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56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DSC_3533_1.jpg

송년에 쓰는 회상의 편지

 

폭풍이 몰아치는 언덕에서

한 해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지난 시간들과 마주 앉아 있습니다.

 

춥고 어두운 존재의 숙소는

어처구니가 없이 폭풍에 날리고 찢겨져

존재의 명분을 어느 가치관에서 잴 것인가에

목말라 있기를 잘 했습니다.

 

돌풍같이 내달리던 격정의 시절

젊은 날의 포부는 열탕처럼 끓어 넘쳤으나

열의는 뒤끓어도 현황은 황량하였으며

비탄의 밀물이 휩쓸고

좌절감과 침몰감, 과민의 파도가 밀려와

준비된 순서처럼

당혹의 상이 곧잘 차려지곤 했습니다.

 

무지의 깊이를 보면

온갖 어리석음이 모든 설익은 간망과 함께

여름 햇볕에 그을리는 식물들처럼

몹시도 지쳐있었습니다.

 

때로는 나무에 기대어

높은 하늘과 멀리 주황이 흐르는 노을과

남아있는 낙조에 물들이면서

속이 빈 노인처럼 허탈해져

총총한 별밤을 홀린 듯이 바라보곤 했으며

이름 모를 그리움이

쓸쓸하면서도 따스한 안정과 함께 다가왔습니다.

 

밤의 강물에 실려 보낸 하고 많은 사념들

삶의 폭풍은 어디서나 불어왔습니다.

쓰디쓰게 깨무는 비애를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형용할 수도 없는 뜨겁고 서러운 충동이 북받쳐 올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한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사랑과 진실은 진주를 만드는 상처처럼 아팠지만

쉼 없는 감동이 그 속에서 꽃피었습니다.

 

내 허약한 사념의 실오리를 뽑아 고치를 만들 때

피로의 그을음이 버섯처럼 돋아 있었지만

내 영혼의 정원에는 희망을 가꾸시는 분이

심야에 내리는 눈처럼 조용히 다가 오셔서

나와 함께 하셨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곤 했습니다.

 

사랑과 신뢰는 극도로 희박해졌습니다.

여기엔 모두가 공범자 들이라 생각합니다.

공로와 업적이 제아무리 빛나더라도

주님의 선하심과 자비하심을 드러내는

육화의 도구가 되지 못한다면

외형의 호화를 다 갖춘 장례 이상의 것이 아닐 듯싶습니다.

 

명주실을 뽑아내기 직전의 누에의 온몸처럼

영의 빛을 받아 투명한 존재로 다가가지 않으면

아무 것도 전달 될 수 없음을 자각 하면서

나는 소리의 산울림 같이

존재의 산울림으로 남아있고 싶습니다.

 

구세주의 성탄을 지내는 시기에

하늘에서 내리쏟는 질펀한 향유

눈길 머무는 곳 모두가 빛의 큰 바다입니다.

 

내 감정의 만조,

음악의 해일,

무거워서 들어 올릴 수 없는 귀중품 같은 이 도취

가난한 자각으로 아무 것도 남김없이

이를 돌려 드리려 합니다.

 

친구여!

영혼의 오랜 친숙으로

맨 먼저 이름을 짚어내는 이여

 

내 사념의 강물이 흐르는 유역에서

가까이 살고 있는 이여

 

거룩한 송년의 시간에

내 삶의 회상을 곁들여

감사와 더불어 이를 보내드립니다.

