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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와 신곡 : 도메니코 디 미켈리노 (Domenico di Michellino: 1417-1491)

by 이종한요한 posted Feb 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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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단테와 신곡 (1465)

   가 : 도메니코 디 미켈리노 (Domenico di Michellino: 1417-1491)

   기 : 템페라(232 X 292cm)

소재지 : 이태리 피렌체 대성당

2021년 3월 25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서 '영원한 빛의 찬란함'(Candorlucis aeternae)을 반포하셨는데, 이것은 “신곡“이란 작품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이태리 시인 단테 알레기리에의 탄생 700주년을 기념하는 내용이었다.

이 교서에서 교황님은 단테의 날을 맞아 오늘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위기의식과 불안 속에서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단테의 신곡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단테의 신곡을 소개한 것이다.

헌데 이 신곡의 구성은 당시 교회의 틀에서 너무도 벗어난 놀랍고 획기적인 것이었다.


교황님은 "비 인간성과 신뢰 위기로 점철된 이 시대적 현실에서 단테라는 인물은 희망의 예언자이자 자비의 시인"이라면서 "그는 여전히 우리의 용기를 북돋는 글과 본보기를 제시한다."고 말씀하셨다.

이어 "단테는 우리 마음이 진실한 평화와 기쁨을 찾을 때까지, 인간으로서 궁극의 목표에 이를 때까지, 삶과 신앙의 여정에서 평온과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하셨다.

이 작품은 단테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만든 것이며 대성당 안에 있는 유일한 벽화이기에 더 돋보이면서 단테를 사랑하는 피렌체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르네상스의 도시인 피렌체에서 1265년에 태어난 단테는 당시로서는 70세가 장수로 여겨지던 시기의 최정상으로 볼 수 있는 35세에 피렌체 공국의 최고 권력기관인 프리오레(Priore) 자리에 오르는 성공을 했으나 예기치 못한 정치적 권력 구도에 휘말리면서  피렌체에서 추방되어 라벤나로 정처 없는 유배를 떠나게 되었다.

제 1 생애는 1265년 태어나서부터 30살인 1295년까지로서 시를 짓는 문학 청년 시절이고
제 2 생애는 1295년~1302년. 35살부터는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군인, 외교관 등으로 활약하였고
제 3 생애는 1302년~1321년, 정치적인 유배와 같은 망명을 하게 되어 죽을 때까지 고국에 못 들어가고 저술 활동에만 몰두했는데 이 고독과 사색의 열매가 신곡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신곡은 그를 피렌체로 귀환시켜주진 못했지만 ‘어두운 숲’과 같았던 그의 인생길에 천국을 향하도록 돕는 나침반이 돼주었다. 그는 작품에서 지옥과 연옥 천국에 이르는 여행을 하면서 모순되고 불합리한 인간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느님의 복음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이렇게 ‘신곡’은 그의 삶을 절망적인 유배에서 희망 가득 찬 순례로 바꾸어 준 계기를 제공했다.

 

단테는 크리스챤으로서 성서를 당시 로마 문화적인 바탕으로 전개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

로마인들이 최고 지성으로 존경하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인도자로 삼아 지옥과 연옥을 여행하고 그의 영혼의 연인이었던 베아트리체의 인도를 받아 천국을 순례하는 내용으로 신곡을 완성했는데, 이것은 오늘날에도 파격적인 시도라 볼 수 있다.

오늘도 제도적인 교회는 자기 체제 유지의 필요하고 여기는 틀을 만들어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한 치도 인정치 않는 풍조가 남아 있는 현실에서 이교도였던 베르길리우스를 스승으로 삼아 크리스챤의 미래 세계를 탐색했다는 자체가 대단한 혁명적 결단이었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로부터 인도자로 지정받게 된 것은 그가 인간 이성과 철학의 스승이기에 그의 인도를 요청하게 되었다 인간의 이성과 철학을 암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것은 오늘날 교회 현실에서도 한번 성찰해 볼만한 문제점이다. 교회가 텅텅 비고 노인들의 휴게소처럼 서글프게 변하고 있는 원인 중 중요한 것의 하나가 바로 교회가 자기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보이는 편협성인데 단테는 신곡으로 이것을 깨트렸다는 자체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예언자적 시도라 볼 수 있다.

단테의 이런 파격적 시도는 너무도 새로우면서도 기쁨을 주기에 단테가 제시한 지옥 연옥 천국의 여정이 마치 당시 사회의 현실로 받아 들일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실재적인 감동을 줄 수 있었다.

