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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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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빵 (무상성과 보편성의 잔치)

 

내어주는 몸과 쏟는 피로 하느님의 생명을 인간에게 주시는 무상성과 보편성의 잔치가 성체성사를 통해 양식과 음료로 주님의 식탁에 차려졌습니다. 자신을 길과 진리와 생명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먹고 마셔야 하는 일상의 음식으로 자신을 내어주십니다.

 

나는 성체를 받아 모실 때마다 그분을 받아 모실 자격에 대해 어릴 때부터 배운 것은, 죄가 없어야 받아 모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양심 성찰을 통해 고백성사를 보고 죄의 사함을 받은 후에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있었습니다. 죄 중에서 그분을 받아 모시면 안 된다는 강한 압박 때문에 양심을 거스르는 사소한 죄까지도 깨끗하게 준비해야 성체를 받아 모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가 일상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죄와 대면해야 한다면 음식을 즐겁고 마음 편히 먹을 수 있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성체성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예수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태도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내어주시면서 자격심사를 하시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죄의 고백과 영성체의 문제는 교회 안에서 그렇게 깨끗한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은 맞지만 믿음의 문제는 죄의 문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죄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죄가 주는 가장 큰 피해는 단절입니다. 관계의 단절로 인하여 생기는 충돌과 마찰은 음식을 먹을 마음이 없게 만듭니다. 갈등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없어지게 마련입니다. 자격이 문제라기보다 내면의 평화가 더 중요합니다. 내면의 평화는 관계의 평화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관계의 평화는 자만심과 탐욕으로 깨지고 맙니다. 내가 운전대를 잡으면 길이 되신 분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내 안에 주님의 영과 그 영의 거룩한 활동을 지니지 않으면 믿음이 주는 자유를 잃어버립니다. 자유를 잃어버리면 언제나 내가 중심이 되고 내가 중심이 되면 관계가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관계의 순환 속에서 단절이 주는 죄는 심각합니다.

 

너를 받아들일 공간과 여백이 없는 사람은 내어주시는 사랑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다만 복을 받기 위해 하느님과 너를 이용의 대상으로 여길 뿐입니다. 수없이 많은 영성체를 해 왔어도 자신을 내어줄 줄 모르는 신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내어주시는 몸을 아무리 많이 받아 모신들 너를 위해 자신을 내어줄 마음이 없다면 성사의 의미는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무상의 식탁에서 거저먹고 마시는 우리는 우리의 관계에서 무상성이 실현되도록 할 때 비로소 성체성사의 의미가 살아날 것입니다.

 

생명의 빵은 그리스도의 몸이며 그리스도의 몸은 우리의 관계 안에서 흐르는 선으로 생명을 줍니다. 빵은 함께 나눌 때 신비롭게 서로를 비춥니다. 공존은 나눌 때 가능합니다. 삼위일체 관계로부터 나오는 선을 공유하는 신비가 생명을 주는 빵이 되신 그리스도의 몸으로 배고픔과 갈증을 멈추게 합니다. 너의 필요를 채우는 빵으로 나를 내어주는 그곳에 생명의 신비가 만발합니다. 성찬례는 신뢰와 사랑으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관계의 신비이며 거기서 나오는 기쁨이 잔치를 즐겁게 합니다. 값없이 베푸시는 은총으로 충만해진 내가 너를 받아들여 너와 하나 되는 몸으로 일치를 이루는 거기에 생명의 빵으로 자신을 내어주시는 영의 현존이 있습니다. 성찬례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릎을 꿇고 굳은 믿음 안에 반듯하게 서는 일이 전부입니다. 죄가 문제가 아니라 믿음이 문제입니다. 자격이 문제라기보다 사랑이 문제입니다. 내어줄 마음이 없이 성체를 모시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자신을 낮추어 음식으로까지 내어주시는 사랑 앞에 굽실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대하실 때 동등함을 넘어 몸을 굽혀 우리의 발아래에서 발을 씻어주시고 양식과 음료로 우리를 대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그렇게 대하시는 데 우리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처럼 그렇게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느님이 예수님 같은 분이시라면 우리는 그분 앞에 굽실거리기보다 즐거워해야 할 것입니다.

 

무상으로 내어주시는 사랑의 잔치에 참여한 이들은 슬픈 표정이나 괴로운 표정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잔치에서는 경건함보다 즐거움이 큽니다. 잔치에서는 죄보다 하느님의 자비가 더 큽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들여 몸과 마음에 그분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관계의 현장에 생명이 흐릅니다.

 

성체성사는 무상성과 보편성의 잔치입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생명의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나의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을 것이다.” (요한 6,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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