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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감사합니다.

by Chlazaro posted Oct 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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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선! (Pax et Bonum)

 

오늘은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축일 늦은 밤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쭉 살펴보며 마음에 스며드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느끼며 감사드립니다.

석요셉 형제, 고바오로 형제, 이요셉 형제, 고르넬리오 형제, 프란치스코 형제들 ...

생각나는 형제부터 일일이 부르며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묵주 기도 한 번씩이라도 모든 형제들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작은 형제회 형제들을 기억하며 감사의 글을 적으려는데 콧등이 찡해지며 눈물이 나와 컴퓨터 자판에 떨어지는 걸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가난을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난하게 산다는 것이 인간의 의지로는 불가능하고 오직 하느님의 은총으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저를 압도합니다.

가난은 저를 하느님만 바라며 하느님께만 전적으로 매달려 살게 합니다. 하느님께 매달리며 사는 것이 내 의지적 선택의 삶이 아니라 그렇게 살지 않고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으로 나를 내몰기 때문입니다.

내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 때문에 절망하고 경제문제로 결혼 생활이 망가지고 때때로 온 가족이 자살을 선택하는 현실이 손이 잡힐 듯 가까운 삶의 현실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절박함도 느끼곤 했습니다.

저에게는 다행히도 하느님이 계시고 하느님께 울며 매달리는 성당이 있고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이며 행복인지 모릅니다.

 

새벽마다 미사에 참석하러 성당에 가는 일은 내게는 구원의 체험입니다. 그 시간이 없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스쳐가는 횟수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제의 힘든 일과 때문에, 5시에 힘든 몸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저에게는 구원의 길을 향해 가는 깨어남의 시간이지요.

 

제가 형제회 홈페이지에 갑자기 무례하기 짝이 없는, 도움을 청하는 외람된 편지를 쓰게 된 것도 미사에서 하느님께 눈물로 기도하다가 용기를 냈던 것입니다. 아마 죽기를 각오하지 않았다면 그리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하느님께서 제게 베푸신 은혜로 그저 감사함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지요.

작은 형제회 형제의 사랑과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말뿐입니다. 하지만 평생을 형제들을 생각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살 것입니다. 하느님께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형제회를 나온 그 시각부터 가난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먹고 살아야 하는데 쉽지 않았지요. 결혼도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누군가에게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입니다. 그래도 교회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주변에서 일을 했지요. 하지만 현실을 차가웠습니다. 추웠습니다. 임금은 박했고 근무 연수가 늘어도 급여는 제자리 걸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없이 살면 된다고 자위하며 살았지요. 사회 생활하는 데는 저는 철저히 낙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금년 봄에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저의 가난을 절감하며 울던 때였습니다. 가난했기에 아파하는 아버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내 앞길 헤쳐가기도 힘든 사항인데 아버지를 돌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지요. 아버지의 관속에 제가 눈물과 때가 묻은 묵주를 넣어드리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라도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추스렸지요.

혈육의 형제들도 경제 문제 앞에서는 몸이 위축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힘든 삶을 살기에...

 

사람들이 돈 앞에서는 잔인해집니다. 누군가 경찰과 함께 집의 열쇠를 열고 집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법원의 집달리가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습니다. 아무거나 붉은 딱지를 붙이고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돈을 달라는 소리에 나는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돈 때문입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고 가족들이 살아야 하니까요.

사실 누구 탓도 할 수 없습니다. 다 제가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 무엇 하겠습니다. 제 죗값을 치르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하느님이 계시고 성당에서 미사에 참석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혈육보다 저를 생각하고 사랑해주는 작은 형제회 형제들이 있는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런 어려움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는 생활력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다만 돈 때문에 인간성을 팔거나 잔인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더욱 간절히 하느님께 기도하고 미사에 참석해야겠지요.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형제들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정순용 라자로 형제 드림

(chlazaro@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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