숙소는

어처구니가 없이 폭풍에 날리고 찢겨져

존재의 명분을 어느 가치관에서 잴 것인가에

목말라 있기를 잘 했습니다.

 

돌풍같이 내달리던 격정의 시절

젊은 날의 포부는 열탕처럼 끓어 넘쳤으나

열의는 뒤끓어도 현황은 황량하였으며

비탄의 밀물이 휩쓸고

좌절감과 침몰감, 과민의 파도가 밀려와

준비된 순서처럼

당혹의 상이 곧잘 차려지곤 했습니다.

 

무지의 깊이를 보면

온갖 어리석음이 모든 설익은 간망과 함께

여름 햇볕에 그을리는 식물들처럼

몹시도 지쳐있었습니다.

 

때로는 나무에 기대어

높은 하늘과 멀리 주황이 흐르는 노을과

남아있는 낙조에 물들이면서

속이 빈 노인처럼 허탈해져

총총한 별밤을 홀린 듯이 바라보곤 했으며

이름 모를 그리움이

쓸쓸하면서도 따스한 안정과 함께 다가왔습니다.

 

밤의 강물에 실려 보낸 하고 많은 사념들

삶의 폭풍은 어디서나 불어왔습니다.

쓰디쓰게 깨무는 비애를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형용할 수도 없는 뜨겁고 서러운 충동이 북받쳐 올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한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사랑과 진실은 진주를 만드는 상처처럼 아팠지만

쉼 없는 감동이 그 속에서 꽃피었습니다.

 

내 허약한 사념의 실오리를 뽑아 고치를 만들 때

피로의 그을음이 버섯처럼 돋아 있었지만

내 영혼의 정원에는 희망을 가꾸시는 분이

심야에 내리는 눈처럼 조용히 다가 오셔서

나와 함께 하셨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곤 했습니다.

 

사랑과 신뢰는 극도로 희박해졌습니다.

여기엔 모두가 공범자 들이라 생각합니다.

공로와 업적이 제아무리 빛나더라도

주님의 선하심과 자비하심을 드러내는

육화의 도구가 되지 못한다면

외형의 호화를 다 갖춘 장례 이상의 것이 아닐 듯싶습니다.

 

명주실을 뽑아내기 직전의 누에의 온몸처럼

영의 빛을 받아 투명한 존재로 다가가지 않으면

아무 것도 전달 될 수 없음을 자각 하면서

나는 소리의 산울림 같이

존재의 산울림으로 남아있고 싶습니다.

 

구세주의 성탄을 지내는 시기에

하늘에서 내리쏟는 질펀한 향유

눈길 머무는 곳 모두가 빛의 큰 바다입니다.

 

내 감정의 만조,

음악의 해일,

무거워서 들어 올릴 수 없는 귀중품 같은 이 도취

가난한 자각으로 아무 것도 남김없이

이를 돌려 드리려 합니다.

 

친구여!

영혼의 오랜 친숙으로

맨 먼저 이름을 짚어내는 이여

 

내 사념의 강물이 흐르는 유역에서

가까이 살고 있는 이여

 

거룩한 송년의 시간에

내 삶의 회상을 곁들여

감사와 더불어 이를 보내드립니다.

 

 

