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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2014) : 빌 비올라(Bill Viola : 1956 ~)

by 이종한요한 posted Apr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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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순교자 (2014)

작가 : 빌 비올라(Bill Viola : 1956 ~ )

크기 : 140 x 338 x 10 cm

장소 : 영국 런던 세인트 폴(St. Paul Cathedral)성공회 대성당


교회가 복음 선포의 주요 도구로서 성미술을 이용한 것은 인간의 감성에 접근해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여겼기에 그 시대 예술 풍조나 정서에 맞게 잘 발전할 수 있었다.

성미술은 어떤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얼마나 사람들이 복음에 접근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목표이기에 교회는 어떤 때 좀 미흡한 면도 있었으나 그 시대 풍조를 과감히 받아 들여 풍요로운 성미술의 전통을 남겼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표현이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비디오 아트는 현대인들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텔레비전을 매체로 하는 현대 미술의 한 예술 형태로 1965년 당시 플럭서스 미술가였던 우리나라 백남준(白南準) 선생이 소니(Sony)의 최신 휴대용 비디오 카메라를 사용한 최초의 비디오 작품을 제작해서 세계에 알려진 만큼 우리나라와도 무관하지 않는 그런 예술 형태이다.

작가는 크리스챤이 아니고 어떤 종교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나 종교적인 인생관을 지닌 사람으로 삶과 죽음, 영원한 삶, 인간과 자연에 대해 탐구하고 모든 것을 종교적인 가치관으로 해석하는 성향을 지닌 작가이다. 그의 예술은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 인간과 자연에 대한 영적 이미지를 느림의 미학을 통해 사유하도록 인도하고 있으며 그의 예술의 근원은 우주에 대한 경의와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작가는 어느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으면서 그리스도교와 불교, 그리고 터키에 있는 이슬람교의 분파로서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호전적 분파와 전혀 거리가 먼 신비 체험과 기도를 강조하는 수피와, 동양 불교에서 형성된 선(Zen) 신비주의에 대해 연구함으로서 깊은 수준의 종교 체험을 이해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1980년 18개월간 일본에 체류하면서 선불교승이자 화가였던 다이엔 타나카와 교류하며  동양 신비 사상에 대한 심원하고 정확한 이해를 키우게 되면서 동서양을 아우를 수 있는 종교 체험을 키우게 되었다. 이런 폭넓은 종교 체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전면을 관조의 태도로 바라보면서 작가는 자기 작품을 통해 일관성 있게 제시하고 있다.


작가의 종교의 신비적 차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은 오늘 우리나라처럼  기독교의 어떤 분파가 표현하고 정치적인 영향력까지 행사하고 있는 광신적  집단의 허구성을 조용히 고발하고 있다. 이런 편협한 광기와 전혀 다른 크리스챤의 맑은 면을 보임으로서 종교가 지녀야 할 정화된 모습을 제시했다는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작가는 중세 르네상스 시대 가톨릭 예술이 표현했던 성화의 형태와 주제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함으로서 비디오 아트가 회화와 조각이라는 형태에 익숙한 우리에게도 종교적 주제로서의 친근감을 느끼게 인도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15세기 이태리의 르네상스 작가였던 필립포 리피라는 작가의 작품으로 사도행전 8장에 등장하는 마술사 시몬의 일화와 성 베드로 사도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신 성 베드로 사도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그 고을에는 전부터 시몬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마술을 부려 사마리아의 백성을 놀라게 하면서 자기가 큰 인물이라고 떠들어 댔다.”(사도 8,9)



그의 비디오 설치 작품들은 흔히 자연과 싸우는 형상을 많이 담고 있다. 깊은 물속에 빠지거나, 불길에 휩싸이거나, 느린 동작으로 애통해하는 모습 등이다. 이 작품은 크리스챤 신앙의 핵심적 표현으로 여겨지는 순교자들의 삶을 조명했는데 보통 일반적으로 교회가 제시하는 특정한 순교자의 삶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가 여러 종교 연구를 통해 체험한 순교의 깊은 의미를 동양 철학에서 중요한 땅, 물, 불, 바람과 같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주제인 땅, 물, 불, 바람 같은  것은 동양에서의 우주 형성의 기본 요소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조차 이것을 우주의 기본요소라고 봤던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물에 대한 기본 인식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는 바로 인간 삶에 필수적인 이런 요소들이 인간 삶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면서도  또한 인간에게 큰 고통과 어려움을 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음을 제시한다.


