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8.05 19:39

가을 스케치 1

조회 수 2242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가을 스케치


말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얼마만큼의 침묵이며
빼어난 그림은 알맞게 자리 잡은 여백이 있다

침묵과 여백은 창조주의 언어요
아버지의 넉넉한 품
어머니의 푸근한 가슴
생명의 시원에서 태를 열게 한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어느 날
나는 내가 그려온 그림을 보았다
여름의 열을 이기고 가을의 평온에 다다르고 있는지.

침묵이 많지 않던 젊은 시절엔
가을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때는 죽음이 멀리 있어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지금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삶의 생각을 많이 한다

가을에 죽으려면 여러 가을을 아름답게 살고
더 속속들이 가을에 정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 살을 가을에게 내 주고
내 영혼도 가을 산하를 굽이굽이 넘어가려면
神이 머물 여백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어디쯤 왔나
여름을 지나 초가을의 문턱에 와 있다
여름의 열기를 찬물로 씻어내
백가지 애환을 눈 감기고
느긋하고 편안한 도취
전율이 따르지 않는 한 가닥의 향심에 머물
안정된 좌석을 마련하려 한다

해질녘 갯벌에 비치는 찬란한 광휘
하늘에 얹혀가는 구름
더 먼데로 눈길을 던지면
그 아득하고 무량한 곳에 무엇이 있을까.

불러도 또 불러도 대답이 없는 분을
다시 부르는 호명의 목소리를 하늘로 보낸다면
저기 손시렵게 새파란 하늘은 어떠한 메아리를 울려 보낼지.
내 인생의 하오에 접어들어
이젠 많지 않은 시간
낡은 기계를 정비하듯이
내 자신의 남루를 골똘하게 손보아야 겠다

수 없이 찾았건만 아직도 무량한 허망들을 살펴보아야지
느끼면 느낄수록 하늘의 음성을 내 한사코 피해 온 일이 없었나를 돌이켜 보아야지
그리고 그 까닭을 되뇌어도 보아야지

가을의 문이 열리는 곳에
제일 영롱한 내 오성의 창을 열어놓아야지
일관된 삶과 충실로 엮은 선을 표나지 않게 감추고
아버지가 주시는 기쁨의 명약으로 상처를 다독여야지

마음이 길을 열면 어디서나 함께 있고
무게도 두께도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언제나 곁에 있을 수 있다.

내가 말하는 건
반은 희구요
반은 어림집작의 몹시 조심스런 나의 믿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느 날엔가 낙엽이 떨어지는 작은 음향 속에
고요하고 유순하게 영면에 안기는 가을이면 좋겠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profile image
    홈페이지 보물 2015.08.18 22:12:59
    '마음이 길을 열면 어디서나 함께 있고'
    너무 멋진 표현입니다.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44 [나눔]- 살아감이란..... 저는 지난 토요일에 '젊은이 피정'에 참가하기 위해 간단한 짐을 꾸려 피정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가던 중... 제 친구 경수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 홍성한 벨라르미노 2007.02.25 4693
1343 [뉴스천지] 세상 속 그리스도인의 삶, 어떻게 살아야 하나 세상 속 그리스도인의 삶, 어떻게 살아야 하나 2009년 08월 31일 (월) 20:01:09 양하늘 기자 sky@newscj.com 현재 우리에게 직면한 민족의 화해와 평화, 전 세계... 김성은 2009.09.01 6416
1342 [모집]2008학년도 전문교육과정 신입생 모집 ↑ 그림을 클릭하시면 본원 홈페이지에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 (엠파스 http://www.empas.com, 네이트닷컴 http://www.nate.com 검색 방법)(네이버 http://www.na... 교리신학원 2007.12.10 5232
1341 [조심하세요] 인터넷 수도원 아래 송바오로란 분이 올리신 인터넷 수도원은 가톨릭 영성이 아니고 개신교입니다. 그리고 좀 수상해 보이네요. 예비자나 기타 방문자들의 혼란을 방지 하기위해... 1 프란치스꼬 2007.07.17 6888
1340 [지원]장애우 보장구 지원사업 안내문(전동휠체어.수동휠체어) http://www.0542611444.com전국 장애인 전동휠체어 자부담 구입비용 지원사업 안내 전동휠체어가 필요한 보행이 어려우신 모든 장애인들에게 본 사랑나눔회에서 ... file 장애인사랑나눔회 2009.01.30 5527
1339 [축] 정장표 레오 형제 박사 학위!!! 6월 9일, 16:30분, 예루살렘 작은형제회 성서대학에서 정장표 레오 형제가 시편 109편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동안 공부 하느라 수고한 레오 형제께 축하... 16 김상원 테오필로 2009.06.10 6534
1338 [홍보] 대전 지역 제 7기 프란치스코 영성강좌 *대전 지역 제 7기 프란치스코 영성강좌* ▶ 주제: 성서 인물들의 영성과 현대 그리스도인 삶의 비전 ▶ 일시: 2007년 3/8 ~ 6/22일 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4시... file 대전 목동 수련소 2007.01.09 5088
1337 ‘No’는 사랑의 언어다. ‘No’는 사랑의 언어다.   진실한 내면의 사랑에는 거절의 신성함이 있다. 관계성 안에서의 선은 긍정적인 ‘예’로 시작하지만 ‘아니요’라고 해야만 선을 지... 이마르첼리노M 2020.01.31 393
1336 “나의 하느님 나의 전부시여!” “나의 하느님 나의 전부시여!”   아버지의 품 안에 들어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본다. 나누임이 없는 통합을 보는 것... 이마르첼리노M 2020.03.04 458
1335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 다마스커스에 있는 한 작은 형제(프란치스칸)가 보내 온 편지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 다마스커스에 있는 한 작은 형제(프란치스칸)가 보내 온 편지 다마스커스의 밥 토마(Bab Thouma) 수도원 수호자... file 김정훈OFM 2020.04.07 609
1334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자신의 주장을 하느님으로 바꾸지 마라 한 번 이야기 하면 의견이지만 반복해서 말하면 강요가 된다. 강요된 사랑... 이마르첼리노M 2017.08.14 1006
1333 “너희는 언제나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 (요한 15,9) “너희는 언제나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 (요한 15,9)   사랑은 몸과 피를 주고받는 인격의 상호성 안에서 사랑이 된다. 내어주는 자와 받아들이는 자의 연... 이마르첼리노M 2022.05.19 471
1332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마태 12,48)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마태 12,48)   “ 믿는 영혼이 성령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할 때 우리는 그분의 정배들입니다. 하늘에 계신” ... 이마르첼리노M 2021.07.21 534
1331 “어떻게”를 배우는 학교 “어떻게”를 배우는 학교   성모님은 하느님의 자비를 노래하는 마니피캇에서 기쁨의 이유로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시는 아버지의 자비를 언급하셨다. ... 이마르첼리노M 2020.03.02 447
1330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해 주듯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해 주듯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복음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 그 변화의 여정에 있는 사람은 지난 날의 잘못을 교... 이마르첼리노M 2020.06.15 535
Board Pagination ‹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99 Next ›
/ 9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