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용서가 있는 곳에는 힘을 사용하라는 내면의 유혹이 있다.

 

우리는 선을 행할 때마다 측은한 마음으로 돌보시는 하느님의 자기 비움의 고통에 참여한다. 너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은 하느님의 가난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나를 내어놓는 고통을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육화의 겸손과 수난의 사랑은 세상을 치유하시는 하느님의 방식이며 우리는 이 하느님의 방식을 배워 고통을 끌어안는 것이다. 미워하거나 탓을 돌릴 누군가를 포기하고 어떻게든 아픔과 연대하고 사람을 소외시키는 일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회복하게 하고 선의 흐름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스스로 버림받은 희생자가 되시고 고통을 감수하시면서 인류의 희생 문화 안으로 들어오셨다. 그분은 구원하는 폭력 대신에 구원하는 고난을 택하셨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전능한 힘을 포기하고 인간의 연약함으로 연약한 인간을 치유하시며 무력함으로 무력한 인간을 치유하신다. 연약함과 무력감을 받아들이신 십자가는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용서의 표징이 되었다.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에는 용서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복음의 대부분이 직접 간접으로 용서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느님은 용서하신다.’ 용서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완전한 인격체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에 참여하도록 초대하시는 하느님께서는 누구도 당신의 자비에서 제외하시는 법이 없으며 대가나 조건을 요구하지도 않으신다. 인간이 잘못을 저지르는 존재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분으로부터 용서받아야 용서할 수 있고 사랑받아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완고하고 부당한 모습마저도 사랑하신다.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아닐 때도 사랑하시며 선과 악이 뒤섞인 상황에서도 사랑하신다. 사람들이 괴롭히고, 배반하고, 걷어차고, 모욕할 때 당신은 힘을 사용하라는 내면의 요구와 더불어 강한 유혹을 받았다. 하지만 끝내 이를 물리치셨으며 고난을 받아들이시고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생명을 아버지께 내어드렸다. 그리고 당신을 못 박는 이들을 용서해달라고 아버지께 청하셨다.

 

용서가 있는 곳에는 힘을 사용하라는 유혹이 있다. 우리가 경험으로 아는 것은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대면해서 주고받는 용서는 과거를 완전히 잊게 한다. 인과 응보적인 잣대와 저울로는 용서할 수가 없다.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과 죄가 없어야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간의 생각이 하느님의 조건 없는 용서를 가로막는다. 용서받은 삶의 경험은 허다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용서하신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용서를 단순히 법적인 용서로만 전락시키고자 할 때 용서의 실질적인 체험은 불가능하다. 조건을 채워야만 용서를 할 수 있다든지, 업적과 공로가 있어야만 용서를 해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협상이나 거래를 하려는 것이지 하느님의 무한하신 자비를 결코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 나의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때 하느님의 자비를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가 있다. 하느님의 너그러우심이라는 계산할 수 없는 신비의 내부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용서가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다. 사람을 살려내는 새로운 창조가 용서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용서하기가 더 힘든 것은 사소한 것들이 의식과 무의식 속에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끼친 억울함과 상처받은 일들은 정말 사소한 것들이지만 깊은 내면에 축적되어 있어서 그것들을 털어내기가 훨씬 더 힘들다. 밖으로 내어놓기에는 너무나 미미하고 작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것들을 깊은 내면에 쌓아두어 숨통을 조이게 하는 것이다. 억압된 분노와 상처들은 용서가 아니면 관계를 회복할 방법이 없다. 대면하여 먼저 용서를 청하고 용서해야 깨끗하게 사라진다.

 

우리는 하느님을 마음 놓고 신뢰해도 된다. 그분은 거래하시는 분이 아닐 뿐만이 아니라 뭔가 부족하신 분도 아니시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정하고 인자롭게 대해주시는 분이시다. 잘못할 때마다 벌주시는 하느님이 아니시다. 벌주시는 하느님의 이미지는 사람들이 만든 이미지다. 그분은 우리의 사소한 잘못과 어리석음, 판단하고 사랑을 거부하는 마음을 마음에 두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사랑을 멈추실 수 없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이다.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보다 훨씬 더 크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제한할 수 있는가? 우리는 무한하신 자비의 폭포수 아래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전적으로 무력한 위치에 있기에 자신을 내어 맡기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자신을 내어 맡기지 못하는 것은 그분을 무서운 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과응보의 틀을 하느님에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용서하시는 아버지시다. 우리는 그분으로부터 용서받았으며 그분의 자비에 힘입어 나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자비가 나에게까지 흘러왔기 때문이다.