단테는 작품 전체를 통하여 역사적 사실성을 부여하며, 마치 실재 장소에서 일어난 지리적 역사적 고증이 되는 작품처럼 독자들이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신곡의 표현은 현대적 시각에서 보면 어떤 묘사는 맞지 않는 것도 있으면서도 그 시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황홀한 것이었다.

신곡에서는 또한 그 처벌의 정확한 등급에 따라 죄인의 서열이 전개되고 있다. 무절제, 폭력 기만이 지옥의 심연에 있는 큰 죄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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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는 유배를 당하고 약 5년 후인 1307년쯤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지만 이야기의 시기는 유배 2년 전인 1300년의 성 금요일이라고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지상 삶에서 겪어야 했던 유배의 쓰라림을 신앙으로 극복하면서 그는 인간들에게 희망을 약속할 수 있는 순례로 나아갔다.

그는 지옥편을 시작하면서 당시 자신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인생의 중반기에 올바른 길을 벗어난 내가 눈을 떴을 때는 깜깜한 숲 속이었다.”(‘지옥 편 제1곡’ 중)

그가 말하는 ‘어둠의 숲’은 그의 정치적 유배 상태를 언급하는 것일 수도 있고, 도덕적으로 영적으로 길을 잃은 자신의 상태를 의미한 것일 수도 있으며 이 상태는 그가 천국을 오르는 순간에도 이어지면서 빛으로 나아가는 삶의 여정에서 겪어야 하는 어둠의 의미를 확인시키고 있다.

천국의 길잡이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자신이 어디에 있으며 누구인지도 모를 때 그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천사로 묘사되고 있다.

베아트리체는 피렌체에 살았으며 단테는 아홉 살 때 베아트리체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 후 9년 후 우연히 길에서 만난 것을 끝으로 그들의 만남은 끝났으나 단테는 일생을 잊지 못하는 기억의 여인으로 있다가 그가 연옥을 끝으로 천국으로 가는 길에서 베아트리체를 안내자로 만나게 된다.

‘신곡’은 아직도 천국으로 가는 길을 찾는 사람들의 소중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단테는 인류 영혼의 대표자이다.

지옥과 연옥은 고뇌의 상징, 유혹의 세계이나, 천국은 지옥과 연옥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회개하고 수정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선물로 묘사되고 있다.

‘신곡’은 단테가 잠에서 깨어 현실에서 겪는 이야기처럼 전개함으로서 독자들에게 내세의 이야기를 마치 현실의 체험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배하고 있다. 이렇게 단테는 우리가 살아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죽음 후의 현실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현실의 공간으로 초대해서 미래의 세계의 현실성과 실재성을 감동적으로 전했다.

신곡이 오늘날 여느 작품들과 차별될 수 있는 위대성은 이 작품이 단순히 인간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처벌과 구원의 문제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현세를 날카롭게 직시하는 사회 개혁적 내용을 저변에 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옥 이야기에서 천국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인간 이성을 상징하는 베르길리우스가 사라지고, 단테가 어렸을 때부터 사랑했던 여인 베아트리체가 나타나 그를 인도한다. 

천국을 안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성적 능력보다 사랑이라는 보다 고결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테에 있어 사랑의 화신과 같은 베아트리체가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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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는 전통적 사고에 따라 예루살렘 바로 아래 지옥을 배치하고 연옥을 그 반대편
  천국이 있는 산기슭에 두고 그 입구를 미카엘 대천사가 지키게 배치했다.

 

신곡에서 이승의 삶을  끝낸 인간은 다음 세 단계로 나아간다고 가르치고 있다. 생전에 죄를 진 영혼은 지옥으로, 정화될 수 있는 죄를 진 영혼은 연옥으로, 생전에 죄를 모두 씻은 영혼은 천상으로 가는데, 지옥은 영원한 암흑세계 이고, 천상은 영원한 빛의 세계인데 비하여, 연옥은 시간 안에서 여러 시련을 겪으면서 정화되어 흙탕물이 흐르면서 서서히 맑아지는 것처럼 정상에 가면 완전히 정화된 모습으로 천국 입성을 하게 된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 이성을 회복하며 시작한 여행이니만큼, 단테는 여행 내내 이성의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안간 힘을 쓰면서 보고 들은 것을 기억에 담아내려 애쓴다.


‘나 하나 홀로, 나아갈 길, 슬픔과 치를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으니, 그르침이 없는 정신은 이들을 말해주리라.’(지옥편 2, 3-6)


그래서 마침내 천국의 꼭대기에 이른 그는 한 권의 책을 발견한다. 다름 아닌 자신의 순례 여정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는 저 둘째 왕국을 노래하련다. 거기서 인간의 영혼이 씻겨져 하늘로 오르기에 합당하게 된다.”(연옥편, 1,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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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연옥의 실재 모습이다. 비록 죄인들이 거치는 곳이나 정화가 끝난 후 천국을 향할 수 있는 희망의 공간이다.

