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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의 발단은 예수께서 서른여덟 해나 앓은 병자를 고쳐주셨는데

그 고쳐주신 날이 마침 안식일이어서 왜 하필 안식일에 고쳐주셨냐고

유다인들이 따지자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하신 일을

아들도 보고 따라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유다인들은 그렇게

주장하면 독성죄를 짓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것에서부터입니다.

 

그러니까 유다인들은 당신이 누구시기에 모세의 율법이 금하는 것,

안식일에 하지 말라는 일을 감히 하느냐고 따지는 것이고,

주님께서는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살리는 일을 하시기에

따라서 같은 일을 하는 것일뿐이고 그러므로 당신이 하시는 일이 바로

당신이 하느님이 보내신 분이고 아들임을 증명하는 거라는 말씀입니다.

 

그러시면서 예수님께서는 이제 유다인들에게 역공을 하십니다.

너희는 그분의 말씀을 들은 적도 없고, 모습을 본 적도 없다.

너희는 그분의 말씀이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너희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지 않는다.

너희에게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

너희는 생명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너희는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말씀을 보면 온통 "없다', '않는다'는 부정어 뿐인데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은 적도 없고, 하느님을 본 적도 없으며

하느님께서 보내신 이, 곧 당신을 믿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데 그것은

유다인들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다인들은 어찌 이렇게 부정 일변도입니까?

제가 여러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저희 형제 중에 '아니 형제'가 있습니다.

누가 말을 하면 일단 '아니'라는 말로 상대의 얘기를 받은 다음 이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잘 들어보면 꼭 반대의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말의 습관이 그런 것입니다.

 

이럴 경우 부정의 습관은 남이 얘기하면 무조건 반대하거나 부정하는

부정의 인격이나 성격보다는 낫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타자에 대한 부정은 자기와 자기 소유 외에는 부정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백이나 여유가 없고 개방성도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이들은 왜 개방성도 없고 여백도 없는 것입니까?

그것은 믿음은 이웃에 대한 개방이고 사랑은 이웃에 대한 여백인데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듯 이들 안에 믿음과 사랑이 없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이웃을 남이라고 생각하고 남은 내 안에 받아들이면

안 되는 존재, 곧 들어오게 허용하면 내것을 훔쳐가거나

나를 무너뜨리는 존재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이웃을 위한 마음 자리가 내 안에 없는데

그것은 사랑이 없다는 것이 자기 안에는 자개애밖에

없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은 근근이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를 사랑하기도 벅찰 정도로 사랑이 없는데

그 이유가 바로 자기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내가 싫고 미운데 그래도 나를 사랑해야 하기에 사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고 그래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여백이 없는 것이며

더 나아가 그런 나를 누가 건드리면 그나마 있는 자기애가 여지없이

무너지기에 건드리지 못하게 벽을 쌓고 강하게 방어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웃은 남이라고 치더라도

하느님마저 남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하느님을 남이요 심판자 고소자로 여기는 경우입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내가 너희를 아버지께 고소하리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너희를 고소하는 이는 너희가 희망을 걸어 온 모세"라고 말씀하십니다.


혹시 우리가 이런 사람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이런 자신을 인정하고,

하느님 자비에 조금씩 문을 여는 작업을 시작하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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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3.26 07:08:28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3.26 07:06:55
    19년 사순 제4주간 목요일
    (믿음의 눈은 믿으려는 사람의 눈에서)
    http://www.ofmkorea.org/205204

    18년 사순 제4주간 목요일
    (텀터기 쓰지 말고 하느님께)
    http://www.ofmkorea.org/119389

    17년 사순 제4주간 목요일
    (난감하신 주님)
    http://www.ofmkorea.org/100981

    16년 사순 제4주간 목요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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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 사순 제4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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