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21.09.08 17:19

숲속의 교향곡

조회 수 3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숲속의 교향곡

 

가을 숲에서 가을이 그리운 이들이 모여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교향곡을 연주합니다.

 

1악장

새털구름 사이로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파란 하늘

후드득 떨어진 빗방울처럼 삽시에 떨어진 연민의 물줄기가

알맞게 식은 가슴에 흘러내립니다.

 

못 견디게 그리운 얼굴

아스라이 멀어져간 얼굴들

누나 별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노을에 물든 구름은 한없이 흘러가는데

달밤의 기러기 소식도 없고

가을밤에 우는 귀뚜라미 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아직은 설익은 먼 산의 단풍

반쯤 배부른 추석 달 아래

달빛이 흐르는 강물 위에 두 발을 딛고 먹이를 찾는 배고픈 왜가리들

텅 빈 뻐꾸기 둥지 위에 떨어진 성급한 단풍잎 하나

가녀린 아가씨 어깨너머 먼저 핀 코스모스들이 하늘거리고

황급히 쪼개진 석류의 파열.

홍옥들의 눈망울

 

가을 청과에 꿀을 바르시던 분께서

도로 위에서 무참히 죽어간 생명들에게 레퀴엠을 들려주실 때

배고픈 까마귀와 까치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옵니다.

 

 

2악장

통제하기 쉬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조작된 진실은

자연에서 배우고 숨 고르기를 해야 합니다.

중독으로 중독을 치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낙원이 곁에 있어도 감옥 문은 닫혀있고

창밖에 가을 숲이 노래를 불러도 차창엔 커튼이 내려져 있습니다.

수치심과 음모들이 교묘하게 위장하고 진실을 감출 때

단절은 두 손을 묶어 형장으로 데려갑니다.

 

지배의 칼끝은 언제나 너를 향해 있고

탐욕은 언제나 나를 향해 있습니다.

상실은 삽시간에 이루어지지만

수급은 매우 느린 걸음으로 그 자리를 맴돕니다.

 

3악장

나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이 행복을 보는 것보다 더 좋은 건

당신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는 것입니다.

 

꽃이 자신을 위해 향기를 내지 않는 것처럼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창조의 목적입니다.

모든 피조물은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피조물은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4악장

숲속에서는 찬양의 노래만 들을 수 있습니다.

교향곡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은

자기 몫의 연주에만 힘을 기울입니다.

공유된 선이 만들어내는 선율과 화음은 서로를 즐겁게 합니다.

 

표현할 수 없는 신비는 찬양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기쁨을 제한받지 않고 표현할 방법은 그뿐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에 의해 온전히 자신에게서 벗어난 사람은

신적 환희를 그렇게 표현합니다.

최상의 하느님 체험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낮과 밤마다

사시사철 계절마다

숲속에서 연주하는 교향곡은

우리를 하느님 나라의 행복에 머물게 합니다.

사람의 언어 저편에 계신 하느님의 지휘봉이 거기에 있습니다.

감탄과 찬양이 있는 곳엔 감격하시는 하느님이 계시고

감동하는 내가 있습니다.

 

