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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유감

by 이종한요한 posted Aug 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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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꽃동네에서 년피정을 한 후, 인근에 있는 성공회 프란치스칸 공동체를 다녀왔다

그 공동체의 창설 20주년이었고 공교롭게 즈음해서 성공회 프란치스칸 세계 총회를 성공회 대학에서 하게 되었기에 세계 성공회 프란치스칸 형제 자매들의 대표도 만난 셈이 되었다

오스트렐리아 미국 영국에 이어 영연방이었던 파푸 뉴기니아, 솔로몬 군도에서 까지 회원들이 참석했다

 

형제들은 우리와 같은 성직형제 평형제들이었지만 자매들 중에는 성공회 답게 여사제도 있는 게 특징이었으나 ,프란치스칸이라는 동질성이 느껴지면서 예의 차원의 형제적 유대가 아니라 프란치스칸 차원의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행사에 관구 행정진이 참석해서 축하하는게 우리가 시나브로 외치는 작은형제성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혼자라도 와서 형제적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자위했다

 

이 땅의 성공회 프란치스칸 공동체의 시작은 덕수궁 곁에 있는 성공회 성가 수녀원과의 인연에서 시작되었다

수도생활의 바탕이 넓지 않는  성공회 수녀님들은 자연스럽게 년피정이나 강의를 요청하면서 만나게 되었고, 수녀님들이 한국 성공회도 남자 수도 공동체가 생겼으면 하는 열망이 생겨 수녀님들이 남자 지원자를 구해 호주 프란치스코회 관구와 연결시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한마디로 성공회 수녀님들의 열망이 남자 공동체 설립에 산파역할을 했고 지난 20년간 우리 관구의 몇 형제들이 이들의 양성에 일조를 해왔다

 

현재 성공회 프란치스칸들은 형제 4명이 살고 있으며

경북 구미에 성공회 성가 수녀원에서 분리된 몇 자매들이 구미 프란시스 수녀원을 시작했기에 이땅에 프란치스칸 가족은 성공회 차원에서도 남녀 수도회가 생긴 경사가 되었다

 

춘천시 외곽의 남면에 있는 수도원 위치의 특성상 축하식 참석자들의 수효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성공회에서 이들을 배려하는 수준은 대단했다

 

이웃에서 사목하는 성공회 사제들은 물론

서울 교구의 전직 현직 주교님들 세분이 참석 하신것이다

현실적으로 규모나 활동에 있어서 그리 대단한 역할도 없는 성공회 프란치스칸들의 시작을 축복하시기 위해 세분의 주교님들이 오셨다는 것은 참으로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아는 성공회 분위기의 밝은 면으로 보였다.

 

와보니 작은 형제회”( 프란치스꼬회)라는 공식 명칭인 공동체로서는 혼자인 처지였지만 카푸친 형제들, 멀리 광주에서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원들이 와서 그래도 어색함(?)은 덜 수 있었다.

 

성공회 프란치스칸들과의 인간적 유대관계 때문인가?

내빈소개 시간에 첫 번으로 작은 형제회에서 오신 이요한 신부님으로 소개 받게 되었고 그 뒤를 이어 줄줄히 내빈들이 소개 되었다.

나는 간단한 인사로서 축하를 표시했다,

 

그런데 이어진 식사에서 어떤 성공회 사제가 조심스럽게 작은 형제회가 무었인지를 물었다.

프란치스칸 가족들안에 생기고 있는 호칭 변경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는 그 사제로서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나는 여기에 대한 기상천외의 답을 했고 그 사제는 내 대답에 고개를 끄떡이며 감사의 표정을 지었다.

나의 대답은 이랬다,

 

 

작은 형제회는 원조 프란치스칸을 말합니다

 

근래 나는 원조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춘천 원조 닭갈비집 , 장충동 원조 족발집 , 피정하고 있는 가평 꽃동네 근처에서 원조 포천 이동 갈비집 등 거론하자면 여럿이 이어지는데, 나의 정체성을 묻는 사제에게도 원조라는 말로서 마무리 했다,

 

민감한 프란치스칸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무지하고 우악스러운 대답이긴 했으나 생선 가시처럼 불편한  것을 미끈히  잘 넘긴 대답이라 생각하면서도 다음을 생각하니 내안에 찝찝한 여운이 남는다

 

 

