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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을

by 이마르첼리노 posted Oct 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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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가을


    늦더위와 장마 속에서
    마지막 수액을 땅으로 보내는 나무들
    나목으로 옷을 벗기 전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나보다

    만산을 불붙이는 단풍들의 축제
    주황의 화염이 내 가슴에도 불을 지른다.

    들판의 곡식은 하나 둘 사라지고
    빈들에는 가난하면서도
    풍요로운 평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간다.
    자리를 빛내 준 땅의 고마움
    땅의 가난함이여,
    너를 닮고 싶구나,

    내 인생의 가을
    나무와 땅의 가난함처럼
    아무 것도 남겨두지 않고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는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

    자신을 위해 지녔던 것
    나를 내려놓는 그 때가 바로 지금인 것을,

    아! 위대한 가난이여,
    빈손의 풍요함이여,
    하늘로부터 오는 빛으로 물들었구나,

    가을이 가르쳐 준
    단순하고 맑은 마음
    천지가 황송한 감격이요
    진한 감동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처럼
    황홀한 열정으로 물들었던 잎을
    미련 없이 내려놓으며
    추위에 나를 맡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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