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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약함으로 드러난 하느님의 힘

 

 

인간의 강함은 자만심에서 나옵니다. 인간의 자만심은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으려는 자율적인 마음과 독립적이고 통제를 좋아하며, 자기만족을 위해 움켜잡고 휘두르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낮추고 내어주시는 하느님으로부터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눈앞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고 안전하고 즐겁고 편하기 위해 하느님을 이용하고 사람들을 이용의 대상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느님의 힘이 사람의 눈에는 약하게 보이지만 사람의 힘보다 강합니다.” (1고린 1,25) 겁나고 엄청난 이 한마디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로 들어가는 열쇠를 우리에게 줍니다. 하느님의 약함이 삼위일체 하느님의 관계적 선 안에서 서로 나누는 친밀함으로 하나 됨을 만들고, 자신을 내어주면서 창조하고 자신을 열어 놓음으로써 받아들일 공간을 마련합니다. 내어주는 사랑에는 힘이 작용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힘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연약하고 부드럽고 따듯한 여백으로 서로의 필요성을 채웁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그리스도 예수와 한 몸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께서 주신 우리의 지혜이십니다. 그분 덕택으로 우리는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놓이게 되었고,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었고, 해방을 받았습니다. (1고린 1,30)

 

자기 힘으로 사는 사람은 울타리를 세우고 그것을 지키기 위하여 노심초사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아버지와 아들, 성령 사이에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동시에 내어주십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시지만 아버지는 아버지로 남아 계시며, 아들은 아들로 남아 계시면서 상호 간에 사랑 안에서 성령을 발견하게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덕택으로 그리스도 예수와 한 몸이 되게 하셨다는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은 예수님 안에서 내어주시는 하느님을 배우라고 촉구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기 위하여 하느님의 약함을 배워야 하고, 하느님의 겸손한 마음을 우리의 몸에 지니고 살아가라고 하십니다. 내어주는 사랑이 너를 받아들일 공간을 만들 듯이 자신을 낮춰야 너를 받아들일 여백이 생깁니다. 내어주어서 생긴 공백이 자연스럽게 너로 채워집니다. 우리의 실존은 관계적 실존이며 관계를 떠나서는 하느님 나라의 현재를 경험할 수 없습니다.

 

관계의 장벽에 가로막힌 삶은 자신이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만든 벽입니다. 누군가를 위하여 경계를 허무는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돌려받습니다. 상실에서 건져 올린 소중한 너로 부족한 나를 채웁니다. 저마다 자기가 다른 누구한테 받아들여짐을 받아들이고 다른 누구에게 넘겨줍니다. 사랑은 그렇게 순환하면서 생명의 에너지로 일하시는 영의 활동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냅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영적인 여정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받아들여진 존재이며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하느님께 받아들여졌음을 받아들이고 그 결실로 너를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받아들이기까지는 한평생이 걸립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받아들여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까닭은 너무나 심한 자기 비하와 자기 보호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죄인이며 무가치하기에 그리스도의 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될 수 없는 존재라고 확신합니다. 결핍과 자기방어에 익숙한 나머지 하느님 나라의 현재를 보는 눈이 멀었습니다. 기쁨을 잃어버린 하루하루가 관계의 단절로 인하여 더욱 괴롭습니다. 외적으로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사람은 내면의 공허를 감추려고 그렇게 합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풍요로운 하느님 나라의 현재를 말하지만, 실존적 공허를 지닌 사람은 자기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인간의 자만심이 만든 탐욕과 힘자랑의 전쟁이 개인과 개인, 공동체와 공동체,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죽이는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단절과 소외, 심각한 외로움이 자꾸만 철옹성의 울타리를 강화합니다.

 

경계를 허무는 힘없음이 벽을 허뭅니다. 하느님의 힘없음이 우리를 살립니다. 우리에게 좋은 소식은 우리의 삶이 언제나 하느님께 쓸모가 있다는 것과 우리에게 필요한 건 능력이 아니라 투명함과 상처 입기 쉬운 나약함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철저하게 그리스도의 몸이며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이 관계 안으로 흐르게 하는 도구들일 뿐입니다.

 

하느님께 받아들여진 존재로 그리스도의 몸이 된 우리는 이러한 하나 됨이 한 번에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기쁜 소식입니다. 우리의 노력이나 수고로 하느님과 합일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서 일하시는 주님의 거룩한 영의 활동입니다. 성령에 의하여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의 성령께서 여러분 안에 계신다면 여러분은 육체를 따라 사는 사람이 아니라 성령을 따라 사는 사람입니다.” (로마, 8,9) 우리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근본에 닿았고, 너와 나와, 피조물과 나와의 관계 안에서 발견되었고 자유의 집으로 돌아온 것을 깨닫게 되면 넉넉함과 풍요로움으로 가득 찬 삼위일체 하느님의 관계적 선이 우리의 관계 안에서도 지금 여기서 누릴 수 있는 하느님 나라로 발견될 것입니다.

 

사랑은 약함으로 드러난 하느님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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