 

 

<embed width="200" height="30" src="http://mr.catholic.or.kr/ofmconv/Alex/cofession.mp3"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style="width: 200px; height: 30px;" allownetworking="internal" allowscriptaccess="never" />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11 (영상) 성지 보호구 : 회상을 보전하고 구원의 역사를 새롭게 하기 위하여 평화 작은형제회 성지 보호구 홍보 영상 입니다. 성지 보호구 (The Cutody of the Holy Land) 김정훈OFM 2020.03.31 658
910 홀로 행복하기 연습 홀로 행복하기 연습   친구와 수도회의 동료들, 오랜 관계 속에 머물던 이들이 내 곁을 떠날 때, 나를 대하는 태도가 전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를 예비하기... 이마르첼리노M 2019.09.09 661
909 동반하는 파트너 동반하는 파트너   창세기에 나타난 사람의 창조는 둘이면서도 둘이 아닌 하나 됨을 이야기한다. 참된 영성은 언제나 둘을 하나로 만들지만, 거짓 영성은 ... 이마르첼리노M 2019.09.16 665
908 말씀이 사람이 되신 날 말씀이 사람이 되신 날   인간과의 소통을 위한 하느님의 낮추심으로 사람의 품위를 당신처럼 높이신 날   말구유 안에서 하느님의 가난하심과 하느... 1 이마르첼리노M 2019.12.24 668
907 그림으로 그려보는 기도 그림으로 그려보는 기도   정직하고 겸손한 과정 그리움의 원천 추상 아닌 구체적 현실 형태가 없는 현존 말 너머의 말 마주 보는 눈빛   허용과 역설... 이마르첼리노M 2019.07.15 669
906 희생이라는 덫 희생이라는 덫   신앙과 영적인 성숙은 희생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려는 선택과 결단에서 온다.   불완전하게 보이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 이마르첼리노M 2020.09.01 693
905 성탄은 관계의 축제 성탄은 관계의 축제   “내 기쁨을 나누어   너희의 마음에   기쁨이 넘치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15,11) 기뻐하여라 기뻐하여라 기뻐서 뛰고 춤... 이마르첼리노M 2020.12.22 709
904 여기 국밥을 시작하며 여기 국밥을 시작하며   사랑하는 여기 선교 협동조합 조합원과 후원자 형제, 자매 여러분과 저희를 사랑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모든 형제자매님들께 주님께... 김레오나르도 2021.10.17 712
903 흐름이 있는 곳에 생명이 존재한다. 흐름이 있는 곳에 생명이 존재한다.   흐름이 있는 곳에 생명이 존재한다.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내리는 물, 그 물이 닿는 곳마다 생명이 존재한다.” (에제키엘 ... 1 이마르첼리노M 2022.10.08 715
902 부활의 신비는 내어주는 몸과 받아들임의 신비 (성삼일의 묵상) 부활의 신비는 내어주는 몸과 받아들임의 신비 (성삼일의 묵상)   최후 만찬과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기까지 예수께서 보여주신 행동하는 자비는 계시의 완성이... 이마르첼리노M 2023.04.05 715
901 지금 우리 시대를 성찰하는데 도움되는 무스타파 달렙의 글 아프리카 오지의 나라,  챠드의 아름다운 문인 무스타파 달렙의 글이랍니다.  아무것도 아닌  '그 하찮은 것'에 의해 흔들리는인류.  그리고 무너지는 사회.. 코... 1 김레오나르도 2020.04.03 727
900 '짝'으로 주신 선물 ‘짝’으로 주신 선물   수치심을 덮어주시는 하느님께서는 (창세 3,21) 가죽옷을 만들어 입히시는 어머니 같은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아담과 그의 아내를 서로를 ... 1 이마르첼리노M 2022.02.21 728
899 새벽 묵상 새벽 묵상   “ 너는 내가 택한 아들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   기도를 통해 그분으로부터 사랑받는 자의 위치에 있다는 확신이 나로 하여금 나... 이마르첼리노M 2017.08.04 732
898 내 인생의 면도기 내 인생의 면도기   얼굴에 난 수염을 면도해온 지 수십 년, 무엇보다 면도날에 관심이 간다.   영혼을 맑게 하려면 양심에 날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이마르첼리노M 2019.07.12 733
897 재속프란치스코 회원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 재속프란치스코 회원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편지   주님의 평화가 온 누리에 …   새해를 맞이하여 주님 안에서 인사드립니다. 주님께서 여러분 ... 1 이마르첼리노M 2021.01.04 739
Board Pagination ‹ Prev 1 ...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