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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순절과 카니발과의 투쟁

작가 : 히에로니모 보쉬(1450- 1516)

크기 : 캠퍼스 유채 59 X 118.5 cm

소재지 : 화란 로테르담 미술관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Rotterdam)

 

대부분의 성미술은 성서나 교리의 내용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기에 성서의 내용이나 성인들의 삶이 대종으로 등장하고 있어 성화는 성 그레고리오 교종의 표현처럼 한폭의 펼쳐진 성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 현상에 무지하고 편협한 개신교 일각에서는 성화를 우상 숭배라는 해괴망칙한 말로 평하나 이것은 무식의 극치이며 오늘날 성화는 현대적 의미의 탁월한 시청각 교재로 성서의 내용을 알리는 선각자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지상 인간들의 삶에서 드러나는 적나라한 모습을 등장시켜 신자들의 삶을 교훈적 효과로 이끄는 학습적 내용을 지닌 작품도 있는데 이 작가의 작품은 바로 이 관점에 해당되면서 대단히 효과적인 목표로 제시된 것이다

 

주제인 사순절과 카니발은 가톨릭 전례의 중요 부분이며 부활절 준비를 위한 정화의 시기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이것은 가톨릭 외 다른 종교에서도 정착된 정화의 중요 예식이다

 

무슬림 교도들은 라마단이라는 것을 정해 하루 해뜨기부터 해지기까지는 모든 음식을 다 금하며 이 기간이 끝날 때 가난한 사람은 단식으로 절약된 것을 불쌍한 이웃들에게 양식이나 일용품을 선사하는 것으로 정착되어 이웃 사랑 실천의 좋은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저녁에 카니발이라는 축제를 허락하는데 이것은 이태리어 Carne vale에서 연유한 것으로 고기여 안녕이라는 단어로 사람들은 이날 저녁 거나하게 먹고 마시면서 고기를 먹지 않고 절식과 단식을 통해 주님 수난의 진면모를 결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의 허약성 때문에 이 축제는 많이 남용되기도 했고 현재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세기에 가면무도회로 유명한 베네치아에서는 아예 성탄이 끝나고 나서 카니발을 시작함으로써 이것이 큰 사회적인 폐단이 되기도 했다.

 

라마단을 지킨 무슬림 교우들은 해가 지고 나면 호텔에 모여 너무 많이 먹어 잘 수가 없어 서성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작가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시작하는 카니발 행사에서 보이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제시해서 크리스챤들의 경각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작가의 생애는 그의 부친과 조부도 화가였다는 사실 이외에는 초기 생애에 관해 기록된 자료가 거의 없다.

 

작가는 성서의 내용이나 성인들의 생애 기적과 같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천상의 사건과는 무관한 지상 삶을 크리스챤들이 만드는 성서적 관점에서 보면 어처구니 없는 문제점을 제시함으로서 고발의 성격을 띈 작품들을 제작했다

 

이것은 신자들의 신앙생활 개선에 큰 기여를 하였기에 당시 교회에서는 신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감동을 주고 생활 개선을 하게 만드는 작가의 작품들을 마치 고급 강론처럼 생각해서 교회를 비판하는 요소가 있을 수 있는 이 작품을 오히려 장려하는 너그러움을 보였기에 작가는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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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교회에 속한 많은 평신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제일 앞 줄에 흰옷에 검은 두건을 쓰고 모인 사람들의 당시 교회에서 평신자의 신분으로 복음을 철저히 살고자 시작된 형제단 (Fraternitas) 단원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중세에서 오늘 우리 본당에 있는 레지오 단원이나 다른 신심 단체 회원처럼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은 우선 자기 형제단의 주보 성인을 모시고 지역 교회가 필요로 하는 여러 사회 사업에 투신했다

 

피렌체처럼 부유한 도시에서는 당시 섬유 거래로 많은 돈을 모은 양모 업자들의 형제단이 성당 건축에 대단한 역할을 한 것도 중요한 것이었다

이들의 복장 중 검은 두건은 좀 이상하게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큰 감동이 있는 것이다

 

이 형제 단원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활동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존재를 잘 알고 있는 처지에서 사회를 위한 어떤 희생적 헌신을 하면 금방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지기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주님 명령을 따르기 위해 오늘의 시각에선 좀 이상한 복장을 했으나 이들이 당시 사회에 끼친 밝은 영향은 대단했다. 한마디로 자신의 선행을 친구들에게도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단원들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술과 음식에 취한 모습으로 앞에 있다는 것은 대단한 실망의 모습이다. 폭음과 폭식 앞에 견딜 장사가 없다는 절망적인 교훈을 던지고 있다.

 

그 뒤로 그 지역에서 모인 살만한 처지의 남녀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희희낙락하고 있다.

