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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Nov 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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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스스로 회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를 사람의 생각에 가두는 모습입니다. 기도의 양을 늘리고, 희생의 수를 헤아리고, 재물과 재능봉사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회개를 이해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희생을 원하지 않고 자비를 원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예배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그분을 닮고 따르는 삶이 회개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분을 따르는 일은 관계 안에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하느님의 자비와 선이 흐르게 하는 일입니다.

 

회개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자신의 힘으로 회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만심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회개는 하느님으로부터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확신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어떻게 돌보고 계시는지, 또 내가 어떻게 사랑받고 있는지를 아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클수록 나도 뭔가를 내어주려는 마음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성프란치스코는 이러한 응답을 돌려드린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본래 아버지에게서 무상으로 받은 것이기에 아버지께 돌려드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돌려드리는 방법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분은 볼 수 없는 분이시기에 우리는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필요성을 헤아려 그 필요성을 채우는 데 돌려드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회개한다는 것은 무상으로 내어주시는 사랑에 대해 무상으로 내어주는 사랑으로 응답하는 사랑입니다.

 

어떻게 사랑받고 있는가를 아는 인식의 첫 출발은 하느님의 무상성이며 무상성의 뿌리는 창조에 있습니다.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사랑은 피조물을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계의 모든 피조물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빛과 물과 양식을 공급해 줍니다.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이 거기서 자양분을 얻어 살아갑니다. 생태계의 어느 한 부분만 없어져도 인간은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무분별한 자연 파괴가 자연재해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피조물을 통해서 사랑받고 있음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창조는 일회적이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창조하는 나를 창조하셨습니다. 피조물은 독립된 존재로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인간이 저지르는 잘못 가운데 하나는 스스로 독립된 개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립된 존재는 없습니다. 생명의 연결 고리를 보면 서로를 내어주면서 공생하고 공존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독점과 소유로 지배의 영역을 넓히면서 피조물과의 관계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단절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습니다. 내가 현재 존재하는 이유는 하느님이 나를 돌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내어주시는 사랑에 참여하도록 초대받은 우리는 관계 안에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이 흐르게 함으로써 참여합니다. 선을 행함으로 창조에 참여한다는 말입니다.

 

사랑은 결단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여건이 좋아지면 사랑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건이 좋아지면 다른 생각을 합니다. 무엇이 해결되면 해보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병이 치유되면, 좀 더 성숙해지면, 네가 먼저 나를 사랑하면, 상처를 극복하고 나면, 네가 먼저 용서를 청하면, 네가 먼저 다가오면, 뭔가를 해보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지금 행하는 일로 관계를 비춥니다. 하느님의 창조로 창조된 내가 관계 안에 자리 잡은 비극을 메우는 일과 단절된 관계의 회복으로 창조의 영역을 넓히는 것입니다. 미래가 아니고 지금 그렇게 행한다는 말입니다. 사순절이나 대림절에만 부활과 성탄을 준비하기 위하여 회개해야 하는 게 아니고 회개는 매일매일 일상의 관계 안에서 나를 내어주면서 성장하는 믿음의 중심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사랑은 사랑을 통해 사랑이신 하느님을 더 잘 알게 됩니다. 선의 흐름이 있는 데서 발견되는 하느님 나라는 우리의 회개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깨닫게 합니다. 반사된 선으로 관계를 밝혀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회개했다는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 그것은 반사된 선이며 기쁨으로 드러납니다.

 

회개의 열매는 기쁨이며 반사된 선으로 관계를 밝힙니다. 감사와 감동과 감격의 순간들이 기쁨으로 드러나는 것이며 피조물과 너를 통하여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이 얼굴과 온몸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선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나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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