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5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고난의 땅에 피는 흑장미

 

머리로 아는 것은 깊이가 없다.

진실의 바닥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고난의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참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하느님을 원망하면서도 믿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

인생의 문제들에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난을 구원하는 고난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구원하는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한 가운데서도 생명을 주는 힘이 있다.

구원하는 고난은 사랑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다른 사람 위에 올려놓고 사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더디게 배우지만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진리를 향해 더 앞서 간다.

복음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가난한 이들, 과부들, 소외된 이들, 세리들과 창녀들,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유대 지도자들이 하느님께서 버렸다고 가르친

이미 죄인으로 단정한 계층의 사람들이었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그들이 먼저 깨닫고 받아들였다,

그들에게는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들리는 복음과 배부른 사람들에게 들리는 복음은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

복음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는 갈망과 목마름이 있었다.

그들은 가난하고 압제와 핍박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도 각자의 내면을 성찰하고 그 안에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과

상처와 억압된 분노와 거부감과 두려움을 발견하게 되면

세상에서 핍박받는 사람들과 그러한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자기 주변의 사람들과 사물들과 공명하며

거기에 상응하는 관계들을 만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로움과 소외 가운데 살아가며

어떤 형태로든 폭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 자신들을 향해서도 폭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

 

가정과 공동체의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핍박과 억울하고 부당하게 취급당하는 일과 존중받지 못한 채

폭력의 희생자로 살아가는 데서 나온다.

말의 폭력, 태도의 폭력, 힘의 폭력, 불이익의 폭력,

이러한 폭력을 당하면 살아갈 동력을 잃고 만다.

어디에도 희망의 출구가 없는 절망과 어두움에 놓여 있게 된다.

 

하느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통의 신비에 대해 깊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공허하다는 것, 버림 받았다는 것, 그리고 사랑 받지 못하고 존중 받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뼈저린 인간사의 실상인가를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고,

자신의 인생 전체를 통해 하느님 앞에서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인생에 고난이 찾아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양팔을 들고 기도하며, 얼어붙은 냉방에서 무릎을 꿇고 예배를 드리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믿음을 지킬 것인가?

이것이 내가 욥이 되어 우리의 상황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로 하여금 십자가의 신비에 대면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십자가는 관념이 아닌 삶으로 이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믿음과 용기는 언제나 함께 간다.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목마름이 없는 지식은 관념에 빠진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관념이 아니라 삶이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자기 인생 제반 문제들에 대해

그리스도교적인 해답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이 없다.

예수그리스도를 따르는 데 맞추지 않고 예배를 중심으로 만들었기 때문이고

그 해답은 추상적이고 피상적이며 막연하고 목마름이 없는 지식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은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믿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다.

예수께서 그리스도가 되신 것은 인간 안에 육화하신 말씀이었다.

그 길은 고난을 감수하는 사랑의 길이었다.

그분은 사랑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몸소 가르쳐주셨다.

 

믿음은 은총과 자유의 독특한 산물이다.

하느님의 자유와 나의 자유가 만나 육화의 신비를 삶으로 드러내신다.

역사 속으로 들어오신 예수님, 육화하신 예수님께서

나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을 드러내시기 때문이다.

그 육화는 고난의 신비에 감추어져 있다.

나는 육화의 도구로써 그 신비에 참여한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23 아침 창가에 앉아 아침 창가에 앉아   이른 아침 동녘하늘 구름 속에서 일어나는 태양 이슬 맺힌 가지 끝에서 눈을 비비고 일어나 땅을 향해 영사기를 돌린다.   수탉... 이마르첼리노M 2020.10.16 471
1122 나는 안다 나는 안다.   구름 덮인 하늘 아래 꽃들은 안다. 해가 어디에 있는지   안개 낀 하늘 아래 새들은 안다. 아침이 되었는지   슬픔과 고통이 어둡... 이마르첼리노M 2020.10.15 391
1121 지금 보는 것을 보는 눈이 있다면 지금 보는 것을 보는 눈이 있다면   국화꽃 한 송이 나이 든 억새들의 머리카락 땅에 펼친 도화지에 하늘나라를 그리시는 분께서 오늘도 붓을 잡으셨다. ... 이마르첼리노M 2020.10.14 370
1120 휴가 휴가   수월봉 아래 저녁 바닷가 모처럼 만난 동생 수녀와 해변을 걸었다. 붉게 물든 하늘을 품에 안고 바람에 몸을 맡긴 바다가 수녀의 눈동자에 물결치... 이마르첼리노M 2020.10.13 532
1119 치유를 가져다주는 믿음 치유를 가져다주는 믿음   복음에 나오는 치유 이야기를 살펴보면 예수께서는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특징 지어지기를 한사코 거부하시고 누군가를 치... 이마르첼리노M 2020.10.12 478
1118 거울을 보고 있느냐? 거울을 보고 있느냐?   관계적 사랑을 배우는 믿음의 학교에서 오늘도 공부를 시작하였다.   성공하기 위해서 사는가? 사랑하기 위해서 사는가? 이기... 이마르첼리노M 2020.10.09 389
1117 하늘을 품는 땅에 평화가 있다. 하늘을 품는 땅에 평화가 있다.   삶을 이리저리 끌고 가려는 나의 의지 때문에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시는 선물을 잃어버린다. 은총은 내가 한 일이 전혀 ... 이마르첼리노M 2020.10.07 449
1116 추석 달처럼 추석 달처럼   코스모스는 나를 부르고 밤송이들은 몸을 풀었다.   저녁 햇살을 온몸에 받은 벼들이 벌이는 금빛 축제 대추나무엔 사랑이 익고 사과... 이마르첼리노M 2020.10.01 502
1115 언제인지는 잘모르겠지만 기도할려고 책상서랍에 넣어둔 큰 초를 얼마전에 다 태웠다. 처음에 초를 켤때에는 이걸 언제 다 태우나 싶었지만 다 태우고 난 뒤에는 ... 일어나는불꽃 2020.09.27 540
1114 가을 편지 가을 편지   황혼에 물든 저녁 바닷가 눈동자엔 황금빛 파도가 물결치고 지는 해를 담아다 편지를 쓴다.   땅에 피는 하늘의 꽃 너와 나의 가슴에 ... 이마르첼리노M 2020.09.22 562
1113 생명의 에너지가 흐르는 유역에는 네가 산다. 생명의 에너지가 흐르는 유역에는 네가 산다.   사랑은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먼저 다가가는 사랑은 매력이 있다. 그것이 사랑의 흐름을 시작... 이마르첼리노M 2020.09.21 451
1112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듣는 진짜 뉴스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듣는 진짜 뉴스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믿지 못할 세상에서 나는 신뢰로 구원하는 삶에 초대되었다. 하느님을 신뢰하면 ... 이마르첼리노M 2020.09.20 463
1111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노래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노래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옳다고 주장하지 않아도 주변을 의식하지 ... 이마르첼리노M 2020.09.18 454
1110 기쁨을 깨우는 소리 기쁨을 깨우는 소리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쓰르라미가 노래하는 아침 밤새도록 합창하던 귀뚜라미도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산새들의 합창이 시작되었다. ... 이마르첼리노M 2020.09.15 503
1109 코로나로 지친이들아 코로나로 지친이들아   코로나로 지친 이들아 밤송이가 출산하는 숲으로 가자 태풍에 몇 개 남은 사과들이 얼굴 붉히고 늙은 호박이 뒹굴고 벼들이 고개 ... 이마르첼리노M 2020.09.12 548
Board Pagination ‹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00 Next ›
/ 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