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8724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도원 안에서의 틀에 박힌 생활로는 뚫고 들어가기 힘든 세계를
수영이라는 운동이 열어주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수영이 몸에 익으면서
부드러운 물 속에서 물의 그 감촉을 즐기고 있다.

요즘 며칠 사이에는 수영을 하면서 잉어가 된 느낌이다.
간혹 호수나 강가에서 유유히 노니는 잉어들을 보게 되는데,
그 때마다 늘
무심의 세계에서 꼬리 흔듦도 없이
신선같이 고요히 유영하는 그들의 모습이
나의 수도 생활의 이상처럼 여겨졌었는데,
수영을 하며 내가 잉어가 된 것이다.

어제는 그런 기분에 미친 듯 수영을 하다
홀연히 잉어가 된 느낌으로 수영을 마치게 되었다.
그런 느낌 속에서 수영장을 나서니,
공기 중에서도 잉어처럼 걷게 되었고,
발자욱을 옮길 때마다 발 밑에서 뽀드득 밟히는 눈의 진동이
다리를 타고 온몸으로 흘러들어
한없이 자유롭고 고요한 신비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인왕산이 어제의 인왕산이 아니었다.
하늘이 새로웠고,
광화문 거리의 빌딩들조차 새로웠다.
세상이 다시 창조된 것 같았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이틀 전 금요일 밤,
늦게 수영을 마치고 탈의실 밖으로 나오니,
관리 아저씨가 정수기 옆에서
쓰레기통의 검은색 비닐봉지를 교체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귀찮고 하기 싫기만 한 일을
묵묵히 하시는 그분이
‘쓰레기를 치우시는 그리스도’로 비쳤다.
장-프랑소와 밀레가 관상한 ‘이삭줍는 그리스도’가
생생하게 현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 참 훌륭한 일을 하시네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인사에
아저씨는 순진한 소년처럼 행복해하셨다.
어제 아침에도 덕수초등학교 수영장에서 잉어처럼 수영을 하고
샤워실로 들어서자
뒤따라 들어온 어떤 아저씨가
바닥에 떨어진 비누 조각을 집어
수영복을 빨았다.
내 집 물건을 다루듯 비누를 아끼는 그 아저씨의 모습에서도
남들이 버린 조각 비누로 빨래하시는 그리스도를 관상할 수 있었다.
“버려진 비누 조각으로 빨래를 하시니,
참으로 훌륭하십니다”라는 나의 인사에
그 아저씨도 참으로 흐뭇해 하셨다.

작은 사건을 통해 내 안에 육화하시고 나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너무도 찬란한 보석이었다.

성탄 대축일 아침에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봄나무 2012.06.04 11:51:23
    생활속에서~~하느님의 현존을 느끼시는 신부님의 영성의 신비에 놀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
    홈페이지 썬샤인 2012.06.04 11:51:23
    신부님* 반갑습니다.
    지난 얼례회에서
    관상의신비, 관상의필요성, 관상의은총에 대해서
    편하게 설명 해주셔서 계속 생각 중이었는데
    어설프지만
    실천해 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95 05월 월 피정 안내입니다. 05월 월 피정 안내입니다. 주 제 : &quot; 그분의 진노는 잠시뿐이나 그분의 호의는 한평생 가나니!&quot; (시편30.6) 대 상 : 가톨릭 신자 누구나 장 소 : 정동 프란치스코... 김 안드레아 2006.04.28 8923
1394 용산참사 영화 상영 6월 21일 인디스페이스 극장에서 27일까지 상영합니다. 용산 참사는 2009년 1월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지요. 그 25시간의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제목은... 유이규프란치스코 2012.06.20 8913
1393 환경의 날이래요.. 오늘은 세계환경의 날입니다. 몇 가지 가볼 만한 사이트를 알려드립니다. 1. UNEP(국제연합환경계획) 한국위원회 http://unep.or.kr/wed/ 2. 뉴욕자연사박물관 기... 알림 2009.06.06 8859
1392 작은형제들의 사회참여 사회 참여에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으나 국민의 삶과 괴리된 삶으로는 사회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특히 예수님께서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셨던 부류의 사... 1 유프란치스코 2012.11.22 8794
1391 대전 수련소에 계시는 형제님 안부가 궁금합니다. + 평화와 선 지난 2월9일 목동 수련소에 일이 있어 갔는데, 마침 다리 다친 형제님께서 목발을 짚고 나오시는데, 저도 다리가 불편해서 붙잡아 주어야 계단을 올... 1 정마리아 2006.03.14 8791
» 수영장에서 잉어의 신비를 관상하며! 수도원 안에서의 틀에 박힌 생활로는 뚫고 들어가기 힘든 세계를 수영이라는 운동이 열어주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수영이 몸에 익으면서 부드러운 물 속에... 2 고 바오로 2011.12.26 8724
1389 죄송한 연락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 이 요한 신부입니다 초대드린 심성술 박사님의 &quot;고틱 건축 산책&quot;은 강의 장소인 교육회관의 인터넷 케이블 선 관계로 강사가 준비해 온 ... 이종한 2011.09.18 8658
1388 월피정에 초대합니다. http://sungsim1.or.kr장소 : 산청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신관 일시 : 매월 마지막날 저녁 ~ 새달 오전 내용 : 첨부 참조 file 생비량 2011.01.08 8643
1387 프롬과 프란치스코의 대화 프롬은 사람들의 삶의 자세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소유 지향적인 자세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 지향적인 자세이다. 소유 지향적인 자세는 온 세계를 자신... 김상욱요셉 2012.12.29 8635
1386 가톨릭 교회에 들어오는 성공회 신자들의 성직 자치단에 관한 교황청 신앙교리성 공지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는 성공회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성공회의 전례와 영성적 요소를 유지하면서 가톨릭 교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길을 ... 대화일치영성센터 2009.11.04 8634
1385 감정에 향유를.. 感情에 향유를 ... 나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위기는 감정의 공복에 이르는 일이다. 노래하는 사람이 성대를 아끼듯이 영의 현존아래 자신을 두려는 이에... 이마르첼리노M 2013.02.20 8609
1384 뒤파이 /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를 위한 미사곡 http://www.amare.org St. Antony of Padua (1195-1231)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학자이며 사제, 교회학자, 증거자, 프란치스꼬회(작은형제회) '기적의 성인' '파도... 장 프란치스꼬 2006.07.02 8608
1383 오상을 받은 비잔틴 가톨릭 신자 -The miracle of Damascus 위의 &quot;링크&quot;의 주소를 클릭하시면 주교님의 허락을 받아 올린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7번째와 8번째 동영상에서는 오상을 선명히 볼 수 있습니다. Catholic Yo... 권용희 도민고 2008.09.20 8573
1382 * 예수님과 성요셉님의 대화 * * 예수님과 성요셉님의 대화 * 예수님 : 아빠, 오늘도 라면이예요? 성요셉 : 얘야~ 오늘도 어머니는 발현중이라 바쁘시단다...-_-;;; ^^;;등급이하라면 삭제 당하... 사랑해 2006.04.18 8563
1381 [re] 토론을 제안하신 요한 형제님께! 토론을 하자고 제안을 하셨는데, 제안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지난 주일 가회동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이후, 저희 관구 홈페이지에... 4 고 바오로 2009.06.06 8537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99 Next ›
/ 9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