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당신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그분의 소유인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셨소. 이제 당신은 주님의 백성을 다스리고,
그 원수들의 손에서 그들을 구원할 것이오.”
이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요구대로 왕을 세워주십니다.
사람들이 하느님 당신만 있으면 다른 임금이 없어도 좋으면 좋으련만
굳이 다른 임금을 세워달라고 하니 당신을 대신하여
당신 백성을 다스릴 영도자를 세워주시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비록 사울에게
맡길지라도 엄연히 당신의 소유이며 당신의 백성이라고 하시는 점입니다.
그리고 임금은 당신 백성을 다스리는 자이기에 아무나 임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기름 부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구약에서 기름 붓는 것은 성별의 의미로서 그렇게 성별된 존재는
하느님의 소유이고 하느님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 있는데 이것은 저희 사제들과 마찬가지지요.
지난주 새 사제들이 서품되었는데 이들이 8년 전 저에게 수련을 받은
형제들이어서인지 남다른 감회를 가지고 예식에 참여했고 첫 미사도
두 번이나 같이 봉헌하며 자연 저의 사제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들처럼 제가 새 사제가 되었을 때 제가 했던 첫 미사 강론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예루살렘 입성 때 주님께서 타셨던 새끼 나귀
얘기로서 제가 바로 이런 새끼 나귀라는 뜻으로 강론을 하였습니다.
새끼 나귀는 말이 아니라 볼품없는 나귀일 뿐 아니라
한 번도 누구를 태워본 적이 없는 서툰 나귀이지요.
그렇지만 주님께서 이런 새끼 나귀를 택하신 것은
세상 임금이 되는 대관식에 가시는 거라면 훌륭한 말을 택하셨겠지만
수난하러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는 것이기에
볼품없고 서툰 새끼 나귀가 어울리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저를 새끼 나귀라고 한 것은 우선 제가 미숙한 사제라는 것,
그러나 늘 주님을 내 등에 태우고 다니는 영광스러운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영광은 영광이기는 하지만 주님과 함께 수난을 당해야만
하는 것이기에 수난의 영광을 이제부터 살겠다는 뜻이었지요.
그런데 돌아보면 이런 마음으로 사제 생활을 시작한 제가 오늘 독서의
사울과 같지 않은지 반성이 되는데 그것은 하느님께 뽑혀 당신 백성의
영도자가 되었지만 임금 노릇을 잘못하여 버림받은 사울처럼
저도 초심을 잃음으로써 주님을 늘 태우고 다니는 새끼 나귀가 아니라
제멋대로 날뛰는 망아지처럼 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다시 초심을 명심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양들이 내 소유가 아니라 주님 소유임을 명심하고,
다음으로 저 자신도 주님 소유의 사제임을 늘 명심하고,
그러므로 사제란 양들을 잡아먹는 강도가 아니라
주님 소유의 양들을 돌보는 착한 목자여야 함을 명심해야겠습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아무나를 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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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연중 제1주간 토요일
(음지의 죄의식과 양지의 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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