그러기에 작가는 이것이 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함양하기 위해서 이것이 주는 가치의 이중성에 눈떠야 한다는 것을 알리며 이것의 극복을 위해선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았던 순교자의 자세로 인생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작가가 종교적 심성 안에 있는 순교라는 가치를 통해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받아 들여야 할 수용성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하기에 비록 종교인이 아니거나 크리스챤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도 신앙의 가치가 인간적 가치 표현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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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인간 삶의 기본 생명을 키우는 터전이다. 동물들이 삶의 거처인 둥지를 마련하고 식물들이 씩을 키워 꽃과 열매를 맺게 하는 삶의 기본 터전이다. 그러나 이런 삶의 터전이 인간 삶을 압박하고 성장을 억제하는 족쇄의 역할이라는 부작용의 중대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순간에도 흙은 우리에게 희망의 터전으로 변할 수 있다. 먼지가 위에서부터 오는 어떤 힘에 이끌려 하늘로 올라가면서 그 밑에 숨겨져 있던 인간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생명의 존재로 등장하게 된다.

마치 탄광이 무너지면서 매몰 상태에 있던 광부들이 발굴 작업에 의해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오는 감동과 같은 생명의 환희를 제시하고 있다. 흙에서 일어난 인간은 발은 땅을 딛고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하느님을 찾는 인간의 희망적 상징으로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서 흙으로부터 일어나는 인간은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은혜로운 고통의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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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밧줄로 묶인 여인이 무섭게 불러대는 돌풍에 몸이 흔들리며 괴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발도 묶여 있으니 이 여인은 몸이 여러 면에서 편치 않는 상태에 있다. 이 여인이 입은 옷의 색깔이 흰 것처럼 삶 역시 이런 고통의 업보를  당해야 할 이유가 없는 아름다운 영혼이나 자기의 탓이나 업보와도 무관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것이 크리스챤들에게는 주님께서 무죄하시면서도 인간의 구원을 위한 대속의 표시로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인 것에 비길 수 있다. 그러기에 이 고통 받는 여인의 모습은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너무도 명료한 자기의 죄와 무관한 고통을 수용해야 하는 순교 신앙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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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성이 불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의자에 앉아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불이 남성 주위로 번지면서 그는 삽시간에 불꽃 속에 앉아 있게 되며 생명이 위협 받는 긴장과 공포의 시간이 된다.


그러니 어떤 이유인지 이 남성은 도피하거나 벗어날 생각이 없이 침착하게 고통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얼마 후 이 남성은 생명을 잃을 상태에서도 침착과 평온한 모습을 지키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생명을 내놓을 각오가 된 희생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장면은 역시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해진 신앙의 순교적 차원을 강조하는 것이며 내가 가톨릭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순교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정직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적인 자기 점검의 표식판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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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자가 감옥 역할을 하는 지하실 바닥에 묶인 채 누워있다. 줄이 길게 늘어 뜨러져 있는 것을 보면 위에 어떤 부분에서 매달 수 있는 조종을 한 생태인 것을 알 수 있다. 헌데 갑자기 남자가 줄에 끌려 공중에 매달린 가운데 위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야만적인 고문실에서 사람을 물 고문하는 것을 상상케 만들고 있다. 작가는 자기 작품에서 물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것은 작가의 어린 시절 체험과 연관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익사를 체험했는데, 이상하게도 이것은 공포의 체험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와 물속에 있는 물고기나 수초들 간의 아름다움에 황홀했다는 기억으로 이 작품에서도 물을 등장시키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종교의 교리와 무관하게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이 자기 삶에서 수용해야 하는 고통의 인내, 힘든 삶의 여정 심지어 죽음 등의 어려움의 의미성과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성미술이 성당에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은 좀 예외적인 일이나  그가 어떤 종교의 교리만 천작한 것도 아니고 또 중세 르네상스에 유행하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았기에 바로크 양식의 이 대성당에도 어색함이 없이 성미술의 새로운 경지를 확보할 수 있다. 성 폴 대성당은 이런 면에서 어떤 종교의 대성당이나 신전 못지않게 새로운 예술 표현으로 성미술의 관점을 드러내는 예언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앞으로 그가 제작할 새로운 작품들은 성미술의 영역에서 과거 작품들이 주지 못했던 생명력을 선사할 수 있는 밝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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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yrs Composite - Bill Viola

https://youtu.be/HrEG3_4JMQs?si=MhYQchTiChk0zB_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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