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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108c.jpg


제  목   : 성 가롤로 보로메오의 식사 (1628)

작  가   : 다니엘레 크리스피 (Daniele crispi :1595- 1630)

크   기   : 켐퍼스 유채

소 재 지: 이태리 밀라노 산타 마리아 델라 빠시오네 성당

 

  프란치스코 교종의 방문이 있은 후 교회 안팎은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세상은 가톨릭을 대표하는 교종이 불과 100시간 이라는 짧은 일정 안에서 국가 행정력도 해결하지 못했던 많은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선사하는 행보를 보면서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교회 안에서는 교종의 방문을 통해 보이신 태도와 그분이 남기신 말씀을 반추하면서 우리가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데, 이것을 위해서는 겸허하면서도 정직한 자기반성 먼저 해야 한다는 정서가  표출되고 있다.


   교종의 방문 효과가 낙수(落水) 차원에서 어디까지 오게 될 것인지에 대해 회의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지난번 주교회의의 결정은  주교들이 먼저  스스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했다고 하니 , 이것이 실현된다면,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인 교회 전체로 확산될 것이란 낙관적인 기대도 해본다.

 

   그 동안 교회가 덮어두었던 비행이 드러나면서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세상과 지성이 있는 신자들에게까지도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차원으로  확산된 것은 사실이나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보이신 태도를 통해 많이 희석되고 밝은 쪽으로 회복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교회  역사 에서 예수님을 닮은 삶을 살았던  성직자들이 보인   밝고 아름다운 면도 재조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런 시기에 우리의 사고전환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작가는 이태리 밀라노 출신으로 종교개혁으로 실추된 교회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시작된 반종교개혁 의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교회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한 목표로 시작된 바로크 양식의 작품을 많이 남겼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성 가롤로 보로메오 (S. Carolo Borromeo : 1538- 1584) 주교는 밀라노의 명망 있는 귀족 집안에 태어났다.


   사제가 되어 삼촌인 비오 4세 교종의 추천으로 교황청에서 일하며 교회 이해에 대한 경륜을 키운 후 이태리 최대 교구인 밀라노 교구의 교구장으로 임명되었다.

 

   밀라노 교구는 예나 오늘에나 이태리에서 가장 큰 교구이나 성인이 맡을 당시 교구는 더 없이 황폐하고 침체된 상태였다.


   성직자들은 무식한 처지에 권위의식에 빠져 사목과는 거리가 먼 사치 생활을 하고 있었고, 수도원 역시 하느님을 향한 열정도 없이 게으른 상태에서 무위도식하는 폐인 수준의 수도자들이 많아서 복음적인 생기를 주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이었다.

 

   성인은 먼저 무식하고 게으른 성직자들의 쇄신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철저히 감독함으로서 교직자들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성직자들의 악표양으로 정착된 사치한 교회의 인상을 지우기 위해 주교관과 교회 근처에 있던 여러 호화로운 기념비나 무덤들을 정리했다.

 

   당시 성당이나 교회에 속한 건물에는 고위 성직자들의 화려한 무덤이나 공적을 찬양하는 기념물들이 필수처럼 제작 전시되어 갈릴래아의 가난한 어부였던 예수의 모습을 가리고 있었는데, 성인은 먼저 이런 현실적인 병폐부터 제거했다.

 

   1576년 밀라노에 흑사병이 생기자,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많은 정부 지도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도망쳤을 때 그 혼자 밀라노에 남아 일일이 환자들을 방문하여 기도해주고 부족한 식량을 나누어 줌으로서 예수님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킴과 동시에 복음적 지도자로서의 살아있는 증거를 보였다.

 

   그의 이런 복음적인 혼신의 노력을 다한 사목자로서의 삶은 밀라노 교구를 크기로서 만이 아닌 순수한 신앙의 열정이 넘치는 교구로 변화시켰다.

 

   그는 성직자 수도자들의 쇄신 뿐 아니라 크리스천 공동체의 주인인 신자들의 선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청소년 교육과 현대 수준의 주일학교를 처음으로 시작하기도 했다.

    

   그는 극도의 과로로 46세의 나이로 선종했으나 그의 목자로서의 아름다운 모습은 밀라노 신자들의 가슴에 각인되어 오늘까지도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남아 있다.

그가 선종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주님, 저는 여기 대령했나이다.”였다.

 

   밀라노는 이태리에서도 드물게 지성적인 도시여서 현대 사상이 휩쓸고 있는 도시이나 오늘까지 뼈대있는 신앙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도시가 낳은 지도자들 덕분이다.

 이 도시에는 성인을 위시해서 초세기 혼란시기에 대단한 지도력으로 도시를 지킨  성 암브로시오 성인과 같은  위대한 교회 지도자들이 있었다.


 교회적인 건강한 성격을 지키고 있으며 근래에는 바오로 6세 교종과 성서학자인 가롤로 마르티니 추기경 같은 지도자를  배출해서 현대화의 격랑 속에서도 밀라노의 상징인 대성당처럼 건강하고 지성적인 교회 성격이 이어지고 있다.

 

 

    식사.jpg

  

   작가는 고향인 밀라노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그는 예술가이기 이전 시대 징표를 읽고 실천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던 모범적인 크리스천이었기에 작가 보다 조금 더 앞선 시기를 살았던 성인에 대한 것을 많이 알고 있던 처지였다.