<embed width="200" height="30" src="http://mr.catholic.or.kr/ofmconv/Alex/cofession.mp3"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style="width: 200px; height: 30px;" allownetworking="internal" allowscriptaccess="never" />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2 생명을 주는 믿음 생명을 주는 믿음 사랑에는 무게로 인한 부담이 없다. 자유의 깃털은 무게를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십자가에서 일어난 예수님의 자기 헌신에 주목하면 할수록 ... 이마르첼리노M 2014.09.19 1499
841 성숙한 염원 성숙한 염원 큰 나무에 있어서는 부분이 문제되지 않기에 커다란 뜻과 커다란 사랑에선 지엽이란 스치고 지나가는 것 인간적이며 전인적인 진실의 모든 발성 찾... 이마르첼리노M 2014.09.21 1194
840 동식물 축복식에 초대합니다. 평화와 선   피조물을 너무도 사랑한 프란치스코. 피조물을 사다리 삼아 하느님께로 올라간 프란치스코.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의 모든 작품들을 형제로 ... 김레오나르도 2014.09.23 1511
839 종교간의대화 T.그리스도의평화 전 이번 가정방문(휴가)때 비슬산 자락에 있는 법왕사라고하는곳에 다녀왔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백고좌대설법회가 있어서 였습니다. 약100... 일어나는불꽃 2014.09.29 1564
838 가을에 만납시다. 가을에 만납시다.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가 가을이라고 노래한다. 올 여름엔 배고픔 못지 않게 가을의 굶주림이 절박했었다. 들녘엔 벼이삭들이 고개를 숙이고... 이마르첼리노M 2014.10.09 1813
837 커피나무를 바라봄 1 *이글은(커피나무를 바라봄1~4)    제가 유기서원기때 성 보나벤뚜라의   &quot;신비의 포도나무&quot;라는 묵상집을 읽고   저도 힌트를 얻어 그리스도에   대... 일어나는불꽃 2014.10.11 1813
836 프란치스코 관상을 접하며! 고계영 신부님의 논문을 찬찬히 읽으며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교회 안에서 전해져 오는 모든 신비체험과 관상 중 가장 탁월하군요.  오늘 읽은 대목에서는... 프리지아 2014.10.17 1744
835 커피나무를 바라봄 2 *이글은(커피나무를 바라봄1~4)   제가 유기서원기때 성 보나벤뚜라의   &quot;신비의 포도나무&quot;라는 묵상집을 읽고   저도 힌트를 얻어 그리스도에   대해... 일어나는불꽃 2014.10.20 1934
834 여름과 가을 사이 여름과 가을 사이 사람의 삶은 존재의 어둠을 헤쳐 가는 긴 여로이다. 한 여름 불볕태양이 주는 건 아픔이다. 과육에 단맛이 되는 건   그 아픔이 있기 때문이... 이마르첼리노M 2014.10.22 1528
833 중세 기행(1) : 독일 푸거(Fugger) 집안 중세 기행 : 독일 푸거(Fugger) 집안   요즘 중세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중세 서양사 교육은 보수 성향의 개신교 관점의 역사... file 이종한요한 2014.10.24 2811
832 커피나무를 바라봄 3 +그리스도의 평화         커피의 향기를 내기 위해서는   그냥 커피 생두로가지고는 안되고   생두를 뜨거운 불에 달구어 익혀야 한다.   그... 일어나는불꽃 2014.10.28 1834
831 슬픔으로 쓰는 시 슬픔으로 쓰는 시 슬픔으로 쓰는 시를 쓰고 싶다. 눈가에 맺힌 이슬로 보이지 않는 종이에 보이지 않는 글씨로,,, 슬픔은 가난이다. 소유 없는 충족 구름 한 ... 이마르첼리노M 2014.10.30 1606
830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장성 공동체 한 루카 수사님의 편지 루카 축일에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청원형제들이 보낸 축하카드에 대한 답장으로 보내신 한양욱(루카) 수사님의 답글입니다. 참고로, 한 루카 수사님은 올... file 홈지기 2014.11.02 2432
829 커피나무를 바라봄 4 +그리스도의 평화                   커피를 통해서 바라본 모습은   우리 교회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나무에 수 많은 열매들이 달려 있다.   나무에 달려있는 ... 일어나는불꽃 2014.11.05 1763
828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시월이 지나고 새달이 시작되어 첫날이 지났다. 춥다. 아직은 난방을 하기에는 이르고 그냥 지내기에는 너무 춥다. 냉기가 흐르는 방에서 ... 이마르첼리노M 2014.11.08 1364
Board Pagination ‹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101 Next ›
/ 10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