근래 이땅의 프란치스칸 가족들에게 명칭 변경의 선풍이 시작되었다

그 진원지는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라고 불리는 내가 몸담은 수도회이며 이 유행이 많은 프란치스칸 가족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책임자의 명칭을 봉사자로 부르는 것으로 시작해서, 집안 사정이지만 원장이 수호자로 ,공동체가 형제체, 등 감당하지 못할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몇 개월 전 어떤 수녀원 년 피정을 맡게 되었는데, 거기 장상의 명칭도 총원장에서 총봉사자로 변경되어 있었다

우리의 모범(?)을 본받으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좀 예외적으로 들렸다

 

총원장이 이름에 봉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기 보다 총원장이란 직책을 지닌 장상의 인격은 공동체 자매들을 위하는 것을 자기의 책임으로 여기며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장상의 이름으로 정착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 가 하는 생각을 했다.

총원장이 총봉사자로 명칭이 바뀜으로 품질이 떨어진다고 속단해서도 않되겠지만 모든 그리스도 제자의 기본 태도인 봉사를 자기가 독점하고 사는 것 처럼 스스로 불리길 바라는 것은 희극적인 낮간지러움이라는 정서도 무시할 수 없었다

 

몇 년전 단위 형제회 영적 보조를하며  알게 된 것은 재속 형제회안에도 봉사의 물결이 동해바다 밀물처럼 몰려 오는 것을 보았다

형제회 회장은 그만두고라도 직책 맡은 많은 사람들이 자칭 봉사자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발상이라 생각했다.

 

 나는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회장님에게 나의 뜻을 알렸드니 내가 섬기는 형제회는 봉사라는 단어 사용에 신중한 처신으로 이어지면서 자기 직분에 충실한 삶 자체를 봉사로 생각하다 보니 , 봉사자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군웅할거하는  다른 형제회 보다 훨씬 덜 위선적이고 , 더 복음을 실천하는 형제회로 남았다는 기억이 있다.

 

조선왕조 500년의 지배이념이었던 주자학은 명분을 중요시하는 성리학과, 실리를 중요시 하는 실학이라는 두 큰 산맥이 있었는데, 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명분을 중요시하는 성리학이 조선왕조 부패와 멸망에 일조를 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반면 실리를 중요시했던 실학은 이런 성리학이 빠질 수 있는 형식적 사고방식을 일축하면서 조선 왕조 부흥에 견인차 역학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실학파의 많은 사람이 천주교 신자였으며 정약용의 계획에 의해 수원화성이 완공되었다는 자랑스러움이 남아있다

 

어느 민족이나 집단이 다 그렇겠지만 명분을 중요시하는 집단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빈 강정 꼴이 되고 만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오늘날 긴 역사와 아름다운 전통이 있는 서구 교회가 몰락하는 모습은 ,그동안 너무 복음을 명분적인 차원에서 접근함으로서 복음화가 조직력 강화 , 세력 확장의 방향으로 이어진 부작용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언제 작은 형제회가 무었인지를 질문받았을 때 원조 프란치스칸이란 무지막지한 표현을 하지 않아도 될 날이 오길 바란다

작은 형제회라는 명칭에 괄호를 하고 프란치스코회라는 꼬리가 붙여야하는 올챙이 모양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나이 탓인가 ?

계속해오던 것이 큰 부당성이 없는 것이라면 그냥 사용하는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 교회 성경 번역판도 마찬가지이다

근래 우리 교회에는 참으로 여러 성경 번역이 쏟아지고 있다

번역하신 분들은 하느님 말씀을 좀더 정확하게 전달하고픈 선의의 열정이라 믿지만 실재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혼란과 불편이 있음도 무시할 수 없다.

성서를 외워서 강론 때 인용하시는 주교님을 알고 있고 참으로 존경스럽다.

이런 분들에게 성서의 새로운 번역들이 계속해서 쏫아지는 것은 성서 인용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다.

 

작은 형제회나 프란치스코회는 단순함의 덕을 크게 평가하는 수도회이다.

단순한 사람들은 그 실체를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언어창출에 몰두하기 보다 , 혼신의 노력을 다해 그것을 더 정확히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하는사람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프란치스칸이던 ,작은 형제이던 새로운 언어의 창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방향전환이 필요한 발상이란 생각이 든다

명분에서 실리로 방향전환을

언어적인 유희 도취에서 묵묵한 실천에로의 방향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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