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주셨다.”
어제 복음은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고 얘기하고 있고,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마음을 열어주셨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열어주셨다는 것은 제자들이 닫혀있었다는 것을 전제하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제자들은 닫혀있었습니다.
눈이 닫혀 있었고,
마음이 닫혀 있었고,
그래서 문을 단단히 닫아걸고 골방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왜 이렇게 닫혀있을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두려워서이고
다른 하나는 주님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두려움 때문에 닫아걸고 있음에 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복음보다 앞선 복음에서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고 얘기하고 있고
오늘 복음에서는 “그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두려움은 문을 닫아걸게 하고, 눈도 마음도 닫게 합니다.
도둑이 들어와 훔쳐 갈까봐 두려워 문을 닫아걸고,
훔쳐가는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 나쁜 짓을 할까 두려워 문을 닫아겁니다.
그런가 하면 끔찍한 것을 보게 되면 눈이 저절로 질끈 감기게 되고,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마음을 닫고 관계도 닫아버립니다.
두려움이 닫음의 한 이유라면 불신은 또 다른 이유입니다.
사람들이 온통 도둑이라고 믿기에 두려워 문을 닫고,
깡패라고 생각하기에 무서워 문을 닫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도둑과 깡패인 경우도 있지만
선량한 사람도 도둑과 깡패로 불신하기도 합니다.
자라보고 놀란 사람 솥뚜껑보고도 놀라는 거지요.
사실 사람들은 이렇게 믿음을 주지 못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믿지 못하는 것은 한 편 우리의 탓이지만
다른 한 편은 믿음을 주지 못하는 다른 인간의 탓입니다.
우리 인간은 믿음도 없고 믿음도 주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어떻습니까?
하느님은 우리가 믿고 하느님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십니까?
오늘 복음을 보면 “그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아직도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는데”라고 얘기합니다.
제자들은 아직도 주님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주님께서도 믿음을 주지 못하시거나
주지 않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까?
그렇지 않지요. 주님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주님은 오늘 믿게 하시려 당신의 손발을 보여주시고
구운 물고기도 같이 잡수시며 갖은 애를 쓰고 계십니다.
그러니까 믿음을 주시는데도 우리가 받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믿음을 주시는 주님께 믿음을 달라고 청해야 합니다.
우리가 믿음이 없음은 주님께서 믿음을 주지 않으시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도 교만하여 믿음을 주님께 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믿음 없는 나 자신에 대해 겸손해야 하고
주님께서 주시는 믿음을 받기 위해 악령 들린 아이의 아버지처럼
주님께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라고 청해야 합니다.
믿음을 주시는 주님께 마음을 여는 하루가 되기를 갈망하는 오늘입니다.
그것 때문에 가끔 다투지만 저또한 문 잠그는 것 참 싫어 합니다.
하느님 나라 문 열어 진리 안에서 자유와 사랑 그날이 오기를 ,생명의 말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