내가 다른 피조물과 함께 감동을 연주하고

너는 감상을 노래한다면

듣고 계신 그분이 얼마나 좋아하실까요?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7 우월감의 필요성이 사라진 땅에 피는 자유의 꽃 우월감의 필요성이 사라진 땅에 피는 자유의 꽃   나는 내가 선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혹시라도 나에게서 선한 ... 1 이마르첼리노M 2022.01.21 350
216 사도 바오로의 회심 축일에 사도 바오로의 회심 축일에   나는 모난 돌이었으나 부딪고 깨어지고 깎이다 보니 반짝이는 조약돌처럼 되어 가고 있다.   나는 내가 살고 싶어 하는... 이마르첼리노M 2022.01.25 445
215 내 안에 피는 낙원의 꽃 내 안에 피는 낙원의 꽃   내 안에 피는 하늘의 꽃 말씀으로 피는 창조의 꽃 진, 선, 미로 피는 지혜의 꽃 온유하고 겸손한 자비의 꽃 용서하고 허용하는 ... 1 이마르첼리노M 2022.01.29 336
214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무엇으로부터 구원하시는가?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무엇으로부터 구원하시는가?   “분노와 흥분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방해하므로 남의 죄 때문에 화내거나 흥분하지 않도록 ... 1 이마르첼리노M 2022.02.02 337
213 지각과 인식의 변화 (베드로의 고백) 지각과 인식의 변화   베드로의 고백 예수님을 따르기 위한 사도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명료한 지각과 인식으로 시작되었다. 하느님에 대한 지각과 인... 이마르첼리노M 2022.02.10 439
212 칼을 갈아드립니다. 칼을 갈아드립니다.   수도원 현관 앞 두 개의 칼 통 하나는 갈아야 할 칼 또 하나는 갈아놓은 칼   여기저기에서 가져온 칼 요양원에서 수녀원에서 ... 1 이마르첼리노M 2022.02.11 367
211 내가 모르는 나를 찾아 내가 모르는 나를 찾아   나는 나의 자유 안에 뿌려진 말씀의 씨앗들이 나의 고유한 정체성을 이루는 묘목으로 자라나서 거룩한 열정의 나무로 성장하기까지 ... 2 이마르첼리노M 2022.02.14 340
210 더 좋은 것을 너에게 내어주는 마음 더 좋은 것을 너에게 내어주는 마음   외적인 자기에 집착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내 뜻대로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손에 맡겨드린 나의... 2 이마르첼리노M 2022.02.15 301
209 내가 물이 되어 내가 물이 되어   내가 잘못했다고 느낄 때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물이 되라고 하고 네가 잘못했다고 느낄 때 그곳으로 가라고 한다.   물은 형... 1 이마르첼리노M 2022.02.18 374
208 '나'만 찾다가는 ‘나’만 찾다가는     절대적으로 나만 찾는 사람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절망은 자기 사랑의 끝에서 만나는 자존심의 심각한 추락이다. 자신의 실패와 무능이... 1 이마르첼리노M 2022.02.19 382
207 '짝'으로 주신 선물 ‘짝’으로 주신 선물   수치심을 덮어주시는 하느님께서는 (창세 3,21) 가죽옷을 만들어 입히시는 어머니 같은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아담과 그의 아내를 서로를 ... 1 이마르첼리노M 2022.02.21 726
206 “우리는 그분 안에서 숨 쉬고 살아갑니다.” (사도행전 17,28) “우리는 그분 안에서 숨 쉬고 살아갑니다.” (사도행전 17,28)   우리는 아버지의 품보다 어머니의 품에 의해 사랑을 느끼면서 성장해왔습니다. 사실 하느님의 품... 1 이마르첼리노M 2022.02.23 366
205 마음의 소금으로 간을 맞춰라 마음의 소금으로 간을 맞춰라   믿음은 옳거나 우월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도덕적 경주가 아니다. 잘 보이려고 포장하거나 드러나는 것보다 눈에 띄지 않는 것에 ... 2 이마르첼리노M 2022.02.24 303
204 신앙의 현주소 신앙의 현주소   나의 내면에 깊은 골짜기에서는 그분에게 소유된 나와 나에게 소유된 하느님을 만난다. 내가 그분께 더 많이 속하면 속할수록 그분도 나에게 자... 1 이마르첼리노M 2022.02.26 328
203 무대책이 대책 무대책이 대책   프란치스칸 삶의 중심에는 하느님께 자신을 전적으로 내어드리는 가난과 아무것도 자신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하느님의 손길에 맡겨드리는 겸손... 1 이마르첼리노M 2022.03.01 334
Board Pagination ‹ Prev 1 ...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