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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밤에 쓰는 편지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Apr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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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에 쓰는 편지


잃어버린 아침을 애석히 여기는 저녁나절의 허적한 심정처럼
지나온 시간들을 바라보면 허전하고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그다지 많지 않은 시간들이
이제금 아프도록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내 시야 가득히 신선한 초원의 뒤늦은 도취가
내 어설픈 감정을 두드리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감정이 길을 잃어 미혹의 수렁에 빠지는 일이
너무나 자주 생기는 나의 서글픈 우매함은
앞으로도 좀처럼 고쳐지기 어렵다고 여기지만
세상이 이처럼 어여삐만 보이는 그 고마운 햇빛
그 아래서 이젠 영 벗어나지 않고 살았으면 합니다.

내가 걸어온 짧지 않은 시간들
그 이후에도
시간의 물가에서 굽이치는 물이랑을 얼마간 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나에게 큰 축복으로 다가옵니다.

아직도 나는 몰랐던 말과 못다한 말들을 줄줄이 엮어
익어가는 밀밭처럼 싱그러운 향기를 뽑고 싶은 꿈에
얼굴을 붉히기도 합니다.

오랜 설렘을 가라앉힌 사람처럼
서성이던 발길을 멈추고
이젠 하나의 좌석을 정해 앉아있고 싶습니다.

이해와 신뢰를 갖고
그 위에 더하여 사랑으로 함께 있어 준 그대에게
이 밤의 편지는 내 생애의 큰 획을 긋는 느낌을 줍니다.
사신이 귀해진 요즈음
내밀의 사변들이 흐르는 유역에 살고 있는 그대를 생각하며
멀리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 편지를 쓴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의 헐벗은 감정들이 이 허름한 여숙 안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얼마쯤 부끄럽고 얼마쯤 송구한 마음입니다.

사명을 발견할 줄 알며
피할 수 없는 목적아래 자기를 통합해 바치고
아낌없는 땀과 눈물 속에
생명과 생애를 바치려는 갈망을 심어놓으신 분

사랑 때문에 목숨을 내놓는
그 무력하고 연약한 사랑을 깨닫게 하신 분

묵언의 깊은 감동을 내 마음에 새겨
영 잊을 수 없게 하신 분

나에게 길이 되신 분

견디는 기쁨
단순한 기쁨으로 그 길을 가려합니다.

첫새벽 어둑한 뜰에 내려서면
거기 밤새워 화초를 보살피던 누군가가
고요히 자리를 일어서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 나와 그대를 보살펴주시고
당신이 걸어가신 그 길을 가게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밤이 지나고 이제 새벽이 오려합니다.
이젠 나의 입술로 편지를 봉하렵니다.
영육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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