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면서 널리 퍼져 나갔다."
오늘 사도행전에 하느님의 말씀이 자라면서 퍼져 나갔다는 표현이 있는데
하느님의 말씀이 널리 퍼져 나갔다는 것은, 예를 들어 예루살렘으로부터
안티오키아로, 안티오키아에서 에페소 등으로 퍼져 나갔다는 뜻으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이 더욱 자랐다는 말씀은 그 이해가 쉽지만 않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작은 말씀이 있고 큰 말씀이 있기라도 하고,
아이처럼 처음에는 작았는데 점차 커지기라도 한다는 건가요?
그것은 이런 뜻일 겁니다.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는 말처럼
하느님 말씀은 그 신비가 얼마나 깊고, 얼마나 높으며,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지만 우리는 그 신비를 처음에는 조금밖에
알지 못하다가 점차 그 신비를 많이 알아가는 것일 겁니다.
사실 저는 하느님의 말씀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몇십 년을 성서를 읽고 십삼 년째 말씀 나누기를 하는데도
새로운 뜻이 계속 생겨나니 이것은 마치 나무에서 새 가지와 새 순이
돋아 나 큰 나무로 자라나듯 제 안에서 말씀이 자라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 반대도 있을 것입니다.
전혀 자라지 않거나 오히려 죽어가는 것 말입니다.
이것은 주님께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예로 들었던 경우들,
길바닥이나 돌밭이나 가시덤불과 같은 우리 마음 밭일 때
씨앗에서 싹이 돋지 않거나 싹이 났어도 자라지 않는 경우들입니다.
이것이 개인 안에서 하느님 말씀이 자라지 않는 것이라면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말씀이 자라지 않는 차원도 있지요.
하느님 말씀을 공동으로 듣지 않거나 서로 소통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하느님 말씀은 듣지 않고 인간의 소리만 난무하거나
하느님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각자 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을 언제나 공동으로 듣는 것이 중요하지만
특히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공동으로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머리를 맞댑니다.
그리고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제일 좋은 의견들을 모아서 결정하지요.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일 것이고,
이렇게만 해도 의견을 모으지 않고 책임자가 독단으로 결정하거나
자중지란이 일어나 전혀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겁니다.
그렇긴 하지만 이것이 비록 하느님 말씀을 공동으로 듣고 하는 결정
못지않게 좋은 결정일지라도 신앙인다운 결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머리를 맞대기보다 하느님 말씀을
공동으로 듣는다는 것이 어떤 겁니까? 성경 떼기를 공동으로 하는 겁니까?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프란치스코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마치
점괘를 찾듯이 성경을 세 번 펼쳐 거기서 하느님 뜻을 찾아냈지요.
이렇게 성경 말씀으로 하느님 말씀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는 성경이 아니라 형제를 통해서 하시는
주님 말씀도 잘 경청할 줄 알았습니다.
회의 중에 하는 형제의 말이 그 형제의 말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이었고,
특히 클라라와 실베스뗄에게 기도한 뒤 하느님 뜻을 찾아달라고 했는데
이것이 오늘 안티오키아 공동체가 단식기도한 뒤 두 사도의 파견을
결정한 것처럼 기도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듣고 결정한 것이지요.
아무튼, 하느님 말씀을 공동으로 들을 때 하느님 말씀이 자라나고
또 더 널리 퍼져 나감을 오늘 안티오키아 공동체에서 배우는 우리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내 말 네 안에서 잘 자라고 있니?)
http://www.ofmkorea.org/347059
17년 부활 제4주간 수요일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둠을 사랑하게 되지.)
http://www.ofmkorea.org/103541
16년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믿는 것은 보는 것이다.)
http://www.ofmkorea.org/88766
15년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볼 수 있어야 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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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부활 제4주간 수요일
(햇볕은 사랑, 햇빛은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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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께서 말씀하시게 하는 단식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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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부활 제4주간 수요일
(새로운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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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빛과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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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부활 제4주간 수요일
(생명의 빛, 단죄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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