 

   작가는 예술적 기량을 신앙 안에 담아 이 작품을 제작했기에 이 작품은 작가가 남긴 많은 종교 작품 중에서 대표작에 속한다.

바로크 예술의 특징인 화려한 표현을 통하지 않고 성인의 모습을 정확히 표현함으로써 복음적인 순수한 열정으로 무장된 착한 목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가는 성인의 면모에서 성공한 사목자로서의 모습으로 부각시키기 보다 성인 삶의 밑바닥에 있는 깊은 신앙에서 영글어진  순수하고 맑은 삶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했기에 성인의 식사 장면을 그렸다.

 

  고위 성직자인 성인이 식탁보도 깔리지 않는 검소하다 못해 초라한 식탁에 앉아 있다.

그 위에 놓인 것이라고는 빵 한 덩어리와 유리병에 담긴 물이 전부이다.

 

   그는 귀족 출신으로 한껏 호사 속에 성장했던 처지였으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기 위해 자기 과거의 모든 것을 성 바오로가 말씀하신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모든 것을 잃었고 그것들을 모두 쓰레기로 여기고 있습니다.(필리3,8)”로 접어두고 새 삶을 시작했음을 알리고 있다.

 

   이 초라한 식탁은 성인 당시 교회의 고질적 병폐였던 성직자들의 분수없이 천박했던  사치에 대해 가장 설득력 있는 한편의 시각적 강론이라 볼 수 있다.

 

   음식이라기보다 그냥 연명을 위한 약처럼 보이는 빵과 물병 곁에 두툼한 성경이 놓여 있으며 성인은 음식을 들기 전 성서를 읽고 있다.

 

   성인의 식탁은 당시 밀라노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의 식탁과 별 차이 없는 검박한 것이나 성경이 놓임으로써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성인은 사목자로서의 자기 모델인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닮는 것 외에는 다른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음을 보이고 있다.


    주교관.jpg

 

   식탁과 조금 떨어진 탁자에는 주교관이 놓여 있고 그 벽에는 십자가가 걸려 있다.

 

   당시 밀라노 교구장의 자리는 지역 군주에 비길 수 있는 막강한 것이었으나, 성인은 이런 착각에서 자유로웠다 .


   작가는 이런 성인의 태도에 따라 주교직이라는 것은 단순히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제자직임을 증거 하기 위해 십자가 아래 소박한 주교관 하나를 두고 있다.

 

   중세기 이후부터 많은 고위 성직자들이 자기들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무덤이나 예술 작품을 보노라면 이것이 예수님의 제자의 모습인가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성인은 이런 면에서 초연했고, 작가는 바로 주교관을 십자가 아래 둠으로서 주교직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백성을 섬기는 자리임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전통적인 성인의 상징인 어떤 후광도 없이 너무도 평범한 사목자의 모습으로 있으나 사목자들이 지녀야 할 자질인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주교직의 핵심임을 너무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식탁에서 성경을 읽고 있던 성인이 시선을 돌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바로 십자가로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성인이 그리스도를 향한 열망이 얼마나 강한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도 바울로처럼 그러나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십자가에 못 박혔고 세상 쪽에서 보면 내가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갈라6,14)

 

   성인은 뼈대 있는 귀족 집안 출신으로 많은 영화를 누릴 수 있는 처지였으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풍요로움에 도취되어 모든 특권과 영화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의 주시는 풍요함으로 자신을 채우는 것이 고위 성직자들이 지녀야 할 유일한 사치요, 품위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회가 제도화 되어 성직자들의 위상이 세속적 지도자의 신분과 혼돈되면서 이것이 성직자에게 가장 잊기 쉬운 덕목이 된 현실에서 이런 성인의 모습은 어둠속의 등불처럼 찬란히 보인다.

  

  

   십자가 오른 편 어두운 공간에 두 사람이 숨어 초라한 식탁에서 성서를 읽고 있는 성인을 바라보고 있다.

 

   이 어둡고 희미한 자리에서 숨어  성인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에서 작가는 교회 목자직을 맡은 성직자들이 지녀야 할 참된 권위의 실상을 제시하고 있다.

 

   교회에 대해 비판적인 성격이 강한 밀라노 교구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목자로서의 성인의 권위는 바로 이런 장면에서 받은 감동으로 시작되어, 민들레 씨앗처럼 신자들의 마음에 심겨지고 이것이 예쁜 꽃으로 피면서  교회를 인도해야 할 목자로서 필요한 튼튼한 복음적 권위로 정착되었다 .


세상의 지도자들 처럼 교회 지도자중에도 외적 성장에 대한 집념의 표현이나 과시성 행사를 통해

교회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이 모습은 감동 이전 숙고의 여지를 주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면 전체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성인의 머리 위로 비스듬히 스치는 빛 때문에 안일과 침체라는 어두운 교회의 현실에 빛을 던지는 존재로서의 성인의 존재성을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검박한 삶을 사셨던 고위 성직자로서의 성인의 삶은 밀라노 대성당으로 상징되는  교구가 지닌 권위와 극과 극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복음이 말하는 역설이다. 가장 평범하고 검박한 삶의 환경에서 신자들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사목자의 실재적 권위는 밀라노 대성당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처럼 대단하다는 것이다.

 

   교회가 변해야 한다는 바램이 가뭄에 단비 기다리듯   교회 안에 팽배한 우리   현실에서  이  작은 작품이 주는 의미와 감동은 대단하다.


Fotolia-Duomo-di-Milan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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