 

2023, 2, 22. 재의 수요일에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5 육화의 신비가 그리스도의 부활을 비춘다. 육화의 신비가 그리스도의 부활을 비춘다.   그리스도 없는 예수, 예수 없는 그리스도 물질 없는 하느님의 영, 영이 없는 물질 십자가 없는 예수, 예수 없는 십... 1 이마르첼리노M 2022.04.21 483
1044 피조물 안에서 빛나시는 하느님의 얼굴 피조물 안에서 빛나시는 하느님의 얼굴   우주 만물의 모든 피조물 안에서 빛나시는 하느님의 얼굴 오감으로 만나는 신비한 얼굴 생명 있는 모든 존재와 더불어 ... 1 이마르첼리노M 2022.05.13 484
1043 하느님의 방식 하느님의 방식   진심으로 보고 들으려면 타인의 상황에 몰입하는 마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주는 것의 순수한 기쁨은 받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것이... 이마르첼리노M 2020.03.18 486
1042 말씀의 통치에 맡겨진 삶 말씀의 통치에 맡겨진 삶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 이마르첼리노M 2021.03.26 487
1041 악의 신비 앞에서 (악을 깨우는 악) 악의 신비 앞에서 (악을 깨우는 악)   악은 언제나 분열과 분리를 시키려고 한다. 하느님은 우리의 인격을 온전하게 하시지만 사탄은 우리를 분열시킨다. ... 이마르첼리노M 2021.01.17 488
1040 듣기로 시작되는 하느님 나라 듣기로 시작되는 하느님 나라   “이것을 듣고 명심하여 실천하여라. (신명 6,3-4) 이스라엘은 들어라”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마태 13,23)   “말씀... 이마르첼리노M 2021.03.07 488
1039 당신이 나를 사랑하시는데 나는 무얼 하면 좋을까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시는데 나는 무얼 하면 좋을까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시는데 나는 무얼 하면 좋을까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함박웃음을 가슴에 품고 ... 2 이마르첼리노M 2022.05.31 488
1038 욕구 충족의 노예에서 욕구 충족의 통제에 이르기까지 욕구 충족의 노예에서 욕구 충족의 통제에 이르기까지   욕구 충족의 노예에서 욕구 충족의 통제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갈등과 넘어짐을 반복하면서 하느님... 이마르첼리노M 2023.02.10 488
1037 변화된 사람이 바꾸는 세상 변화된 사람이 바꾸는 세상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언제나 과거 속에 머문다. 지배문화의 상벌체계 속에 안주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의 수고를 통해... 1 이마르첼리노M 2019.08.18 489
1036 진실은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기 전에 먼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진실은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기 전에 먼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비극을 안겨주는 전문가들, 그로 인하여 걸림돌에 걸려 비틀거리다가 ... 2 이마르첼리노M 2019.08.28 489
1035 따르기 위하여 버리는 나 따르기 위하여 버리는 나   “나를 따르려면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루가9,22)   예수께서는 내려가는 길을 가... 1 이마르첼리노M 2021.05.02 489
1034 말하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냐? 말하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냐?   주제넘은 앎은 지식으로 시작한다. 하느님은 지식의 대상이 아닐뿐더러 지식의 대상이 되는 것을 거부하신다.   우리가... 이마르첼리노M 2019.07.26 490
1033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   창조주께서는 창조하는 나를 창조하셨다. 진실에 닿아본 사람은 진실을 알아본다. 관계의 진실 속에서 이루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이마르첼리노M 2019.09.10 490
1032 9월이 오는 길목에서 9월이 오는 길목에서   온전히 이 순간에 깊은 만족을 주는 낙원의 낙조   달빛이 흐르는 강가로 나아가 회상의 배를 띄운다.   응답하는 기쁨... 이마르첼리노M 2021.08.23 490
1031 새로 태어남의 신비 새로 태어남의 신비   “누구든지 새로 나지 않으면 아무도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없다. (요한 3,3)   “옛 생활을 청산하고 정욕에 말려들어 썩어져 가... 이마르첼리노M 2020.07.07 491
Board Pagination ‹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