 

이들을 전체로 아우르는 것은 이들은 주님 수난을 준비하는 사순절의 시작이라는 것은 까마득히 있고 포식과 폭음이 주는 안락함에 모두 도취되어 자기들의 욕망에 충실하고 있는 씁쓸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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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토실한 생선을 이고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하고 있는 붉은 색 옷을 입은 여인이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 전체를 뭉뚱거려 하나로 만드는 것은 주님을 향한 믿음이 아니라 세상 사람과 조금도 다름없는 폭음과 폭식에 대한 도취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110일 오전 바티칸 바오로6세 홀에서 진행된 일반접견 교리교육에서 악덕과 미덕주제의 교리교육을 계속하면서 이번 주에는 특히 폭식’(暴食)의 죄에 대해 경고했다.

 

교황님은 이 강론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그리스도교의 관점에서 음식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가 될 위험이 있는 것은 음식과의 관계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세리와 레위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 요한의 제자들처럼 금식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바리새인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성경에 나타난 것처럼, 좋은 식사를 즐기는 것이 나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마르코 2:18-20)

 

또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기쁨의 순간에 식탁에서 그분과 함께 기뻐하기를 바라시지만, 또한 사순절처럼 고난의 시기에는 절제와 단식으로 균형을 맞출 준비도 되어 있기 바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일용할 양식에 대해 항상 감사하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염두에 두고, 지상의 좋은 것들을 즐기는데 있어 덕이 있게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와 음식과의 관계는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섭식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의 음식을 너무 많이 낭비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식습관은 적당하고 사회적으로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먹는 방식은 그 사람 영혼에 대해 뭔가를 드러냅니다.

이런 현상을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폭식은 지구를 죽이는 가장 위험한 악덕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큰 죄악, 갑절의 분노가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이름을 저버리고 '소비'를 잉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고 땅을 소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성찬의 남자와 여자로 창조되었지만, 포식자로 변했고, 이런 폭식은 인류 전체에 큰 해악을 입혔습니다. 우리 모두 주님께 절제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을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뉴욕에 거주하시면서 예언자적인 복음 활동을 하시는 장기풍 스테파노 형제님의 번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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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을 돋구기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일군의 악단들

 

이들의 연주곡은 아름답고 경쾨한 참으로 건강한 음악이지만 과도한 음식과 포도주가 넘치면서 이 관중들은 음식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인생을 파괴하는 흉물로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악사들 가운데 한 명이 구걸을 위해 자기들을 찾는 어떤 불쌍한 사람에게 조그만 애긍을 하는 모습이 그래도 인간미가 죽지 않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세상이 모두 미친 순간이 될 때라도 가난한 사람을 위한 배려라는 인간적인 덕목은 이어지고 있다는 희망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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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하는 노파

 

모두 흥청대며 정신없이 즐기는 군중들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어떤 노파가 주저앉은 자세로 사람들의 동정심을 구걸하고 있다

 

구걸의 자세이며 또 몇 가지 물품을 받은 것을 광주리 주위에 담고 있으며 더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외로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 모인 군중들은 다 크리스챤들이며 형제단 소속들이나 폭음과 폭식에 마비되고 나면 주님이 말씀하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깨끗이 잊고 자신의 욕망에만 몰두하기에 더 할 수 없는 비복음적인 처신을 하게 된다

 

작가는 예나 오늘에나 복음적인 긴장이 없으면 빠지기 쉬운 사소한 잘못들의 해악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리고 있다.

 

종교적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속세의 악에 이끌려 결국 타락하는 인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형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많은 비평가들이 그를 난해한 미술가로 생각했다.

 

현대에선 이해가 어려운 많은 상징들은 작가는 도입해서 오늘의 시각에서 보면 거리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교황님의 말씀과 연결시켜 생각하면 오늘도 우리들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신앙의 기본 즉 무슨 신심행위나 행사의 참석이 아닌 매일 우리 삶에서 겪고 있는 음식에 대한 바른 태도가 신앙에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알리면서 경각심을 주고 있다.

 

몇 년 전 작고하신 신영복 선생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간의 삶은 집을 짓는 것과 그리는 것에 비길 수 있습니다. 집을 그릴 때는 지붕부터 그리지만 아무리 그려봐야 집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집을 짓는 것은 땅을 파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집을 짓고자 하면서 땅은 팔 생각을 하지 않고 지붕부터 그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의 그림 앞에 크리스챤들의 사순절 수행이 많은 순간 복음과 거리가 먼 허구적 장난 집을 그리며 만족하는 것이 될 위험이 많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정직한 반성을 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작품은 사순절을 시작한 크리스챤들이 간과하기 쉬운 신앙의 핵심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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