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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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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선

 

  '산청, 성심원'하면 한국 작은형제회와 더불어 제법 긴 역사를 지니고 흘러왔습니다.

  저 역시 한 때는 짧게나마 그곳에 지냈던 적이 있어 늘 나름대로의 남다른 감회를 갖고 있습니다.

  어느 이야기 자리에서나 재속 회원분들께 강의를 해 드리면서, 성심원에서 겪었던 이런 체험들을 나누어 드리긴 했어도 

글로서 표현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첫째 이야기>

  오래 전(1977년도) 저희들 수련받을 때였습니다.

  하멜키올 형제님이 수련장이셨고, 우리 5명의 수련자들이 수련 여행을 떠나 여러 곳을 방문하게 된 유일한 기회이자 즐거움이었죠.  요즘의 피교육기 형제들이야 수련기때도 무슨 모임과 활동이 많아 외지로 가 볼  기회가 적지 않지만, 저희때는 그 여행이 유일한 장기 외출의 기회였으니까요. 

  우리는 대구(범어동 꼰벤뚜알 수도원), 포항(예수성심 수녀원), 진주(칠암동 수도원),...를 휘돌아 중간 기점인 성심원엘 도착했습니다.  당시 진주에서 산청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덜커덩거리는 비포장 도로여서 뽀얗게 뒤집어쓴 먼지 하며, 요즘같으면 30분도 채 안걸릴 거리를 아마도 1시간 반 이상은 걸렸고, 게다가 땅거미질 무렵이라 가로등 하나 없는 칠흙밤을 헤치며 달려야 하셨던 유일한 포스바겐 운전자이신 하신부님은 그 표정으로 보아 극심한 여독이 역역했으니까요.

  그렇게 성심원에 도착한 우리들은, "예, 반갑습니다.  수련소가 잘 왔습니다."하시는 민신부님(이태리분)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준비된 식탁으로 안내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의 성심원 사정이 얼마나 열악했던지...코를 찌르는 온갖 냄새며(돼지며 닭 축사가 많았고 오묘한 악취들) 또 식당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날아다니는 파리가 얼마나 많던 지...를 쫒아야 하는 곤혹을 치루었죠. 

  그런데 첫 술을 뜨는 순간이었습니다.  밥을 입에 넣자마자 입 속으로 재빠르게 날아든 파리..가뜩이나 온갖 냄새로 메스껍던 비위였는데 설상가상으로 파리까지...아뿔사!  마을을 온통 휘젖고 다니던 파리가 입 속으로 들어가다니!  감히 웩! 소리는 내지도 못한 채 순간적으로 입 속의 밥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내어 뱉었지 뭡니까.   수련장님께선 그런 사정도 모르시고수련자의 순간적으로 못마땅한 그런 행동에 "귀한 밥을 왜 뱉누!"하시며 일침을 놓으시는 겁니다.  할 수 없이 도로 꿀꺽 삼켜버릴 수 밖에요.  구토증을 간신히 참으며 그 날 그렇게 식사를 했습니다.

 

<둘째 이야기>

  제가 성심원에서 지낼 때인 1984년도입니다.   카나다에 이민가 계신 고모님이 모처럼 고국을 찾으시어, 저와 약속이 되어 성심원엘 방문하셨답니다.  저는 그 때 후원회인 '미라회'를 맡고 있었고요.  원내 할머니들이 기거하시는 '글라라의 집'으로 고모님을 안내해 드렸답니다.  평소에 손님을 맞으시는 할머니들이 춤이나 노래를 잘 부르시어 방문객들에 대한 환대가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할머니 중의 한 분이 손님에 대한 예우로 컵에다 오랜지 쥬스를 내어 오시는 데, 상처나고 문드러진 손가락을 찰랑거리는 유리컵 속 쥬스에 담겨진 채로 가져 오시는 게 아닙니까.  사실 저는 잔뜩 배불러 있는 터라 아무것도 입에 대기 싫었지만, 극구 만류해도 대접해 드리려는 할머니들의 성의를 끝까지 무시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쥬스 한 잔을 다 비웠지만 고모님은 한 모금도 입에 대지 못하시더군요.  할머니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래도 수사님이 훨씬 났네요!"  그런 말씀을 듣는 순간, "아하 할머니들이 결국 고모님과 저를 시험해 보신거로구나!   얼마나 인간적인 진솔한 대접에 목마르셨으면 저렇게 행동하시는 걸꼬!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큰 것인지...사람다운 사람 대접을 받고싶은 아픈 마음의 발로였다니, 만일 나마저 고모님과 같은 태도로 쥬스 마시기를 꺼려했다면...'너 역시 별 수 없는 인간이로구나!'라고 치부하셨을 게 아닌가."

 

<세째 이야기>                 

  아마 김장철이었으니 이맘때였겠죠.

  김장을 담그신다는 전갈이 와 어떻게 잘들 하고 계시나 궁금해 '글라라의 집'으로 올라 가 보았습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끼니, "수사님 예, 이 맛난 보쌈 좀 잡숴 보이소!"하시며 그 성치않은 손으로 싸주시는 거였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그리 했으면 먹고프지 않음 일언지하에 거절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곳 할머니들의 성의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나요. 그런데 세상에 얼마나 소태처럼 짜고 매운 지 혼이 났지요.  짜고 매워 아예 거절한다면...!?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맛있다고 다 먹어버렸지 뭡니까...ㅋㅋㅋ 

 

 

  이외에도 마을의 구호품 옷 담당을 하시면서 저에게 어울릴성싶은 옷이라도 있으면 몰래 부르시어 옷 창고에서 골라 주시던  분다 할머니 수녀님에 관한 이야기며, 늘 나병으로 눈이 빨개있는 한 할머니는 어쩌다 만날라치면, 꼬깃꼬깃 용돈을 호주머니에 넣어 주시며 먹고싶은 게 있으면 사먹으라고 호주머니에 넣어 주시던 자애...지금은 그렇듯 이승에서의 모진 서러움을 잊으시고 모두들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들 계실 테지요.

 

  프란치스코 성인이 회개하실 초창기에 경험하셨던 '나환우와의 만남'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이미 그러한 사부님의 영이 제 안에 자리해선지 일반 사람들과 같은 저항감 따위는 아예 없었던 걸로 기억이 되는 - 제 생애에 오래오래 각인된 감사드려야 할 짧은 경험들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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