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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의 언덕에서 내려와 자기 몫의 삶으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호숫가에서 베드로에게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은 길고 복잡한 가르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짧고 단순했으나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흔들림을 꿰뚫는 말씀이었습니다. 사랑을 세 번 물으신 뒤, 예수님께서는 마치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맡기듯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따라라.” 그런데 인간의 마음은 참 쉽게 곁눈질을 합니다. 막 사명을 받은 베드로조차 뒤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조용히 따라오던 다른 제자를 가리키며 묻습니다. “주님, 그러면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쩌면 이것은 베드로만의 질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오래된 질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자기 삶을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누군가는 왜 더 사랑받는 것처럼 보이는지, 누군가는 왜 더 평탄한 길을 걷는 듯한지, 누군가는 왜 더 큰 은총과 재능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지 우리는 자꾸 비교의 언덕 위에 올라 서로의 삶을 재어 봅니다.

 

비교의 저울 위에 자기 자신을 올려놓은 채 스스로를 흔들어댑니다. 때로는 우월감으로, 때로는 열등감으로,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으로 마음이 흔들립니다. 비교는 결코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합니다. 비교의 시작은 타인을 바라보는 일이지만, 그 끝은 자기 존재를 잃어버리는 데 있습니다. 남의 빛을 바라보다가 정작 자기 삶 위에 내려오는 빛을 놓쳐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대답은 아주 단호하고도 자유롭습니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이 말씀은 차가운 꾸중이 아니라 영혼을 해방시키는 말씀입니다.

 

남의 길을 부러워하지 말아라. 남의 속도를 재지 말아라. 남의 사명을 판단하지 말아라. 너에게는 너만의 길이 있고, 너에게는 너만이 져야 할 십자가가 있으며, 너에게는 너만이 피워야 할 사랑의 꽃이 있다는 뜻입니다. 들판의 꽃들은 서로를 흉내 내지 않습니다. 억새는 억새로 흔들리고, 소나무는 소나무로 바람을 견디며, 냇물은 자기 흐름으로 바다를 향해 갑니다. 봄꽃은 자기 계절에 피고, 겨울나무는 침묵 속에서도 뿌리를 깊게 내립니다. 그런데 인간만은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립니다. 비교는 감사의 눈을 흐리게 하고, 질투는 자기 삶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남을 바라보느라 정작 자신의 길 위에 내리는 햇살을 놓쳐버리는 것입니다.

 

신앙은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경쟁이 아닙니다. 나에게 맡겨진 사랑을 끝까지 살아내는 충실함입니다. 어떤 이는 세상 한가운데서 베드로처럼 뜨겁게 외치는 길을 걷고, 어떤 이는 요한처럼 조용히 주님의 가슴 가까이에 머무는 길을 걷습니다. 어떤 이는 행동으로 사랑하고, 어떤 이는 침묵으로 사랑합니다. 어떤 이는 사람들 앞에서 빛나고, 어떤 이는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오래 참고 견딥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위대한가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획일적인 공장이 아니라 생명의 정원에 가깝습니다. 거기에는 빠르게 피는 꽃도 있고 늦게 피는 꽃도 있습니다. 햇빛 아래 환하게 피어나는 꽃도 있고, 깊은 숲 그늘 아래에서 조용히 향기를 내는 꽃도 있습니다. 모두 다르지만 모두 필요합니다. 모두 다르기에 오히려 더 아름답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복사본으로 부르지 않으셨습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각기 다른 숨결로, 각기 다른 사명으로 부르셨습니다. 그러므로 참된 평화는 왜 나는 저 사람 같지 못할까?”를 붙드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나는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살아낼 때 찾아옵니다.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느라 마음이 지친 날에는 호숫가의 그 아침을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숯불 곁에 앉으신 주님께서 우리 각자의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그 사람의 길은 내가 책임진다. 너는 네 길을 걸어라. 너는 나를 따라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에게 허용된 삶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시간과 다른 자리에서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햇빛 아래를 걷고, 누군가는 긴 그늘 속을 지나갑니다. 누군가는 젊은 날에 열매를 맺고, 누군가는 오랜 침묵과 기다림 끝에 겨우 꽃 한 송이를 피워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삶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있습니다. 삶은 경쟁이 아니라 부르심이며, 성소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몫의 삶을 살아갑니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삶, 누구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눈물과 기쁨을 품은 삶, 그리고 하느님께서 나에게만 맡기신 고유한 사랑의 자리입니다. 성숙한 사람은 남의 길을 부러워하기보다 자기 삶의 무게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바로 그 받아들임 안에서 평화가 태어납니다. 내가 내 삶을 허용하기 시작할 때, 삶도 비로소 나를 품어주기 시작합니다.

 

나는 창조의 모든 계획을 다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여기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나는 사랑 안에 머물고 있음을 압니다. 그러므로 나는 사랑받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사랑받고 있다는 그 깊은 신뢰는 다시 나를 사랑의 응답으로 이끕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희망을 품습니다. 내 몫의 삶을 통해 관계 안에 흐르는 선의 물줄기가 멈추지 않기를. 내 작은 친절 하나, 내 작은 인내 하나, 내 작은 기도가 누군가의 삶을 따뜻하게 적실 수 있기를. 비교의 언덕 위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에게 허락된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사랑을 흘려보내는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언젠가 삶의 끝자락에 이르렀을 때, 나는 다른 누구의 삶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이 길로 인해 조용히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며 사랑이고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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