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3.04.15 17:40

봄 밤에 쓰는 편지

조회 수 6821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봄밤에 쓰는 편지


잃어버린 아침을 애석히 여기는 저녁나절의 허적한 심정처럼
지나온 시간들을 바라보면 허전하고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그다지 많지 않은 시간들이
이제금 아프도록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내 시야 가득히 신선한 초원의 뒤늦은 도취가
내 어설픈 감정을 두드리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감정이 길을 잃어 미혹의 수렁에 빠지는 일이
너무나 자주 생기는 나의 서글픈 우매함은
앞으로도 좀처럼 고쳐지기 어렵다고 여기지만
세상이 이처럼 어여삐만 보이는 그 고마운 햇빛
그 아래서 이젠 영 벗어나지 않고 살았으면 합니다.

내가 걸어온 짧지 않은 시간들
그 이후에도
시간의 물가에서 굽이치는 물이랑을 얼마간 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나에게 큰 축복으로 다가옵니다.

아직도 나는 몰랐던 말과 못다한 말들을 줄줄이 엮어
익어가는 밀밭처럼 싱그러운 향기를 뽑고 싶은 꿈에
얼굴을 붉히기도 합니다.

오랜 설렘을 가라앉힌 사람처럼
서성이던 발길을 멈추고
이젠 하나의 좌석을 정해 앉아있고 싶습니다.

이해와 신뢰를 갖고
그 위에 더하여 사랑으로 함께 있어 준 그대에게
이 밤의 편지는 내 생애의 큰 획을 긋는 느낌을 줍니다.
사신이 귀해진 요즈음
내밀의 사변들이 흐르는 유역에 살고 있는 그대를 생각하며
멀리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 편지를 쓴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의 헐벗은 감정들이 이 허름한 여숙 안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얼마쯤 부끄럽고 얼마쯤 송구한 마음입니다.

사명을 발견할 줄 알며
피할 수 없는 목적아래 자기를 통합해 바치고
아낌없는 땀과 눈물 속에
생명과 생애를 바치려는 갈망을 심어놓으신 분

사랑 때문에 목숨을 내놓는
그 무력하고 연약한 사랑을 깨닫게 하신 분

묵언의 깊은 감동을 내 마음에 새겨
영 잊을 수 없게 하신 분

나에게 길이 되신 분

견디는 기쁨
단순한 기쁨으로 그 길을 가려합니다.

첫새벽 어둑한 뜰에 내려서면
거기 밤새워 화초를 보살피던 누군가가
고요히 자리를 일어서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 나와 그대를 보살펴주시고
당신이 걸어가신 그 길을 가게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밤이 지나고 이제 새벽이 오려합니다.
이젠 나의 입술로 편지를 봉하렵니다.
영육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6 자유가 자유를 구원합니다. 자유가 자유를 구원합니다.   기도를 통해 우리가 듣는 것은 나를 사랑하신다는 그분의 음성입니다. 기도는 끊임없이 우리의 참 존재의 실상으로 돌아가 사... 이마르첼리노M 2013.02.21 6703
235 희망의 포구로 희망의 포구로 항해의 뱃머리를 돌리는 나의 지표는 동반과 부축이다. 험준한 절벽 같은 이를 성난 파도 같은 이를 측은해서 도저히 버려 둘 수 없는 이를 동반... 이마르첼리노 2011.11.05 6706
234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3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통해서 바라볼 수 있는 다른 하나는 바로 성령이신 하느님이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   무를 통해서 성령이신 하느님을 ... 김기환베드로M. 2013.05.15 6710
233 [2006] 골롬반 상반기 강좌 †. 평화와 기쁨 안녕하세요. 따스한 햇살에 푸른 연필심 같은 새순이 돋아나는 계절입니다. 봄이 온다는 소식은 언제나 희망차고 기쁘지요. ^^ 저희 골롬반 선교... 골롬반선교센터 2006.02.25 6734
232 힘이 없는 곳에 힘이 있습니다. 힘이 없는 곳에 힘이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사랑하는 마음 안에 육화하시는 주님의 영께서 향유를 들고 다가오십니다. 자신의 연약함과 무력함으로 우리를 ... 이마르첼리노 2011.04.02 6735
231 한국순교성인 축일을 축하하며 +평화 아씨시에서 인사합니다. 오늘 전세계에서 우리 한국순교성인들을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이곳에서도 특별히 아침에 우리 아시아 그룹 형제들이 ... 마중물 2006.09.20 6744
230 사진으로 보는 성지 성프란치스코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서 성지순례를 하고 싶으신 분들은 갤러리로 오십시오 새롭게 방을 하나 마련하였습니다. 이 마르첼리노 형제 2006.03.02 6750
229 추수군대 샬롬!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게 대함이라&quot;(엡6:12). 영적전쟁이란 하나... 이영애 2007.04.04 6765
228 2008년도 제 19차 성체조배기초교육 개강 + 찬미예수님 서울대교구 지속적인 성체조배회에서 2008년 첫 성체조배 기초교육을 개최합니다. 주님의 말씀 성찬에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감사합... 성체조배회 2008.02.18 6786
227 이스탄불 라마단 http://cafe.daum.net/dialogueunity/7SlH/118라마단 기간중 이스탄불 시실리 사원 이프타르(저녁식사)| http://cafe.daum.net/dialogueunity/7SlH/118 라마단 기... 대화일치 2009.09.10 6787
226 프란치스칸 종교간위원회-콘솔라따 강디에고신부님 임마꿀랏따 강연희입니다.(인천.연수.선학동) 대화위원회세미나 2013-06-13 감사합니다. summers 2013.06.15 6790
225 아랫글의 기자가 수정한 기사내용 바티칸 교황청 ‘비공개 구역’ 바오로 채플… 국내언론 처음 미켈란젤로 벽화 취재기사 (기사입력 2011-05-18 03:00:00 기사수정 2011-05-18 16:39:38) ‘교황의 밀... file 이종한 2011.05.22 6812
224 프란치스코의 영성과 성탄의 의미 / 김찬선 신부 프란치스코의 영성과 성탄의 의미 / 김찬선 신부 1 마중물 2008.01.12 6816
» 봄 밤에 쓰는 편지 봄밤에 쓰는 편지 잃어버린 아침을 애석히 여기는 저녁나절의 허적한 심정처럼 지나온 시간들을 바라보면 허전하고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1 이마르첼리노M 2013.04.15 6821
222 Agnus Dei (아뉴스 데이) Agnus Dei (아뉴스 데이)   크리스챤 신앙의 핵심은 부활신앙이며 부활은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을 전제로 하기에, 크리스챤들은 성주간 전례를 통... file 이종한요한 2017.04.17 6824
Board Pagination ‹ Prev 1 ...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