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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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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나벤투라의 관상적 시선으로 보는 세상

 

보나벤투라가 말하는 관상은 세상을 떠나는 시선이 아니라 세상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시선입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선하심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입니다. 프란치스칸에게 기도는 현실을 외면하는 시간이 아니라, 현실 속에 숨어 계시는 그리스도를 발견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선성을 드러내는 살아 있는 성사입니다. 보나벤투라는 하느님께 집중된 마음만이 사물의 깊이를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더 많은 지식을 얻는다는 뜻이 아니라,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하느님께 머무는 사람은 더 이상 사물을 단순한 대상이나 소유물로 보지 않습니다. 그는 모든 존재 안에서 흘러나오는 창조주의 숨결을 듣고, 모든 생명 안에 스며 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모든 만남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계시는 그리스도를 발견합니다.

 

이것이 프란치스칸 기도의 본질입니다. 프란치스칸 기도는 하늘만 바라보는 기도가 아니라, 땅을 사랑하는 기도이며, 사람을 바라보는 기도이고, 피조물과 함께 호흡하는 기도입니다. 기도는 세상을 떠나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하느님께서 이미 우리를 만나고 계심을 알아차리는 깨어 있음입니다. 그러므로 관상은 특별한 황홀경이나 신비 체험 이전에, 모든 존재를 향한 깊은 경외와 사랑의 눈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보나벤투라에게 관상이란 사물의 진실을 마음의 눈으로 꿰뚫어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진실은 사물 자체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 진실은 존재하는 모든 것 안에 넘쳐흐르는 하느님의 선성을 보는 것입니다.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것은 단순한 식물학적 사건이 아니라 창조주의 아름다움이 시간 안에서 피어나는 사건이며, 어린아이의 웃음은 하느님의 기쁨이 인간의 얼굴을 통해 드러나는 사건이고, 형제를 용서하는 순간은 십자가 위에서 끝없이 자신을 내어주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오늘 다시 육화되는 사건입니다.

 

프란치스칸들에게는 결코 '무생물'이라는 말이 마지막 진실이 될 수 없습니다. 돌은 침묵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물은 자신의 맑음으로 하느님의 순수함을 노래하며, 불은 자신의 따뜻함으로 사랑의 열정을 드러내고, 바람은 보이지 않는 성령의 자유를 증언합니다. 해와 달은 창조주의 영광을 비추고, 새들은 계산하지 않는 신뢰를 노래하며, 나무는 묵묵히 자신을 내어주는 생명의 신비를 가르쳐 줍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기 존재 자체로 하느님의 선성을 표현하는 살아 있는 언어입니다.

 

이러한 시선은 성 프란치스코가 모든 피조물을 '형제''자매'라고 불렀던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그것은 시적인 표현이 아니라 신학적 고백입니다. 모든 존재는 같은 아버지에게서 나왔고, 같은 사랑 안에서 존재하며, 같은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형제 태양과 자매 달, 형제 바람과 자매 물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창조주를 함께 찬미하는 우주적 형제자매입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의 육화 안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몸을 입으셨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물질세계를 거부하지 않으셨음을 뜻합니다. 오히려 그분은 육체를 통해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고, 시간과 공간을 통하여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셨습니다. 육화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신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며, 동시에 세상이 하느님을 드러내는 거룩한 장소임을 선언한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존재가 어느 정도 그리스도를 표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리스도의 충만함을 부분적으로 비추는 거울이며, 창조된 모든 것은 하느님 사랑의 흔적을 품고 있는 살아 있는 표징입니다. 꽃은 아름다움으로, 강물은 생명으로, 빵은 나눔으로, 포도주는 기쁨으로, 사람의 눈물은 자비로, 웃음은 희망으로, 침묵은 현존으로 그리스도를 드러냅니다. 세상은 그리스도의 흔적이 새겨진 거대한 복음서이며, 피조물은 그 복음서를 이루는 살아 있는 문자들입니다.

 

이러한 관상은 결국 삶의 태도를 바꾸어 놓습니다. 더 이상 우리는 사람을 이용하지 않고 존중하게 되며, 자연을 소비하지 않고 돌보게 되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거룩하게 받아들이며, 평범한 일상을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나시는 성전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설거지를 하는 손길도, 밭을 일구는 땀방울도, 병든 이를 돌보는 인내도, 형제의 말을 끝까지 들어 주는 침묵도 모두 하느님의 선성이 육화되는 거룩한 전례가 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칸 기도는 눈을 감는 기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눈을 뜨게 하는 기도입니다. 사람 안에 숨어 계시는 그리스도를 보고, 가난한 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만나며, 상처 입은 세상 안에서 새로운 창조를 시작하시는 성령을 발견하는 기도입니다. 마음이 하느님께 집중될수록 세상은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세상이 더욱 선명하게 보일수록 하느님의 사랑은 더욱 깊이 드러납니다.

 

결국 관상이란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며, 피조물을 넘어 창조주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피조물 안에서 창조주의 끝없는 사랑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프란치스칸에게 온 우주는 거대한 성전이며, 모든 피조물은 살아 있는 제단이고, 모든 만남은 은총의 성사이며, 우리의 일상은 하느님의 말씀이 오늘도 계속 육화되고 있는 거룩한 역사입니다. 바로 이러한 눈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 하느님의 현존을 만나고, 누구를 만나든 형제를 만나며, 무엇을 하든 창조주의 사랑을 세상 안에 드러내는 살아 있는 복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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