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23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얼마 전 평창동 청원소 담당자로부터 이틀간 피정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 예전에 써먹었던 강의록 만으로도 거의 준비할 필요는 없으나

그래도 젊은 청원 형제들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 지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며 참고해야할 것들을 메모하며 강의록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깨어나야할 시간이 아닌 밤 3시에 눈이 떠지면서 얼핏 스치는 것들이 있는 겁니다.

     

      "맞다! 어줍짢은 남의 얘기들 만을 전해 줄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준비해 온 적지않으 양의 강의 원고일랑 싹 무시하고

      차라리 내 얘기를 하자. 살아 온 내 얘기를..."

 

이런 생각에 미치니, 술술술 제 특유의 지나온 경험들이 머리에 스치는 게 아닙니까.

얼마 전 한창 쩔쭉이 피었을 무렵 인월(남원 근처 지리산 입구)에 다녀 온 이야기도 그 하나입니다.

 

인월 터미널에서 내려 집에 있을 '방서방'에게 전화를 하면 차를 갖고 금방 내려 와 쉽게 갈 수 있었지요.

하지만 모처럼의 시골 나들이에 편히 그리고 쉽게 가느니, 그리고 얼마되지 않는 거리니

산골 풍경을 음미하며 걸어보는 것이 더 좋겠다 싶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조금은 헤멨지만, 다리가 없는 시냇물을 건너 멀리 산 아래 올려다 보이는

이종 사촌 집을 향해 무조건 걸었습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니, 갖가지 한창 피고있는 봄꽃들이며 넘겨다보이는 울타리의 터밭들...전형적인 시골 풍경들이

더없이 좋았고 산골 공기는 그야말로 신선 자체였으니까요.

중간에 고구마를 심고계신 동리 아주머니께 혹시나 하여 길을 물어보니,

    

     "아, 그 선생님 집이요? 그 집 아저씨 억수로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아닙니까?

      어데서 오십니까? 이 길로 곧장 올라가면 됩니다."

 

가르쳐주신대로 좀 더 언덕 길을 오르다 보니,

마지막 외딴 집 앞에 커다란 하얀색 개가 낱설다 짓기는커녕 꼬리를 치며 반가와 하는 겁니다.

 

       "너 혼자 그렇게 있으니 심심하겠구나. 낱선 사람을 보고 그렇게 꼬리를 치니

       참 순하기는...!?"

 

나중에 사촌 선생님 왈- "그 개 사나운 개라서 무섭게 짖는 개인데 어찌 반갑게 꼬리를 쳤지요?"

 

또 얼마를 걷다가 땡볕 길바닥에 커다란 지렁이 한 마리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

죽은 줄로만 알았더니, 조금은 끔틀거려 손으로 집어다가 흐르는 물가 습한 곳으로 옮겨주었답니다.

 

여하튼 그 집에 오르는 길목의 야생화나 계곡물을 보고 느끼며...한 좋은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지요.

소박한 시골 환경에 쏙 빠져들어 불과 2Km 남짓 되는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지내던 성거산이 떠올랐습니다. 6년을 지내면서 수없이 오르내리던 성거산 길!

그곳은 빠른 걸음으로 내리 달려도 읍내 큰 길까지 35분은 걸렸고 오르막 길은 4-50분은 족히 걸린

제법 짧은 거리는 아니었으니까요.

 

시골 길을 오르며 떠지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

사람과 일로 정신없이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도시 삶이 아니라서 좋은...

산야와 흐르는 계곡 소리에 몸과 마음을 담으며 조용히 내면의 뜰에 빗자루질을 할 수 있는...

가진 것 그리 많지 않아도 마음 편한 풍족한 시골.

커퓨터 게임같은 유흥없이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숨쉬며 뛰놀 수 있는 순수 공간들.

흙과 바위가 있어 육체 노동 또한 도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밤이면 달과 별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나 만의 좋은 시간들.

벌레 한 마리나 한 포기의 풀, 나무들과 벗이 되는 단순 소박한 공간들.

모든 것들이 삶의 시가 되어 삶을 더없이 풍요롭게 하는...

 

그 집에 당도하니,

온통 꽃들이란 꽃이 다 피어 "어서 오시지요!"하며 활짝 환영을 하는 것이겠죠.

이것저것 자연 벗들과 할 일을 많이 하는 '방서방'의 새까만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답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7 "에구, 불쌍한 무궁화!" T 온 누리에 평화   여기 정동 수도원 입구에 애지중지 돌보는 작은 무궁화 한 그루가 있습니다. 커다랗고 튼실한 나무로서 잘 자라주기를 희망하면서 거름... 김맛세오 2013.09.03 2281
326 나의 삶을 나누며 늘 깨어 기도해야할 것같습니다. 저는 알루미늄 주물로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계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알루미늄을 녹여서 틀에 기계로 밀어넣어 급속으로 식히면 원하는 제품이 만들... D.Andrea 2013.08.30 2108
325 가슴으로 키우는 '보나' T 평화가 함께...   보통 평범하다고 하는 만남이나 이야기들이 저에겐 늘 범상치 않은 내용으로 다가 오니, 아마도 그만큼 매사 민감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1 김맛세오 2013.08.27 2430
324 2013.07.31 에 페북에 신부님 묵상글을 읽고 재 창조하여 제 페북에 남긴 글입니다.. 또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작은형제회의 당쇠신부님 복음나누... D.Andrea 2013.08.09 2424
323 산을 바라보는 나의 나이는 몇...? T 온 누리에 평화가 가득   얼마전 동대문에 갔다가 꽃시장에서 30Cm 정도 되는 작은 '편백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띄어 저에겐 거금인 3만원을 주고 사다가 ... 2 김맛세오 2013.08.04 2913
322 알래스카의 눈물 T 평화와 선   우리 정원의 텃새, '직박구리' 가족마져도 피서를 간건지, 상큼한 새 소리를 들으며 새벽 눈을 뜨 곤했는 데... 길고 긴 장마와 습도 높은 이... 김맛세오 2013.08.01 2528
321 장마철 이맘때면... T 평화가 시냇물처럼   고향 마을 한가운데로 흐르는 작지도 크지도 않는 고향의 시냇물! 더우기 요즘같은 장마철이면, 그 시냇물을 중심으로 온갖 생명들이 ... 김맛세오 2013.07.16 2180
320 형과의 만남 T 평화가 강물처럼...   "여기 이 사진의 작은 한옥식 대문 자리가 바로 동작동 현충원의 지금 입구란다. 그 오른쪽이 '이수교'로 넘어가기 전 '동재기 나루... 김맛세오 2013.07.01 2199
319 행복의 조건...? T 평화와 선   어제 저희 공동체에서는 1박 2일의 피정을 하고 돌아 왔습니다. 평소에 하던 일손들을 놓고 모처럼 그렇듯 자연의 품 속에서 침잠해 보는 시... 3 김맛세오 2013.06.26 2690
318 행복- 공감 T 온 누리에 평화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만족도가 55%랍니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하면 낙제점이란 건 뉘나 알고 있지요. 걸핏하면 "세계... 김맛세오 2013.06.17 236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