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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와의 우정 4 기도와 삶의 경계가 사라지다.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우정을 아주 단순한 질문 앞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오늘 나는 누구에게 그리스도가 되었는가. 그리고 오늘 누구를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나에게 오셨는가. 나를 위로한 사람에게서만 그리스도를 찾을 것이 아니라 나를 불편하게 한 형제, 내 계획을 깨뜨린 사람, 내 약함을 드러내게 한 사람, 나의 인내를 시험한 사람에게서도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내가 피하고 싶은 바로 그 사람이 오늘 나를 더 깊은 자기 인식으로 이끌고, 내 안의 가난을 드러내며, 내가 아직 놓지 못한 것을 보여주어 그리스도에게 더 가까이 데려가는 형제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와의 우정은 결국 이런 눈을 얻는 것입니다. 모든 관계 안에서 그리스도를 보고, 모든 관계를 통하여 나 자신을 보고, 모든 관계 안에서 조금씩 죽고, 모든 관계 안에서 다시 사랑을 선택하며, 마침내 모든 관계 안에서 그리스도를 낳는 것입니다. 그때 기도와 삶의 경계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내 기다림이 기도가 되고, 내 경청이 기도가 되며, 내 용서가 기도가 되고, 내 침묵이 기도가 되며, 형제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는 것이 기도가 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섬김이 기도가 됩니다. 내가 조금 내려가는 것이 기도가 되고, 내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는 것이 기도가 되며, 상처 속에서도 사랑의 문을 닫지 않는 것이 기도가 됩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은 마침내 기도 자체가 되어갑니다.

 

그리스도를 바라보던 사람이 그리스도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던 사람이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며,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시던 사람이 자신의 몸을 다른 이를 위한 선물로 내어주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존재 자체가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는 하나의 작은 성사가 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친구가 되어간다는 것의 깊은 의미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분 곁에 편안히 머무는 것만이 아니라 일생을 그분과 결합하는 것입니다. 그분이 사랑하신 것을 사랑하고, 그분이 내려가신 곳으로 내려가며, 그분이 자신을 내어주신 것처럼 우리 자신을 내어주고, 사랑의 순종으로 죽기까지 그분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죽음은 우리를 없애는 죽음이 아닙니다. 거짓 자아가 죽고 참된 내가 살아나는 죽음이며, 움켜쥔 손이 죽고 열린 손이 살아나는 죽음이고, 자기중심성이 죽고 형제성이 살아나는 죽음이며, 통제가 죽고 신뢰가 살아나는 죽음이고, 비교가 죽고 기쁨이 살아나는 죽음이며, 복수가 죽고 자비가 살아나는 죽음입니다. 그것은 파스카의 죽음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와의 우정의 마지막 말은 십자가가 아니라 부활이며, 고통이 아니라 사랑이고, 자기 소멸이 아니라 생명의 충만함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을 때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생명이 살아나고, 우리가 사랑 때문에 자신을 비울 때 형제가 들어올 공간이 생기며, 형제가 들어오는 바로 그 자리에 그리스도께서 오십니다. 그때 프란치스코가 말한 정배와 형제와 어머니의 신비가 하나가 됩니다.

 

우리는 정배로서 그리스도를 사랑 안에 받아들이고, 형제로서 그리스도와 함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며, 어머니로서 그리스도를 우리의 관계 안에 낳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일생은 하나의 긴 육화가 됩니다. 말씀이 우리의 몸을 취하시고, 우리의 눈으로 형제를 바라보시며, 우리의 귀로 그의 아픔을 들으시고, 우리의 손으로 상처 입은 사람을 만지시며, 우리의 발로 가장 낮은 곳을 찾아가시고, 우리의 삶을 통하여 다시 세상 한가운데 태어나십니다.

 

그때 우리는 더 이상 그리스도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으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와 우정의 본질을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그리스도를 품은 사람이 되고,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사람이 되며, 그리스도를 세상에 낳는 사람이 됩니다. 그것이 프란치스코와 클라라가 걸었던 그리스도와의 우정의 길이며, 오늘 우리의 공동체와 관계 안에서 계속되어야 할 프란치스칸 기도의 길입니다.

 

바라보십시오. 사랑하십시오. 그분과 결합하십시오. 그리고 사랑하는 그분을 닮아가십시오. 마침내 우리의 관계 안에서 그리스도가 다시 태어나게 하십시오. 그것이 정배가 되고, 형제가 되고, 어머니가 되는 길이며, 사랑의 순종으로 일생을 그리스도와 결합하여 살아가는 길이고, 마침내 우리의 삶 자체가 기도가 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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