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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레오나르도 2013.11.09 09:04

어느 수련자의 강론

조회 수 2002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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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빕니다.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축일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로마 라테라노에 있는, 최초의 바실리카 양식의 대성당이라고 합니다.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라테라노 대성전을 지어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의 봉헌 축일을 지내는 이유는 각 지역 교회가 로마의 모(母)교회와 일치되어 있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천년도 더 전에 봉헌된 성당을 오늘날까지 기리기는 이유가 무엇일지,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묵상을 시작해보았습니다.

 

얼마 전 식사 때에 형제들과 ‘고향’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고향이라 그릴 수 있는, 태어나서 자라며 관계와 삶의 질곡이 켜켜이 쌓여있는 자연과 부락이 가슴 한켠에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저를 비롯한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한 동에만 수천 가정이 살지만 관계는 희박한 아파트와 빌딩숲, 오직 소비를 위해 존재하는 번화가와 대형마트 따위가 자리 잡았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변화무쌍한 도시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학교나 동아리, 성당과 같이 목적을 두고 모이고 알아가는 관계는 있어도 장소를 기반에 둔 관계는 깊지 않습니다. 특별히 저는 태어난 곳은 인천 효성동, 11살 때 이사 간 곳이 청천2동, 중학교 때 다시 논산으로 이사 오면서 ‘어디 출신이냐’는 물음에 답하기가 애매할 적이 많았습니다. 논산이라 답하기엔 나서 15살까지 산 곳이 인천이었는데 인천이라 답하기엔 추억이나 애틋함이 미진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끈으로 채찍을 만드신 다음 양과 소와 함께 그들을 모두 성전에서 쫓아내시며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습니다. 비둘기를 파는 자들에게는,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하고 이르셨습니다. 복음 가운데 화가 나셔도 타이르거나 꾸중 정도 하시던 예수님께서 크게 화를 내십니다. 예수님께 성전은 어떤 곳일까요? ‘내 아버지의 집’이라고 하셨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통과의례처럼 가야만 하는 곳이었을 수도, 누군가에게는 크고 웅장한 관광거리였을 수도, 누군가에게는 참회와 찬미의 자리었을 수도, 누군가에게는 돈이 되는 도떼기시장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잃고 헤매다 성전에서 발견한 성모님이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하자, 예수님이 답했습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어릴 적부터 성전은 예수님께 아버지의 집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살아계시고 나 또한 더부살며 만나고 관계맺는 장소였던 것입니다.

세동료 전기를 보면 프란치스코 성인이 총회 때문에 출타중이었을 때 아씨시 시민들은 포르치운쿨라의 조그마한 낡은 오두막집을 보고는 열성을 다해 큰 집을 짓습니다. 돌아온 프란치스코는 그 집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형제들을 이끌고 지붕위로 올라가 그 집을 부술 생각으로 지붕을 벗겨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집이 현재와 미래의 형제들이 큰 수도원을 짓는 데 빌미가 되겠구나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그곳이 다른 곳들의 규범이요 모범이 되길 늘 원했습니다. 오늘 복음을 읽으며 이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형제회의 고향이요 모태인 포르치운쿨라 성당에 작음보다 웅장함이, 가난보다 화려함이, 주님보다 안락함이 자리 잡기를 원치 않았기에 직접 집을 부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성전은 어디일까요. 지금 기도하고 미사 드리는 이 성당일까요.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전일까요. 라테라노 대성전일까요. 이 모든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에 주님께서 계시지 않다면 그곳은 그저 다듬어 쌓아올린 돌들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주님의 집’에 대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에서 이야기 합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마르 12,30) 주님을 사랑하고, 자기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마태 22,39) 사랑하고, 악습 및 죄악과 더불어 자신들의 육신을 미워하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고,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는 사람들 : 오, 그런 일을 실행하며 항구 하는 남녀 모든 이들을 얼마나 복되고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들인지! “주님의 영이 그들 위에 내리고”(이사 11,2), 주님이 그들을 “거처와 집으로 삼으실 것이며”(요한 14,23), 그들은 아버지의 일을 하기에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들이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정배들이요 형제들이요 어머니들이기 때문입니다(참조 : 마태 12,50).

 

고향을 그리워 할 때 먼저 어느 장소나 지형이 떠올리지만 그 자체를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 곳에 깃든 기억과 삶의 체험, 관계들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전이 거룩한 이유는 그곳이 아버지의 집이기 때문이며 1독서의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가는 곳마다 생명이 약동하는 이유는 그 물에 하느님의 영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도 주님을 모심으로 성전이 되고 서로에게 그 물을 전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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