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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3:48

방하착(放下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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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를 빌며...


  이 아침, 얼핏 '방하착(放下着)'이란 용어가 떠오른다.

  이 말은 "공허한 아상(我相), 즉 나의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미로, 흔히 불가의 스님들이 잘 사용하고 어떤 화두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곧잘 떠올리는 말로 알고있다.


  2월 말쯤이면 이곳 정동 수도원에 대공사가 있을 예정이어서, 콧구멍만한 방에나마 이것저것 자질구레 쌓여있는 짐들을 정리하여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 6개월여 임시로 거처할 평창동 수도원으로 옮겨야 한다.  짐이래야 거의 책들이고 적은 소지품들이지만, 그래도 정리해야 한다는 작은 강박감이라 해야 할지 좀 심란해지는 거다.  

  우선 어제 눈에 띄는대로 그동안 취미로 찍었왔던 세월의 묻은 흔적들이 쌓여진 사진들을 정리하고 보니 절반 정도는 버려야 할 것들을 추려내면서, 어릴 적에 두어번 이사를 하면서 오랜 세월 세간들과 뒤섞여서 구접스레하셨던 어른들의 모습이 아스라이...그런 것들중 할머니가 늘 사용하셨던 얼레빗하며 엄마의 동동구리무 곽...같은 것들이며 작고 큰 살림살이들을 쉽게 버리지 못할 것들이 떠오르는 건 웬일일까.  어쩌면 오랜 세월 우리 인생과 함께했던 소도구들을 쉽게 버리지 못한 예전의 어른들과 무어든 쓸만한 물건들임에도 쉽게 내다 버리는 요즘의 세대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내 경우엔 전자에 속하지 않을까 하며 씨익 웃음이 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수도생활을 해 온 나로서는 세간살이에 대한 옛 어른들과는 달리 집착에서 쉽게 벗어나야 한다는 생활 습관과 영성에 배어서인지, 매사에 내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쉽게 타인에게 주어버리거나 애착에서 금방 벗어나는 '방하착'의 실천을 잘 해온 편이란 생각이 들지만, 자주 미진한 찌꺼기들이 남아있는 것같은 찜찜함에 그럴 때마다 새로운 도전의식을 지니게 된다.


   빛바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메모랜덤에 깨알같이 오랜 세월 적혀 온  한 귀절이 눈에 띄어 여기에 적어본다:

              "과거의 좋은 것들을 추억하기

                 현재를 잘(충실히) 살아가기

                        미래가 잘 되리란 굳은 신뢰와 희망을 지니기" 


  사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필요한 것들이 많겠지만, 실상 하느님 품으로 돌아갈 때면 아무것도 지니고 갈 것이 없다.  그래서 평소의 삶에 '방하착'이란 예행 연습이 꼭 필요한 것이리라.  특히 쌓여지기 쉬운 찌꺼기들이나 마음의 구설수같은 것들을 말이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달마사의 불자들

  2. 엄마와 할머니 사이

  3. 아카시아 향기와 엄마

  4. 안델센 동화에 심취해서...

  5. 제 2의 성장지인 흑석동

  6. 방하착(放下着)

  7. 사진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

  8. 나의 유일한 형

  9. 작은 애벌레와의 해후

  10. 기특한 동창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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