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배우는 학교 (성프란치스코의 축일에)

 

내어 주는 만큼 기쁘고, 내려가고 내려놓을수록 풍요로워지고, 허용하고 놓아줄수록 자유로운 신비가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성프란치스코를 통하여 나에게 전달되기까지 존재의 심연에서 겪게 된 내 인생의 변화들이 계절처럼 다가오고 계절처럼 사라져 갔습니다.

 

일상의 작은 난관들에 빠져 삶 자체가 흔들리던 날 내 주변에는 날 위로해 줄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귀한 손님을 대접하려고 음식을 준비했다가 그릇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릴 때 그 음식은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되고 마는 것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할 때 가난이 무엇이고 겸손이 무엇인지를 배웠습니다. 내가 웃으면 다른 사람들도 웃으며 다가오고 내가 울 때면 내 얼굴만 젖었습니다. 상실은 삽시간에 오고 치유는 더디게 왔습니다.

 

내 인생의 계절은 철마다 특별한 은총의 열매들이 풍성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아픔과 추위를 견디는 고난의 계절마다 나에게서 내가 해방되는 축복이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고 놀라운 일이었는가를 알기 때문입니다. 낱알이 여물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겸손하고 황송한 안배에 설레는 마음으로 선물 보자기를 하나씩 풀어왔던 흔적을 회상하면서 황혼의 계절을 맞고 있습니다. 아직도 못다 한 말들이 구슬처럼 꿰기를 기다리고 있고, 아름답고 연한 슬픔으로 물든 단풍잎같이 창조주의 얼굴이 나의 얼굴을 통해 반사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생산성에 심취해 있던 내가 성취의 목표를 꼭대기에서 바닥으로 정하기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과 성프란치스코의 가난과 겸손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학교가 되어 주었으며, 받아들이고 내어 주는 선의 순환이 남긴 흔적들이 관계를 회복하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인간의 모든 가치를 생산성에만 두어 생산성이 없는 이들을 버리는 시대에 허물어진 성과도 같이 폐허의 잔해 속에서 우울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 성숙의 핵심인 깊은 만족, 성취감, 지혜, 기쁨, 평화, 자유는 생산성이나 창조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성찰과 반성을 통한 내적 작업으로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께서 보여주신 그 길을 따라 내어 주는 몸으로서 얻게 되는 것입니다. 반사된 선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의 얼굴은 기쁨으로 빛납니다. 창조주의 얼굴이 기쁨으로 빛나는 얼굴로 반사되는 것입니다. 도구적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의 기쁨은 그렇게 자유 안에서 너에게로 흘러갑니다. 편하고 가벼운 짐은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님을 닮고 따르려는 가운데 터득하는 신비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 11, 28-30)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2 9월이 오는 길목에서 9월이 오는 길목에서   온전히 이 순간에 깊은 만족을 주는 낙원의 낙조   달빛이 흐르는 강가로 나아가 회상의 배를 띄운다.   응답하는 기쁨... 이마르첼리노M 2021.08.23 490
1031 새로 태어남의 신비 새로 태어남의 신비   “누구든지 새로 나지 않으면 아무도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없다. (요한 3,3)   “옛 생활을 청산하고 정욕에 말려들어 썩어져 가... 이마르첼리노M 2020.07.07 491
1030 합리화의 성찰 합리화의 성찰   고통을 피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웃는 것이다. 나는 슬프게 살고 싶지 않다. 명랑하기를 원하고 삶을 즐기고 싶다.   ... 이마르첼리노M 2020.05.04 491
1029 틀을 바꿔라. 틀을 바꿔라.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마태오 4,17)   회개하라는 말을 고행하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보상과 처벌이라는 틀에 묶여 외... 이마르첼리노M. 2020.12.12 491
1028 예루살렘 성 주간 수요일 : 주님채찍 기둥 경배 예루살렘 성 주간 수요일 :  주님채찍 기둥 경배 2020년 4월 8일   예루살렘 성 주간,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성지 보호구는 예수님께서 수... file 김정훈OFM 2020.04.09 492
1027 아브라함의 믿음 아브라함의 믿음   아브라함의 믿음 안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하느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자신의 자유를 온전히 내어드릴 만큼... 이마르첼리노M 2021.07.01 493
1026 수치심을 일깨우는 학교에서 수치심을 일깨우는 학교에서   수치는 겪어야 하는 일이다. 부끄러운 모습을 인정하는 것과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자유와 해방을 위한 과정으로 반드... 이마르첼리노M 2019.09.06 495
1025 존재의 겟세마니 존재의 겟세마니   겟세마니에서 홀로 기도하시는 예수님처럼 혼자서 가야 하는 길 반응도 갈채도 찬사도 없는 침묵과 은둔의 장소 고독한 기도와 간절... 이마르첼리노M 2020.04.08 496
1024 신앙으로 둔갑하는 이념의 뿌리 신앙으로 둔갑하는 이념의 뿌리   인과응보가 만들어내는 이념들은 신앙의 영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념은 한쪽만을 강조하고 다른 쪽은 무시해버... 이마르첼리노M 2021.02.09 496
1023 무엇에 죽어야 하는가? 무엇에 죽어야 하는가?   십자가에 달려 죽어야만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거짓된 나이다.   그것 없이는 도저히 살 수 ... 이마르첼리노M 2019.08.01 497
1022 자유를 배우는 학교 자유를 배우는 학교   하느님을 발견한 사람, 발견된 하느님을 만난 사람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관계적 사랑을 배운다. 아름다우시고 자비하시며 넓은 마음... 이마르첼리노M 2019.09.14 497
1021 행동하는 자비가 육화되는 땅 행동하는 자비가 육화되는 땅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1요한 4, 11)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에 ... 이마르첼리노M 2021.01.06 497
1020 코로나가 준 여백 코로나가 준 여백   내가 운전대를 잡고 내가 경영하던 삶, 그렇게 살다가는 미래가 없다고 하시면서 주님께서 자리를 양보하라고 하신다.   미세먼... 이마르첼리노M 2020.05.28 498
1019 낮은 곳으로 흐르는 자비의 강 낮은 곳으로 흐르는 자비의 강   삼위일체 샘에서 흐르기 시작한 자비의 물줄기 창조하시는 말씀 하느님의 자비가 흘러든 땅 땅에 핀 하늘의 꽃 사람이 ... 이마르첼리노M 2021.04.01 498
1018 숨겨진 에너지를 찾아라, 너도 할 수 있다. 숨겨진 에너지를 찾아라, 너도 할 수 있다.   성과 지향적인 문화 속에서는 노예로 살아가기 쉽다. 분주한 생활방식, 지나친 경쟁, 출세 제일주의가 그렇게... 이마르첼리노M 2020.05.22 499
Board Pagination ‹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