그러나 여기에 들어가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곳이다. 지옥의 문은 항상 개방되어 있어 마음대로 산 인간들이 언제나 쉽게 들어갈 수 있으나 연옥의 문은 마태오 복음 7,13-14에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좁으며 항상 미카엘 천사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르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생명으로 이르는 문은 얼마나 좁고 또 그 길은 얼마나 비좁은지 그리로 찾아드는 이들이 적다.”

단테의 천국 입성 체험은 너무도 장엄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부활 대축일 아침 바다에 희망의 연옥 산으로 옮겨갈 영혼들을 실은 배가 도착하는데 이들은 시편 114편을 노래하며 천국에의 희망으로 위로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떠나서 올 때 야만족이 야곱 집안을 떠나서 올 제, 

유다는 주님의 성소가 되고 이스라엘은 당신의 나라가 되었도다. 

바다가 보고서 도망을 치고 요르단이 거슬러 흘러갔도다. 

산과 산은 숫양처럼 뛰놀았으며 언덕들은 어린 양처럼 춤추었도다.” (시편114:1-4)

에덴 동산 위에는 갈릴레오 이전 중세의 우주관, 동심원 구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해와 달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그 시대인들에게 내세가 결코 가공의 미래가 아니라 오늘의 실재 가능한 사건임을 알리는 것이다.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천국에 도착한 단테는 끌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의 안내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성 프란치스코 이전 교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인이셨다.


그는 성모 신심에 있어 탁월한 견해를 지녀서, 성모님을 별에 비유하면서 어려운 상황일수록 별을 보면서 ‘마리아를 부르자.’ 라고 말씀하시며 정감 있는 표현을 하셨다.

그의 ”아가서 주해“에서 드러나고 있는 사랑의 신비체험은 성 프란치스코를 통해 대중화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근래 단테에 대한 좋은 강의서를 출판한 예수회 김산춘 신부는 이 특징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성 베르나르도는 신학적 체험을 에로틱하게 언어화한다.

그러나 단테는 에로틱한 체험을 신학화 한다.”

세상의 많은 작가와 신학자들이 천국의 아름다움과 영광을 노래했으나 단테는 이것을 너무도 정감 있으면서도 실감나게 표현했기에 지옥 연옥 천국으로 이어지는 그의 순례 여정이 경건한 공포 속에서 사변적인 이론 전개가 아니라 너무도 달콤하고 실감 있는 순례 체험으로 승화시켰다.

그러기에 신곡은 미래를 예견하는 작품이면서 너무도 현실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예언서이기에 저술 당시처럼 오늘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적인 지혜와 순례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의 목표점을 제시하고 있다.

종교 재판이 성행하고 교회의 생각과 다른 것의 표현은 엄격히 금지되고 화형으로 이어지던 공포의 시기에 그는 부도덕한 교황들을 지옥에 보낼 수 있는 용기의 결단은 오늘 우리가 항상 강조하는 순교의 모습처럼 증거적이고 숭고하다. 이 점에서 오늘의 교회가 현대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게 정화되기 위해선 단테와 같은 예언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당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처지에서 성서라는 틀에 매이기보다 인문학적인 바탕을 도입해서 성서의 내용을 더 시대에 맞게 해석해서 크리스챤들의 내세관을 멋스럽고 시대 정서에 맞게 표현했다는 것은 오늘의 교회에서도 한번 새겨 들어야 할 것이기에 교황님은 교서는 참으로 시기적절한 감동으로 등장하고 있다.

단테의 작품에서 별(Stella)라는 단어가 인도자 안내자의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 작품이 있는 피렌체 대성당의 면모와 너무 어울린다.

상업과 무역으로 많은 재산을 축적한 피렌체인들은 이것을 학문발전과 예술에 투자하면서 자기 도시의 성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짖자는 야심적 계획으로 성당 건축을 했다.

대비적인 미학 개념을 도입해서 외부는 인근에서 생산되는 여러 색깔을 조합해서 너무도 화려한 모습으로 만들고 반대로 내부는 너무도 단순하고 휑한 공간으로 만들어진 대성당 안에 유일한 이 작품은 시각적인 감동의 별로 방문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단테가 신곡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별의 형상처럼 단테를 안내자 삼아 순례를 통해 회개의 삶을 시작하자는 초대로 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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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가온 2022.02.16 06:30:30
    단테의신곡 간결한 의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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