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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8월30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by 관리형제 posted Aug 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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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6083053471&sid=010731&nid=007<ype=1[수도원 기행] ⑤ 작은형제회 정동수도원 ‥ 소외된 자 위한 都心영성센터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맛있게 드셨어요? 안녕히 가세요."

밥 때가 아닌 데도 허름한 식당 안에 손님이 가득하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한결같이 식판을 반납하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주인(?)들은 상냥한 표정과 말씨로 손님의 인사에 답한다.

식당 앞 골목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그러나 이곳은 이른바 소문난 '맛집'이 아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멀지 않은 서울 신계동의 빈민식당 '베들레헴의 집'이다.

손님은 인근의 노숙자와 쪽방에 사는 극빈자,폐지와 빈병 등을 수집해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음식 쓰레기가 넘쳐나고 비만이 '공공의 적'이 될 만큼 모든 것이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이들에겐 이곳이 없다면 하루 한 끼의 식사조차 보장받기 어렵다.

오전 9시40분부터 2시간 동안 아침 겸 점심을 제공하는 '베들레헴의 집'에는 매일 180명 안팎의 손님들이 찾아온다.



정동수도원 마당에 모인 작은형제회 수도자들. 가난과 형제애를 강조한 프란치스코 성인을 따라 소박한 형제적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정원이 26명이므로 자리가 나기 무섭게 새로운 손님이 앉는다.

한 끼 밥값은 300원.손님들이 공짜밥을 먹는다는 부담감을 덜고 떳떳이 밥을 먹도록 하기 위해 밥값을 받는다.

이 한 끼가 거의 유일한 식사인 손님들은 보통 공기보다 배 이상 큰 그릇에 담은 밥과 국,반찬 서너 가지를 남김없이 먹고 간다.

이들을 위해 '베들레헴의 집' 식구들은 오전 7시30분부터 식사준비를 시작해 낮 12시가 넘어서야 식사 수발을 끝낸다.

"우리 집은 가난한 이웃으로 오시는 주님을 대접하기 위한 곳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해준 게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하셨으니까요."

이 집 원장인 김무형 요아킴 수사(46)의 설명이다.

'베들레헴의 집'은 원래 천주교 평신도 박창광씨가 1978년부터 운영하던 것을 1991년 가톨릭 수도회인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김 수사를 포함한 3명의 수사와 노량진수산시장성당을 맡고 있는 백형기 신부 등 4명이 함께 산다.

처음에는 정동수도원에서 출퇴근했으나 1997년부터 수도자들이 상주하는 공동체가 됐다.

이들은 매일 오전 6시20분 40여평의 식당 가운데에 마련된 경당에서 아침기도와 묵상으로 시작해 오후 6시 저녁기도로 하루를 마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밥을 해주는 것이 이들의 수도생활인 셈이다.

작은형제회는 12~13세기 이탈리아의 소도시 아씨시에서 태어나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두루 다니며 봉사하고 복음을 전했던 성 프란치스코의 영성과 삶을 따르는 탁발수도회다.

전 세계 회원은 113개 관구에 1만8000여명.한국에는 일제 때인 1937년 캐나다에서 두 명의 선교사가 처음으로 들어와 이듬해 대전수도원을 설립했다.

국내 남자수도회로선 베네딕도회 다음으로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한다.

종신서원을 한 수도자만 127명,양성기에 있는 학생 수사까지 포함하면 160여명에 이른다.




수도원만 해도 한국관구의 본원인 서울 정동과 성북동·평창동,대전 목동 등 여러 곳에 있고 서울 제기동(프란치스코의 집)과 신계동(베들레헴의 집)의 빈민식당 두 곳,강릉의 정신지체자 보호시설,진주와 장성의 무의탁 노인 요양시설,경남 산청의 나환우 요양시설 '성심원',5개의 성당 등을 운영하고 있다.

1965년 개원한 정동수도원은 덕수궁 돌담길(정동길)을 따라 올라가다 정동극장과 예원학교를 지나 경향신문사 바로 옆에 있다.

도로에 면한 곳에 붉은 벽돌로 지은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왼편의 철문을 들어서면 분주한 바깥 세상과 달리 침묵과 고요,단순한 삶 속에서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수도원이다.

작은형제회 한국순교성인관구 본부와 수도원 및 성당,프란치스코교육회관 등이 정동수도원의 주요 구성요소다.

"작은형제회는 탁발수도회로서 소유 없이 가난하게 사는 것을 지향합니다.

큰 수도원을 운영하려면 많은 땅과 건물이 필요하므로 그런 제도적 틀을 벗어나 세상 곳곳을 떠돌며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지요.

성 프란치스코는 가난과 겸손을 통해 무소유의 정신을 실천했고 수도자만이 아니라 하느님이 창조한 모든 피조물을 형제·자매로 알고 풀 한 포기,나무 한 그루까지도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러므로 작은형제회 수도자들의 관심은 누가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형제들인가 찾아 어떻게 도울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관구 건물의 접견실에서 관구장 비서 신성길 니콜라오 신부(37)는 이렇게 설명했다.

부잣집 아들이면서도 나환자와 포옹하고 입맞추기를 꺼리지 않았던 성 프란치스코처럼 가난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주는 게 '작은형제'들의 삶이라는 것.그래서 정동수도원은 수도원 내부 성당과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지하 성당을 외부 사람들에게 개방한다.

수도원은 수도자들만의 '닫힌 공간'이 아니라 도심 속의 영성센터로서 열려 있다는 얘기다.

정동수도원에 사는 30명의 수도자들에게 영성은 어떤 것일까.

신 니콜라오 신부는 "도덕경에서 '도를 도라고 이르면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라고 한 것처럼 하느님의 진리란 이것이다,영성이란 이런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없다"면서 "영성이란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모든 방법이며 물 한 잔 마시는 것,말 한마디 하는 것,사람을 만나는 것,화초를 가꾸는 것,기도하는 것 등 모든 것이 영성"이라고 했다.

수도원에서 나오자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앞마당에 무릎을 꿇은 성 프란치스코가 얼굴은 하늘을 향한 채 세상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이렇게 외친다.

"가난하고 지친 모든 형제들이여,내게로 오시오.가난과 겸손,형제애와 단순한 삶속에 참되고 완전한 기쁨이 있습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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