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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아버지를 받아달라는...

by 성심원소식지기 posted Mar 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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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sungsim1안녕하세요?
이 더운 날씨에 환자들을 돌보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항상 무거운 업무량에 시달려 고되실 것을 잘 알면서도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펜을 듭니다.
저는 그곳에 입소를 희망해서 신청해놓은 ○○○씨의 막내딸 ○○○라고 합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살아오신 반평생을 남에겐 말하기조차 힘든 (한센)병으로 살아오셨습니다. 가장이 그렇게 오랜 세월 병으로 시달리다보니 가정환경이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궁핍했습니다.
형제들은 모두 학교 한 번 제대로 다녀보지 못하고 모두 생활전선에서 일을 해야했습니다.
가난과 생활이 지긋지긋해서인지 큰 언니 작은 언니는 아직은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고, 저는 남동생 공부와 살림을 거의 떠맡다시피해서 낮에는 직장으로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래도 틈틈이 공부를 해서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둘째언니가 시댁에서 거의 쫒겨나다시피 이혼을 당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아버지의 병명을 알고는 아이를 둘씩이나 난 언니를 위자료는커녕 허구헌날 매를 때려서 결국은 이혼을 하게 된 겁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병과 생활의 궁핍이 낳은 최악의 일이었습니다.
아직도 언니는 그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저 또한 나이가 차서 결혼하고 보니 언니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큰 언니나 저도 시댁에 내놓고 말할 처지는 못되는 사정입니다. 또 하필이면 하나같이 시부모를 모시고 살기에 아버지를 뫼시고 살 수는 더 더욱 없는 딱한 처집니다.

엄마가 계시지만 아직도 생활고에 쫒기다보니 남의집살이를 하시기 때문에 아버지는 드시는 식사도 식사지만 외로움이 정말 크셨을 겁니다.
저희 형제들 일주일에 한번 겨우 찾아뵙는 실정이라 아버지께서 어디 한군데라도 다치시기라도 하면 저희들은 그저 막막하기만 할뿐 매일매일 눈물로 살다시피 한답니다.

몇일전인가는 다리에 염증이 생기셨나본데 제때 치료를 못받아서 어찌나 심해지셨는지 몇일 밤낮을 통증에 울부짖으셨데요. 전 안양연구소엘 찾아가 통사정하고 겨우 아버지를 입원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일전 아버지께 지금 편지 드리는 곳의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몇 달전 신청을 해 놓으셨는데 그곳에서 차일피일 답신을 미루시기만 한다기에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여 입소할 때 드는 비용 부담이라도 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저희 아버지께 어떤 특별한 결격사유가 있어서인지 그저 아둔한 마음에 그저 답답하고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만일 드는 비용이 있다면 저희들 어떻게라도 만들거고, 특별히 어떤 결격사유가 있다면 저희 형제들이 대신 빌고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만, 불쌍한 우리 아버지께서 남은 생이라도 아프실 때 제때 치료받고, 같은 처지의 분들과 동무해서 외롭지 않게 사실 수만 있다면 저희 형제들 어떤 일도 마다않고 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서툰 글 이렇게 장시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소식 기다리면서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찾아뵙고 부탁드려야 도린줄 알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편지 올리는 점 양해해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막내딸이 일하는 가게 오전 10시부터 밤10시까지
(000)000-0000

※ 성심원 50년사 관련 자료를 정리하던 중 발견한 1997년 입소신청서류 속에 든 편지다. 지금은 노인전문주택 가정사에서 살고 계신 ○○○어르신의 따님이 친필로 한센병에 걸린 아버지를 둔 까닭에 당했던 아픔을 적고 있다.


출처 : 성심원 블로그(http://blog.daum.net/sungsi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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